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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윤 칼럼] 안철수, 은퇴 타이밍조차 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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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전 대선 후보가 어제(12일), ‘문재인후보 아들 준용 씨 입사비리 증거조작사건’에 대해 입장을 발표했다. 소회를 말하자면, 사과의 진정성이 전달되는 데는 부족했고, 그의 상황인식능력과 공감능력에 결정적 의문만 증폭시킨 입장발표였다. 위기에 처해있는 ‘정치인 안철수’에게 어제의 발표는 혹시라도 차후를 도모할 여지마저 스스로 없애버린 게 아닌가 싶다. 

    사과인지, 재기 호소인지 조차 아리송

    사과는 사과 대상을 분명히 적시하고 뉘우치는 게 기본 조건이다. 그런데, “심적 고통을 받았을 당사자”라고 얼버무리며 “다당제 정신과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주안점이 사과인지, 재기 호소인지 조차 아리송해져버렸다. 사과하고도 비판받는 이유다. 이래서는 앞으로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장래의 기회’를 운위한다는 게 무망하다.  

    세간의 관심은 자신의 거취에 관한 분명한 입장표명이었다. 그러나 “모든 짐을 다 지겠다”는 의례적 수사만 있었을 뿐, 핵심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켜갔다. 그는 이번 사건에서 두 번을 실기했다. 이제는 그에게 정계은퇴 요구 같은 것은 제기되지 않으리라고 본다. 그의 정치적 영향력은 어제의 입장발표로 휘산돼 버렸기 때문이다. 사건발생 초기에 분명히 사과하고 진퇴 결단을 내렸다면, 향후 개헌국면 등에서 모종의 역할이 부여될지는 모를 일이었다. 어제의 사과 아닌 사과는 시기나 내용 모두에서 최악이었다. 더구나 국민의당은 구 새누리당 계열 정당들과 공동으로 ‘문준용씨 특검’을 주창하고 나왔다. 다수 민심과는 동떨어진 처사로 보인다.  

    이제 정계은퇴 요구 같은 건 제기되지 않을 것

    끝난 것처럼 보였는데 어떤 모멘텀으로 인해 살아나는 것을 두고 “정치는 생물”이라는 표현을 하곤 한다. 이 말이 아무 때나, 누구에게나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생물처럼 기사회생하려면, 언제 왜 어떤 모양새로  끝났느냐가 중요하다. 

    7년 전, 그의 데뷔는 혜성 같았다. 도취되기에 충분할 만큼 열광적 환호를 받고 등장했기에, 밑바닥 민심의 소재나 향배가 덜 중요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가는 길이 곧 새 길이자 새정치”라는 신념에 가득 차있었을 테니까. “새정치라는 게 알맹이 없는 구호 아니냐”는 질문을 받으면서도 그의 도취는 길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의 부분적 승리는 그에게 결과적으로 독(毒)이었다. 국민의당 득표율을 자신에 대한 지지로 착각한 게 아닌가 싶다. 총선 당시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는 박근혜 무당통치에 대한 반사이익의 성격이 뚜렷했는데, 안철수는 아전인수로 해석했다는 게 총선 이후 여러 행보에서 공통적으로 읽힌다. 

    풍향계를 보고도 바람 부는 방향 몰라

    총선 후 1년이나 지나면서도 국민의당은 의원만 있지 당원은 없는, 정당으로서의 치명적 약점을 전혀 보완하지 못했다. 정치인 안철수의 아킬레스건은 풍향계를 보고도 바람이 부는 방향을 알아채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개들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그는 이런 경향이 강하다. 정치 지도자로서는 치명적 약점이다.

    현재까지의 수사상황으로 보자면, 국민의당이 “상대후보의 당선을 막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게 객관적 사실로 모아진다. 선거를 빙자한 대국민 사기다. 공정하게 선거운동 하라고 지원해준 세금 수백억 원은 어디에 쓰고, 기본적 사실검증도 없이 투표 나흘 전 긴급발표를 했는가. 두 말 할 필요 없이 국민의당과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가 법적-정치적 책임을 질 사안이다. 

    유일 카드였던 ‘은퇴’의 효력조차 스스로 무산

    안 전 대표가 증거조작을 알았으리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몰랐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도의적 책임마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어제 사과에서 자신의 정치적 책임을 분명히 했어야 한다. 그가 지금 질 수 있는  책임은 거취에 관한 것이다. 모든 걸 던지고 표표히 퇴장함으로써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때, 재기 도모의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다. 과잉충성이건, 승리에 눈이 멀었건 간에 그의 보좌진들이 행한 불법은 상응하는 처벌을 받으면 되는 일이다. 그는 사법적 판단 이외의 영역에서 자신의 책임을 찾았어야 했다. 

    신기루로 끝나가는 ‘안철수현상’ 

    어제 그는 은퇴라는, 그에게 남아있던 유일한 정치적 카드의 효력조차 스스로 반감시켜버렸다.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중요한 순간에 미적거림으로써 치명적 모습을 자초했다. ‘정치는 생물’이란 차원에서 보더라도, 퇴장은 입장만큼 중요하다. 어쩌겠는가, 자업자득인 걸. 창밖의 광화문대로에 폭염이 작렬하고 있다. 아지랑이 같은 것이 아스팔트 도로 위에 가물거린다. 신기루다. 7년 간, 이 나라를 달군 ‘안철수현상’이 오버랩 된다. 

    이강윤 칼럼니스트 lkyprah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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