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와 월간<폴리피플>은 지난 5월 24일 문재인 정부 츨범과 향후 정국전망을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본지 이명식 논설주간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에는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그리고 본지 김능구 대표가 참석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지난 19대 대선 결과에 대한 평가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사, 정책, 대국민 메시지 등에 대해 분석했다. 지난 박근혜 정부의 비정상적인 행태와 대비가 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이후 행보에 대해 국민적 지지가 높은 상태에서 청와대와 정부 중요 직책에 대한 인서도 대체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고 보았다. 향후 정국에 대해서도 상당기간 민주당의 독주가 예상되는 가운데 5당체제에서 정부 여당이 얼마나 협치가 될 수 있도록 흐름을 잘 잡아가느냐 하는 것이 과제라는 지적들이 많았다. 

사회 이명식 : 대선이 끝나고 보름 정도 지났다. 19대 대선에 대해 간단한 평가를 하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상황에 대해 짚어보도록 하겠다.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승리를 하고 홍준표 후보가 2위, 안철수 후보가 3위, 유승민 후보, 심상정 후보 순으로 결과가 나왔다. 예상대로의 결과로 봐야 할지 예상외의 결과인지, 또 대선 평가를 어떻게 해야 할지 평가해주기 바란다.

황장수 : 지극히 예상대로 나왔다. 문재인 후보는 30%대 후반, 40%대 초반 블록에 갇혀서 끝까지 벗어나지 못했다. 홍준표 후보와 자유한국당은 탄핵으로부터 단절하지 못했고, 결국  탄핵 기각을 바랐던 강경 보수진영 20% 정도의 지지를 받았다. 안철수 후보는 보수성향의 표를 홍준표 후보에게 뺏겨 마지막에 3등이 될 것이라 예측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고, 호남에서의 주도권도 6대3 비율로 문재인 후보에게 빼앗겼다.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 합계가 30% 언저리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도 맞아떨어졌다. 심상정 후보는 문재인 후보 당선에 지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선거운동 기간의 지지율보다 낮은 6%대 안팎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맞아떨어졌다. 이번 대선은 전부 다 상식에 따라 예측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왔다고 본다. 안철수 후보나 홍준표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선거 전략이 잘못돼 있었다고 본다.

김만흠 : 득표율보다 변수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이번 대선은 탄핵 정국으로 치렀던 선거라 구 여권의 구심점과 지지 기반이 붕괴된 채로 시작됐다. 그래서 야권간의 경쟁구도로 진행됐는데, 2012년 대선 때부터 제기된 문제지만 구 정치에 대한 불만과 한계 때문에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는 시대적 과제도 함께 존재했다. 이것이 제3지대, 혹은 제3세력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는데 구심점을 만들려는 시도들이 실패하면서 사실상 소멸됐고, TV토론에서 사드가 쟁점으로 부각하면서 시대적 과제와 다르게 보수, 진보 진영 패러다임이 다시 형성됐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기존 패러다임을 벗어나려 했던 안철수, 유승민 후보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개별적 역량측면으로 보면 TV토론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의 자질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는데, 안철수 후보의 경우 정치는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소통방식에 대해 성찰할 필요가 있다는 과제를 남겼다. TV토론에서 주목을 받았던 심상정, 유승민 후보는 소수정당의 한계를 넘지 못해 실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지만, 과거에 비하면 선전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유창선 : 과거 청산의 요구가 압도적 영향력을 가졌던 선거였다. 대선 과정에서 비문재인 층의 존재가 광범위하게 드러났지만, 결국 그들도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주며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문재인 후보는 촛불정국의 연장선상에서 치러진 조기 대선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안철수 후보는 한때 양강 구도까지 형성했지만, 중반을 지나면서 급격히 무너졌고 정치적 역량, 내공, 준비 부족 등으로 열세를 면치 못하며 근본적인 한계를 노출했다. 홍준표 후보가 막판에 약진했던 것은 예상 밖의 일이었는데, 안철수 후보로부터 이탈한 보수층이 홍준표 후보에게 이동했고, 보수 궤멸이 예상됐지만 ‘묻지마 선택’을 하는 보수층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는 보수와 진보의 양강 구도로 판이 압축됐는데. 이를 통해 우리 정치에서 중도의 입지 한계와 딜레마를 드러냈다고 본다.


