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협치의 큰 그림 디자인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함께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div>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함께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사청문회 정국이 진통을 겪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에서 청문경과 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했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국민여론을 등에 업고 정면돌파를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야당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고, 자유한국당의 경우 협치는 끝났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도 조만간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는지라, 그렇게 되면 국회에서는 여야 간의 대치상황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래 김상조 후보자에 대해서는 굳이 낙마시키려던 생각이 없었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지만, 강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향후 상황에 따라서는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준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 후보자에 대한 임명이 강행되고 이에 반발한 국민의당이 김이수 후보자 인준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경우 인준 표결에서 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연이은 인사청문회 뿐 아니라 추경예산안과 정부조직법 처리를 해야 할 국회 운영에도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이 예상된다.

여소야대의 환경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비로소 실감하게 되는 상황이다. 집권 한 달을 막 지난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하기 어려운 현실을 접하면서 한숨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새 정부 출범의 황금 같은 시기에 국정의 동력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하는데 대한 답답함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야당들에게 발목 잡히지 않고 집권 초반의 높은 지지율을 믿고 밀고 나가겠다는 선택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하면 사실 이미 예고되었던 상황이다. 지금이 시작일 뿐 정부와 여당이 마음먹은 일들이 야당들의 반대에 의해 제동이 걸리는 일은 앞으로 비일비재할 것이다.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집권세력이 소신대로 일하기 어려운 현실이 불만스러울 수 있겠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는 환경이다. 다음 총선까지는 3년 가까운 시간이 남아있다. 여전히 협치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협치의 안정화를 시도하지 않고서는 지금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야당은 정부에 대한 견제를 하는 정당이다. 정부가 하려는 모든 것에 동의해줄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10개 가운데 7~8개를 잘 하더라도, 잘못한 나머지 2~3개가 있다면 그것을 비판하는 것이 야당의 역할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더욱이 민주당의 120석으로는 국회에서 법안 하나 처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의당의 협조가 있어서 과반수 확보가 가능하고, 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의 협조가 있어야 180석 확보가 가능하다. 이런 현실에서 협치의 성패는 문재인 정부의 성패를 좌우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변수가 됨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현실을 직시하는 냉정한 태도 위에서 협치의 안정화를 위한 큰 그림을 그려나갈 필요가 있다. 모든 것에 반대하기로 작심한 듯한 자유한국당과의 협치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이기도 하고, 개혁을 추진해야 할 시기에 자유한국당과의 협치가 반드시 좋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경우는 다르다. 문재인 정부가 두 야당을 자유한국당과는 분리시켜 국정의 파트너로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협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물론 협치의 실패가 정부여당만의 책임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국정이 혼미를 거듭하고 여야가 치고받는 광경이 내내 계속된다면 그 최종적 책임자는 정부와 여당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정치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아직까지는 야당들에 대해서는 큰 매력을 못 느끼는 분위기이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현안에 대한 협조 요청은 계속하고 있지만, 그 이상의 파트너로 삼고자 하는 모습은 별로 읽을 수가 없다. 그러나 그리 되면 매번 쟁점현안이 있을 때마다 서로가 신경전을 벌이고 요란을 떨게 되는 불안한 상황은 반복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임명을 계속 강행하기에 앞서 협치에 관한 큰 디자인을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 대선 때 탕평인사를 내걸었지만 지금까지의 인사에서는 문재인 캠프나 자문그룹 인사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연정은 아니더라도 야당들의 의견을 듣거나 추천을 받는 일이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현안이 생기고 나면 야당을 찾아가서 도와달라고 하기 이전에, 사전 단계에서 야당들의 의견을 듣는 노력 또한 많을 수록 좋을 것이다. 시작부터 협치의 의사가 없는 자유한국당의 경우는 도리가 없다 하더라도, 사안마다 고민을 하게 되는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에 대해서는 협치를 위해 훨씬 공을 들이는 모습이 필요하다. 사안마다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 연정의 필요성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단계에 이를지도 모르겠다.

야당들에게 발목 잡히지 않고 나의 길을 가겠다는 모습은 잠깐은 속 시원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는 국정이 돌아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빨리 가야 한다고 서두르기만 하다가는 아예 갈 수 없게 되는 길이다. 보다 진화된 협치의 리더십을 고민해 나가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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