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성공 위해서도 자치 분권이 실질적으로 강화되어야 할 것”

폴리뉴스와 월간 폴리피플은 지난 6월 15일 김우영 은평구청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김우영 구청장은 지난 총선과 대통령 탄핵, 조기대선 등을 거치면서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엄청난 사회적 변화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고 중앙정부 공백기에 주민과 밀착한 지방정부의 책임에 대해 절감할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구청장은 은평의 정체성을 지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문화 은평’으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학이 부재한 상황에서 지역 청년들에게 희망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청년 정책을 중시하고 있고 과학 기술을 행정에 접맥시키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도시재생 사업과 관련하여 은평구의 경험들이 다른 지자체나 중앙정부에서 벤치마킹 할 수 있도록 노력할 뜻도 밝혔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자치와 분권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민선 5기부터 주민 참여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 오신 것으로 안다. 이제 그 성과들이 가시화 되고 있나? ‘은평’만이 자랑할 수 있는 내용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 

요즘은 계량화를 잘 하지 않는다. 이제 그 범주는 넘어섰다. 민선 5기에 주민참여 예산제만 해도 모바일로 주민이 제안한 사업들에 모바일 투표를 했다. 주민 10명 중에 1명 정도, 주민들이 참여해서 5만 명이 투표한 기록도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처음에는 주민참여를 홍보하기 위해서 계량을 하고 널리 알렸는데, 이제는 계량보다는 품질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자치분권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데 포커스를 맞췄다. 제가 지금  자치분권 전국회의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그런데 자치분권은 입법사항이다. 법으로 제정, 인사, 자치단체의 권한을 확대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그래서 그런 쪽에 노력을 많이 기울여 왔다. 그러면서 은평구 성과들을 전국에 알렸다. 결론은 골목이 바뀌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바뀌는 것은 말짱 도루묵이라는 것이다. 아래로부터 변화가 축적돼야 전체 대한민국의 변화가 가능한 것이지, 정치적 상부구조만 바꿔서는 안 된다.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10년을 했는데 민주주의라는 제도 틀을 수평적으로 많이 바꾸었다. 그렇지만 민생의 가장 기초가 되는 밑바닥부터, 아래로부터의 축적된 변화가 공고하지 못했기 때문에 금방 무너졌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감에 있어서 골목단위, 지역단위의 주민들의 생각, 삶의 구조, 이런 것들이 변화하도록 모든 국가의 역량과 재정을 마을단위의 재생과 활성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으로 도시재생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은평에서는 민선 5기 때부터 두꺼비하우징 사업을 해오셨는데 앞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어떻게 확대하실 계획인지? 

산새마을이 시작단계에서 주도권을 가져서 언론에도 많이 알려지고 주변으로 많이 퍼졌다.그 이후에 녹번1동 산골마을은 에너지 자립마을로 주로 어르신들이 살았고, 어느 누구도 찾아오지 않던 동네였는데 상당히 많이 활력이 생겼다. 그리고 불광동 수리마을, 역촌동의 토정마을 이런 식으로 주거 재생지가 계속 확대되고 있고, 최근에는 불광2동 향림마을, 수색동에 구름다리햇빛마을 그리고 응암3동도 도시재생 희망지 사업에 선정됐다. 아마 서울에서  도시재생 사업이 제일 잘 활성화되고 있는 지역인 것 같다. 시작도 제일 먼저 했고, 그만큼 우리 은평구는 신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35%~40%밖에 안 된다. 대부분 원도심, 구도심, 단독, 다가구, 연립이 많고, 골목이 많기 때문에 그것을 다 헐고 아파트로 전환하는 것이 MB대통령까지의 정책이었다. 아무리 아파트천국이라 하더라도 어떻게 모두 아파트로 만들 수 있나? 또 그렇게 하면 살던 원주민을 쫓아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러면서 두꺼비하우징을 통해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 집 다오' 했는데 헌집을 고치면 새 집이 된다. 그런 식으로 수리하고 재보수하고 리모델링하고, 대신 골목을 넓히고 자투리 공원을 만들어서 마을에 커뮤니티 기반을 형성하는 것이 도시재생이고 그 일에서 보람을 느낀다.

