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당 대표 의중이 변수…‘자강론’ 우세 속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판세 분석 관건

[폴리뉴스 안병용 기자]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간 보수 통합론이 꿈틀댄다. 두 보수 야당의 당 대표 선출이 비슷한 시기에 이뤄지면서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대비한 보수 통합론이 고개를 드는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보수 진영 내에서는 여당과 1대1 대결구도를 만들기 위한 양당 간 물밑 접촉이 가속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전제조건이 있다. 두 보수 야당이 새로 선출하는 신임 당 대표의 의중이 중요하다. ‘통합‧연대론’이냐 ‘자강론’이냐에 따라 당의 노선은 평행선을 달릴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두 보수 야당의 최우선 과제는 ‘보수 혁신’이다. 지난해 말 터진 국정농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보수 진영은 ‘죄인’ 취급을 받았다.

총선 참패를 대선 승리로 설욕하려던 보수 진영의 꿈은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선거의 여왕’이라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대선 결과를 전해 들어야 했다.

따라서 양당은 보수 혁신을 통해 당 지지율을 제고하고 보수 적통 경쟁에서 승기를 잡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이는 지난 26일 신임 바른정당 대표로 선출된 이혜훈 의원의 의중에서도 확인된다. 이 대표는 당 내 대표적인 자강론자이다.

바른정당 이혜훈 신임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뒤 당기를 흔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div>
▲ 바른정당 이혜훈 신임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뒤 당기를 흔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혜훈號 출항..‘자강론’ 방점

이 대표는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한국당을 겨냥해 “무능하기까지 한 몇몇 사람들 때문에 보수전체가 궤멸됐다”면서 “낡은 보수에 대한민국을 맡길 순 없다”고 했다.

이어 “이제 바른정당의 비상(飛上)이 시작된다. 낡은 보수와의 골든크로스가 바로 코앞에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과의 연대‧통합이 아닌 자강론에 중심을 두겠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바른정당이 보수의 본진이 되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열겠다”면서 “지방선거부터 제압하겠다. 총선을 압도하겠다. 정권을 되찾아 오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당 대표 선출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일단 지지율 제고가 급선무”라면서 “바른정당 밖에 계시는 지방의원들을 모셔오고, 현역들도 모셔오겠지만 꿈나무들도 대수혈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한국당 내에서도 저희의 가치와 정치에 공감하시는 분들을 다 모시겠다. 의석이 적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는데 우리의 길을 계속가면서 보수의 미래가 우리에게 있다는 확신을 시키면 주도권은 우리에게 있을 것”이라며 바른정당이 중심 되는 자강론에 힘을 실었다.

특히 이 대표는 직전 대선 후보를 지내고 이번 대표 경선 출마 권유를 고사한 유승민 의원의 대표적인 최측근이다.

바른정당의 대주주격인 유 의원 역시 자강론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유 의원은 “바른정당이 한국당에 흡수당하거나 흩어지는 일은 절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유 의원의 의중을 모를 리 없다.

자유한국당 당대표 후보들이 25일 오후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상진, 홍준표, 원유철 후보.<사진=연합뉴스></div>
▲ 자유한국당 당대표 후보들이 25일 오후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상진, 홍준표, 원유철 후보.<사진=연합뉴스>

‘통합’에 적극적인 한국당

오는 7월 3일 전대를 개최해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한국당의 후보들은 모두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에 우호적이다.

원유철‧신상진 후보는 경선 토론회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기려면 보수 진영의 합당이나 연대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누누이 강조해오고 있다.

직전 대선후보를 지내고 유력 당권주자로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홍준표 후보는 두 후보와 마찬가지로 통합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세부적으로는 조금 생각을 달리하고 있다.

홍 후보는 최근 초재선 의원들과의 만남에서 “바른정당은 한국당에서 떨어져나온 기생정당”이라면서 “우리가 제대로 쇄신만 하면 대부분 돌아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홍 후보가 당권을 쥘 경우 당대당 통합이 아닌 바른정당 개별 의원들을 차례로 통합시키는 ‘흡수 통합’이 추진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바른정당 이 대표가 “한국당은 가짜 보수를 하고 있다. 정체성을 바꾸지 않고, 생각을 안 바꾸면 건전한 보수인 바른정당과 합치기 어렵다”고 일갈하고 있어 홍 후보의 흡수통합론은 가능성이 적어진다.

바른정당의 ‘강경 자강론자’들은 한국당과의 연대‧통합에 ‘친박의 인적 청산’과 ‘홍준표 전 지사의 2선 후퇴’ 등을 전제조건으로 꼽고 있다.

특히 친박 인적 청산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당 안팎의 지적이다.

한국당 계파 문제의 핵심으로 거론되는 친박계는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치인들의 결사체로 이뤄진 집단으로 어언 10년 동안 생명의 끈을 이어오고 있다.

친박계의 끈끈한 우정(?)은 박 전 대통령이 영어(囹圄)의 몸이 된 이후에도 변함이 없다. 이번 당 대표 경선에도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홍문종‧유기준 의원이 출마를 마지막까지 고려하다가 고심 끝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친박계의 당권 불출마는 유력 후보자인 홍 후보를 상대하는 것이 승산이 적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대신 최고위에 많은 인사를 입성시켜 정치 생명을 이어가겠다는 의중이 엿보인다.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표를 던진 친박계 의원들은 3선 이철우 의원을 비롯해 재선 박맹우, 재선 김태흠, 초선 윤종필 의원 등이다. 또 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과 가까운 이재만 대구 동구을 당협위원장도 도전했다.

자칫 한국당 최고위원 전원이 친박계로 구성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김태흠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게 집권여당 국회의원의 도리”라며 강성 친박다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친박 외에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이들은 이성헌 전 의원과 류여해 부대변인이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엷다는 평가다.

한국당은 7·3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선거와 별도로 최고위원 5명(여성·청년 최고위원 1명 포함)을 뽑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전북 무주군 태권도원 T1 경기장에서 열린 '2017 무주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div>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전북 무주군 태권도원 T1 경기장에서 열린 '2017 무주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고공행진 중인 文‧與 지지율과 내년 선거가 관건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보수 통합이 당장은 요원해보이지만 관건은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될 것으로 보인다.

80%를 넘나드는 국정 지지도를 바탕으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에 밀려 보수 지형이 계속해서 위축된다면 보수 통합 논의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 그리고 3년 뒤 총선을 생각해본다면 양당 모두 현실적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보수의 깃발 아래 텐트를 쳐야 된다는 당 내 여론이 많다”면서 “관건은 내년 지방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핵심 관계자 역시 “내년 선거와 차기 총선을 생각해본다면 연대‧통합 논의는 시간 문제가 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국회에서 만난 한 지역 일간지 기자는 “지역 보수층 사이에서 이대로라면 TK(대구·경북)를 뺀 전 지역에서 참패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고 귀띔했다.

한 정치 전문가는 “보수 야당 간의 통합론이 적극 거론된다면 정기국회와 예산국회가 종료되는 올해 말이 적기”라고 내다봤다.

두 보수정당은 차기 당 대표 선출이 마무리되는 7월 초 부터 당분간 서로 거리두기를 하며 각자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나선 뒤, 연말쯤부터 연대‧통합을 위한 눈치싸움에 들어갈 공산이 커 보인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