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롯데홀딩스, 신 총괄회장 이사 임기 연장 안 해
신동주 전 부회장 이사 선임건 부결 ‘경영권 탈환’ 실패

사진은 왼쪽부터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 사진은 왼쪽부터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서예온 기자] 신격호 총괄회장이 그룹을 창립한 지 약 70년 만에 롯데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일본 롯데 홀딩스가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된 신 총괄회장의 이사직 임기를 연장하지 않은 것이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24일 오전 도쿄 신주쿠 하쓰다이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이번에 임기가 만료된 신 총괄회장을 새 이사진에서 배제한 인사안을 의결했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신 총괄회장의 임기를 연장하지 않은 것은 신 회장이 그룹을 제대로 경영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는 임기가 만료된 신 총괄회장의 임기 연장안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다. 신 총괄회장이 고령이어서 정상적인 사무 처리능력이 부족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한국 대법원이 신격호 회장의 한정 후견인(법적 의사 결정이 힘들 경우 해당 직무를 대신할 법정 대리인을 지정하는 제도)을 지정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롯데제과와 롯데호텔 이사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롯데쇼핑 이사직도 내려놓는 등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현재 롯데 알미늄 이사직만 유지하고 있는 데, 이마저도 8월 달에 임기가 만료된다. 

이번 주총에서 신 총괄회장의 이사직 임기가 연장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신 총괄회장은 사실상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된 셈이다.
 
재일교포 사업가인 신 총괄회장은 1948년 도쿄에서(주)롯데를 설립해 껌을 팔았다. 껌이 일본에서 인기를 끌자 신 총괄 회장은 초콜릿, 비스킷, 아이스크림 등을 출시해 롯데를 일본 굴지의 제과 기업으로 키웠다.

신 총괄회장은 이후 롯데상사, 롯데부동산, 롯데전자공업, 롯데리아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고 롯데는 일본 재벌기업으로 성장했다.
 
신 총괄회장은 일본 사업이 안정기에 접어들자 고국으로 돌아와 사업을 시작했다. 신 총괄회장은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인 1967년 4월 자본금 3000만 원으로 롯데제과를 설립했다. 

롯데제과는 당시 왔다껌, 쥬시후레쉬, 스피아민트, 후레쉬민트 등을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신 총괄회장은 이후 롯데호텔을 선보이면서 관광업에 진출했고, 1979년에는 소공동 롯데백화점을 개장하면서 유통업에도 본격 진출했다.

신 총괄회장은 평화건업사 인수(1978년·현 롯데건설), 호남석유화학 인수(1979년·현 롯데케미칼) 등을 통해 건설과 석유화학 분야에도 발을 뻗었다. 이를 통해 롯데는 1980년대 고속 성장기를 맞았고 잇단 인수·합병(M&A)을 통해 국내 재계 서열 5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2015년부터 시작된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권 다툼으로 롯데의 위상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이사회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에 선임돼 한·일 롯데를 총괄하는 ‘원톱’ 자리에 오르자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은 부친을 앞세워 롯데홀딩스에서 신 회장 해임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고 신 총괄회장은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해임됐다.  

이어 그룹 경영권을 두고 2015년 8월, 2016년 3월과 6월 총 세 번의 표 대결이 있었으나 신동빈 회장이 모두 이겼다.

이번 주주총회도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끝이 났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자신을 비롯해 신 총괄회장, 신 총괄회장의 비서였던 이소베 테츠, 노다 미츠오 총 4명에 대한 ‘이사 선임 건’을 상정했으나 해당 안건은 부결됐다.  

업계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이번 주총을 통해 그룹 지배권을 더 공고히 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권 탈환 의지가 강한 만큼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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