 - 앞으로 중앙정부에서의 도시재생에 투입할 예산이 50조에 이른다고 하는데 은평구에서 벤치마킹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도시재생 뉴딜 공약이 만들어 지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자긍심을 느끼는데 우리가 그동안 하면서 느꼈던 부족함을 보완해야겠다. 사실 뉴딜은 미국 대공황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이 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아주 과감한 정책이었다. 도시재생 뉴딜이라고 붙인 것은 ‘작금의 경제 위기, 일자리 위기, 공동체 위기를 극복하는 그런 과감하고 적극적인 정책’이라는 뜻에서 붙인 것이고, 도시재생은 서울시에서 그동안 뉴타운 사업의 대안으로 5~6년 동안 고민하고 준비해 왔던 사업이다. 그런데 최대 문제가 4대강이나 고속도로 건설이나 하는 것은 결국 토건회사들이 한다. 막대한 금융자본을 기반으로 밀어붙여서 가는데, 도시재생은 주민들이 주도를 해야 한다. 하지만 그 주민들은 비전문가다. 또 조직적인 결합 정도도 낮고, 기업형태로도 잘 되어 있지 않다. 그나마 기업형식으로 되어 있는 게 두꺼비하우징이고, 사회적 기업 성북구의 마을 목수 등 몇 개 없다. 이전에 김수현 서울 연구원장 시절 “도시재생 그 자체에 대한 연구 작업에만 몰두하면 안 된다, 뉴타운 재개발 사업의 출구와 연결해야 한다”고 했는데 사실 나오는 출구가 매우 좁다. 당장 뉴타운에서 해제를 하려고 해도 매우 어렵고, 그렇게 좁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나왔는데도 나온 다음 전망이 아무 것도 없다. 그러면 나올 수 있겠나? 그러니까 출구를 넓히고 나오면 “이런 대안이 있으니 연결해야 한다”고 하려면 새로운 준비가 필요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약간 식상하지만 그래도 대기업이 보증하고 있는 그런 방식의 뉴타운, 나에게 이익이 오지 않고 대부분 돈 가진 사람한테 이익이 가지만 가난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혼자서 어떤 선택을 하기보다 대기업을 끼고 추진하는 것이 조금 더 생존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보게 된다. 뉴타운 재개발에 몰렸던 사람들이 새로운 도시 재생으로 전환하려면 대단한 의식의 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마케팅 측면에서도 신뢰 가능한 주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사회적 기업은 가치적으로는 좋은데 규모는 너무 작고, 금융이나 이런 면에서 불안하니까 소비자입장에서 벤처기업이 만든 것인데 좋기는 한데 써보지 않았고 광고도 잘 안 되고 그런 것 같으니까, 손해 보는 걸 알면서도 기존 것을 쓰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시의 SH공사는 큰 브랜드이니까 SH공사라는 브랜드가 보증을 해서 수많은 작은 단위의 협동조합과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들, 도시재생 기업들이 함께 패키지로 브랜드화 해야 한다. 우리 구의 두꺼비하우징은 실제로 청년 주택 프로젝트로 해서 다른 구에도 많이 진출하고 있다. 빈집을 사서 개조해 임대주택으로 내놓는 것을 하고 있지만 이런 단위들이 전체적으로는 너무 취약하다. 이것이 어떻게 보면 청년들 일자리 문제하고도 연걸이 된다. 17만개의 공무원 일자리, 81만개 공공일자리를 얘기 했는데 도시 디자인, 설계, 건축, 토목, 예술, 인문학을 전공한 온갖 청년들이 마을재생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청년들에게 기업공간을 제공해 주고 청년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훈련하는 건축, 디자인, 인테리어, 에너지 이런 것들을 도시재생을 통해서 구현하도록 하면 일자리 문제도 해결이 될 수 있다. 도시 생활의 질을 높이는 서비스 문제는 상당히 지속 가능한 사업과제이다. 도시가 유지 되려면 일자리가 지속돼야 하는데 청년 일자리, 청년기업, 마을기업 이런 것들이 도시재생과 반드시 연결해야 한다. 그런 것을 인큐베이팅 하고 키우는 노력들이 매우 절실하다. 그런 연계가 없이 맡겨놓으면 토건회사의 아류들이 일을 차지하고 일정기간 동안 공사를 끝내고는 빠져버리고, 주민들은 구경만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도시가 노후화 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우리 산새마을 모델처럼 두꺼비하우징 이라는 사회적 기업이 들어가서 주민들과 토론하고, 같이 밭 매고, 주민들한테 비전을 주는데, 주민들은 최종 의사결정권자이다. 골목을 어떻게 할 것인지, 조명을 어디에 둘 것인지, 보도블록 재질은 어떤 재질로 선택 할 것인지, 마을 반상회에서 주민들이 검증하고 토론해서 결정한다. 그렇게 했을 때 이 도시재생이 뉴딜로서의 성사가 가능하다. 요즘 보니까 기획부동산업자들이 새 정부가 아직 골격을 갖추지 못한 때를 틈타서 부동산 시장을 흔들어 놓고 있다. 그 사람들이 소위 말해서 단타매매, 사고팔고, 사고팔고 해서 가격을 끌어 올리는 작전세력이다. 그런 세력들이 심지어 도시재생조차도 부동산을 키우게 하는 호재라고 홍보를 하고 있다. 토건 원리로 가면 곤란하고 공동체 논리로 가야 한다. 청와대 정책팀에서도 이점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오늘 김현미 국토부장관 후보자가 얘기하는 내용을 보니까 그런 점을 유의 하고 있는 것 같다.

