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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이슈

[홍경환 칼럼] 호랑이와 늑대가 싸우는 이유…정치와 경쟁적 배제


설사를 일으키는 세균과 유산균을 같은 유리병에 넣고 함께 키우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독자들이 추측하는 대로 설사 원인균이 없어진다. 왜 그럴까? 설사를 일으키는 세균과 유산균은 비슷한 환경에서 잘 자란다. 비슷한 온도, 비슷한 습도 등등. 이를 동일한 생태적 지위라고 하는데, 동일한 생태적 지위를 갖고 있는 생물들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절멸시켜 버린다. 

경쟁관계에 있는 생물들이 다른 생명체를 죽여 없애는 현상은 생태계 곳곳에서 발생한다. 호랑이와 늑대의 관계가 그렇다. 호랑이는 늑대를 먹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늑대도 호랑이를 먹지 않는다. 그러나 호랑이와 늑대는 기회가 있으면 서로를 죽인다. 호랑이와 늑대는 서로 비슷한 먹잇감을 놓고 경쟁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호랑이는 늑대를 죽임으로써 잠재적인 먹잇감을 늘려 놓는 것이다. 

곰과 늑대도 비슷하다. 그래서 늑대는 새끼 곰을 발견하게 되면 비록 먹지 않지만 물어 죽여 버린다. 성인이 되어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새끼 곰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우리말로 하면 아예 싹을 잘라 없애버리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좀 유식한 말로 표현하면 경쟁적 배제(Competitive Exclusion)라고 한다. 

경쟁적 배제관계가 자연생태계 뿐만 아니라 인간사에서도 일어날까? 경제, 정치적 주요 국면들을 보면 인간이 살아가는 세계에서도 유사한 일들이 일어난다. 80년대 중반 예상을 깨고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성공하자 일본 반도체 업체들은 ‘덤핑’을 통한 삼성 죽이기에 나섰다. 일본기업과 한국기업이 경쟁한다고 해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더 커지지는 않는다. 다만 하나의 파이를 놓고 일본기업과 우리나라 기업이 나눠먹을 뿐이다. 그래서 일본기업들은 한국기업 죽이기에 나섰던 것이다. 물론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지만 말이다. 

그럼 정치에서는 어떨까?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집권여당에서는 ‘전두환 신당’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집권여당은 소수 정당이었고, 야당으로 전락했지만 한나라당은 마음만 먹으면 개헌 추진도 가능한 거대 정당이었다. 그래서 당시 김대중 정부 일각에서는 ‘전두환 신당’을 창당해 한나라당을 견제하려 한 것이다. 고전적 용어로는 이이제이(以夷制夷)가 되겠다. 그러나 그 추진 배경을 놓고 보면 지역기반이 같은 전두환 신당과 한나라당이 동일한 먹잇감을 놓고 경쟁하도록 하게 하는 경쟁적 배제 원리가 작동됐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전두환 신당은 여론의 반응을 떠보는 수준에서 그치고 말았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자유한국당을 효과적으로 제압하면서 개혁과제들을 실천해 나가기 위해 어떤 로드맵을 짜야 할까? 현재 우리 정치지형이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알기 위해 지난 대선 당시 각 후보가 얻은 표를 빅데이터의 관점에서 분석해 봤다. 

빅데이터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은 새로운 관점을 얻기 위해서이다. 비유를 하자면 신기술 개발을 통해 지금까지는 버려진 상태였던 샌드오일을 금광으로 바꾼 것과 마찬가지이다. 지금까지 활용하지 못했던 데이터에서 각종 함의와 통찰력을 얻는 것이다. 


위의 그림은 지난 대선에서 각 후보가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서 얻은 표를 도식화 시킨 것이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위의 그림을 잠시 설명하자면, 박스 안의 점은 중위점이라고 하는데, 광주광역시의 기초자치단체 중 일종의 평균점을 표시한 것이다. 서울에서도 26개의 기초자치단체 중 평균에 해당하는 곳을 표시한 것이 박스안의 점이다.)

이 그림만 봐서는 각 정당과 후보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일단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 먼저 살펴보자. 


문재인 후보가 얻은 표의 중위점들을 연결해보면 파란색 선이 나온다. 안철수 후보의 중위점들을 연결해 보면 초록색 선이 나온다. 선의 흐름이 매우 유사한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데이터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공간적 개념만 놓고 보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비슷한 지역에서 경쟁하는 ‘경쟁적 배제’ 관계에 놓여 있는 것을 뜻한다.  

빅데이터 수치만 놓고 보면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가야할 길이 명확해 보인다. ‘경쟁적 배제’ 관계에 놓인 국민의당과 안철수 후보가 힘을 쓰지 못하도록 하면,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매우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런데 인간세상과 정치는 좀 더 복잡하다. 국민의당과 합당을 통한 정계개편이 일어나면 분명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힘은 강해진다. 생존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힘이 세진다고 해서 자유한국당의 힘이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둘은 경쟁적 배제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적폐 청산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고, 적폐청산은 자유한국당의 소멸(?) 또는 진보정당 수준의 소수정당으로의 전락이라는 현실적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이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 내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 벌어져야 할까?


위의 도식을 보면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가 ‘경쟁적 배제’관계임을 알 수 있다. 즉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이 호랑이와 늑대의 관계에 있으므로,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을 몰아낼 수 있도록 바른정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을 상대하기에는 ‘체급’ 차이가 너무 크다. 바른정당이 체급을 키우기 위해서는 국민의당과 합당 또는 연대가 불가피한데, 이렇게 되면 더불어민주당과 경쟁 관계에 있는 국민의당이 더 큰 힘을 갖게 되며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위협 요소가 된다. 

결국 어떤 선택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지도자의 결단만이 남는다. 나의 살을 내주더라도 상대방의 뼈를 끊어버리는 골참육단의 선택을 할 것이냐? 내가 가장 싫어하는 적과 적대적 공존 관계를 유지시킴으로써 얻을 수 있는 안락함을 선택할 것이냐?

문재인 대통령과 각 정당의 지도자들이 어떤 결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우리나라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친일 수구 우파로 규정짓는 자유한국당이 5년 뒤에 부활의 날개짓을 힘차게 펼칠 수도 있을 것이고, 또는 우리나라의 정치 지형이 유럽처럼 중도좌파와 중도우파의 연정형태로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정치는 합종연횡의 게임이란 것이다. 어느 누구 한명의 결단만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데이터를 보는 각 정파의 주도세력들은 어떤 판단 어떤 선택을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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