-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이 현실의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이번 개헌에 거는 기대가 특별할 것으로 생각된다. 어제 대통령이 연방제에 가까운 분권을 하겠다고 했는데 어떠한가, 이 부분에 대해서 지방정부 의견을 모으고 있는지. 

지방분권 비서관이 청와대에 신설됐는데, 나소열 전 서천군수를 적극 추천했다. 분권을 하려면 분권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정책적인 주도성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이전에 보면 소위 중앙부처 이기주의가 심하다. 특히 기재부가 그 중심인데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던 개발도상 시대에 컨트롤 타워를 해야 했던 기재부가 지금처럼 다원화되고 세상의 물결이 변화하는 시대에도 그대로 컨트롤 타워를 하겠다고 골격을 틀어 쥐고 있는데, 그것과는 과감하게 싸워야 한다. 그들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의 오랜 기억이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가로 막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까지 오는 과정에서 야당 시절 리더십의 공백도 있었고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그나마 야당을 지킨 기본적인 동력은 지방정부에 있었다고 본다. 대표적인 것이 박원순 시장과 민선 5기 때부터 사회적 경제, 공동체 정신에 기반 해서 지방을 이끌었던 단체장들, 그들의 생활정치가 곳곳에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야당에 대한 수권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었다. 그것이 우리가 나름대로 자부하는 것이다. 또 동시에 새 정부가 앞으로 성공하고, 다시 민주정부를 재탄생시키려면 좀 더 분권을 달성하고, 생활밀착형 행정단위에게 힘을 실어주고, 골목의 경제가 선순환 될 수 있도록 설계를 하느냐, 못하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 예전에는 중앙정부가 4대강 등의 큰 프로젝트에 매달리고, 뉴타운 등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했는데, 그것이 생활상의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니까 무너지는 것이다. 지방정부 단위에서 새로운 혁신들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이 양극화를 해소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이 세계 속에서 경쟁을 갖는 그런 시대로 나아가면 새 정부의 성공이 가능할 것이라는 강한 소신을 가지고 지방의회 의원들, 지방자치 단체장들도 노력하고 있다. 대통령께서도 후보시절부터 지방 분권을 공약하면서 연방제에 가까운 수준으로 하겠다고 직접 이야기를 했다. 헌법에 지방정부라고 명시해야 한다. 지금은 지방자치단체로 되어 있다. 국민의 생활을 책임지는 단위는 정부여야 한다. 지방정부로 명시하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은 자치 분권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분권에 대한 분명한 규정이 있기를 기대한다.

- 민선 5기, 6기를 거치면서 은평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구청장께서 가장 의미를 두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 또 주민들은 이런 변화에 대해 어떻게 체감하고 있는지? 또 민선 7기 지방선거가 1년이 채 남지 않았는데 3선에 도전하실 생각이신지?

의미를 두고 있는 분야는 크게 보면 주민참여 분야, 마을 공동체 분야, 도시재생 분야 이런 것이 새로운 패러다임이고 중요한 가치이다. 관 주도 혹은 톱다운 방식의 중앙집권에서의 주민 주도, 주민이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주민이 결정하면 공무원은 그것을 집행한다는 식으로 행정의 패러다임을 전환시켜왔다. 그것은 실행의 흐름이었다. 촛불시민혁명도 직접 민주주의적 욕구와 대의적 민주주의적 한계가 충돌한 것이라고 본다. 대중은 이전보다도 훨씬 더 많이, 훨씬 더 빠르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고 그 정보를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공간에서 소통하면서 의식의 확장이 일어나고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확장이란 측면에서는 공무원이나 선출직 정치인들의 시각은 과거의 경험에 머물러 있다. 이 갭이 엄청 크다. 새로운 스터디를 정치인들은 하지 못한다. 구청장인 저만 해도, 또 우리지역의 정치인들만 해도 곳곳의 행사에 달려가야 하고, 새로운 문화를 습득하고 스터디 하기에 한계가 너무 많다.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대중을 이끌던 시대는 지났다, 그래도 대중과 많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어서 이 열린 귀로 대중들의 지혜를 받아서 그것을 바탕으로 좀 더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대중의 뜻을 관철시키는 대리인’이라는 인식전환이 좀 빨리 이루어져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민선 5기, 6기를 거치면서 나름대로 경험한 바를 바탕으로 좀 더 중앙정부가 제도화된 분권을 우리나라의 헌법적 가치로 자리 잡게 하고. 또 도시재생을 통해서 구도심도 살만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청년들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그런 것들이 내가 기대하고 바라는 세상이다. 그렇게 바라는 세상을 ‘은평’이라는 아주 소중한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싶은 꿈을 꾸고 있다. 

- 구청장의 꿈과 이루고자 하는 바가 성취되어서 은평의 더 큰 변화를 잘 이끌어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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