김능구 : 이번 대선은 촛불대선이었고, 촛불시민혁명의 수혜자가 문재인 후보였다. 문재인 후보는 준비된 후보답게 잘했고, 역시 재수는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도 대선에 출마했을 때와는 천양지차였고, TV토론에서 그 진면목을 보여줬다. 촛불대선의 수혜자이긴 하지만, TV토론에서 국정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보여줬고,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 정리가 잘 돼 있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어필했다. 특히 안보 부분에서 안정감을 준 것이 승리에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보수세력 쪽에서는 반기문 전 총장의 2월 1일 불출마 선언이 이번 대선판세를 규정짓는 중요한 요소였다. 당시 새누리당은 국정농단 게이트의 책임 있는 정당으로 후보도 내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 속에 있었는데, 직접 책임이 없는 반기문을 전 총장을 후보로 옹립하면 겨뤄볼만하다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하지만 반기문 전 총장이 우리나라 국민들을 우습게 본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한 마디로 반기문 전 총장은 너무 준비가 안 됐었다. 대권에 대한 권력의지가 강했다면 그 전에 충분히 준비가 됐어야 하는데, 10년 동안의 UN 사무총장 경력 자체가 그대로 통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결국 불출마선언을 하게 됐는데, 이때부터 보수정당에서 분당한 바른정당도 데미지를 입었고, 자유한국당도 친박이 오히려 당의 무게중심을 다시 잡는 상황이 됐다. 또, 안철수 후보의 존재도 문재인 정부 탄생하는데 일조했다고 본다. 기존 대선판에서는 여론조사 결과 2등과 3등이 당연히 단일화를 도모하고, 서로 간에 연대와 협상을 꾸려나갔는데, 안철수 후보가 워낙 완강해서 단일화 시점을 놓쳤다. 뒤늦게 안철수 후보가 개혁적인 공동정부를 내세웠지만 그것조차도 너무 늦어버렸다. 문재인 후보는 30%대 말 40%대 초반 지지율 박스를 극복하지 못했는데 달리 말하면 60%의 반대 세력이 있는 것이라서 현재까지는 잘하고 있지만 적폐청산과 통합이라는 과제를 잘 극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사회 이명식 : 대선 결과로 굳어지고 있는 5당 체제가 어떻게 작용할지 주시해봐야 할 것 같다. 5월 9일 대선이 끝나고 다음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해 보름이 지났는데, 많은 변화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있다.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새로운 청와대와 내각 진용을 짜기 위한 인사다. 인사기조에 대해 개혁, 파격, 탕평, 코드인사 등의 여러 가지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봐야 할지 말씀해주길 바란다.

김만흠 : 인사문제로 넘어가기에 앞서 김능구 대표의 말과 달리 문재인 후보가 TV토론을 잘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내용상으로 가장 못했던 것이 당시 문재인 후보였다고 본다. 시작 단계에서 양강 구도였던 안철수 후보가 버벅대면서 상대적으로 잘해 보였던 것이지, 국정 이해도나 디테일에서는 아쉬움이 많았다. 선거 당시와 현재의 문재인 대통령의 변화를 얘기하자면 당시는 안철수, 손학규 등이 당을 나간 사실을 얘기할 때 혁신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나간 것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다른 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취임사나 5.18 기념사,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모식에서 했던 이야기들은 과거와 완전 달라져서, 오히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누구든 처음 인사를 하면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가 어려운데, 최근 인사과정에서 보면 문재인 대통령은 충분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고 본다. 보통 코드인사나 적절하지 않은 인사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데, 현재까지는 두 가지 부분에서 문제가 없어 호의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본다.

김능구 : 인사 문제에서 진영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천하의 인재를 다 쓰는 탕평책을 펼치고 있다고 보는데, 정치인 문재인의 평가가 바뀌게 된 계기는 2016년 총선 때부터인 것 같다. 이전에는 반대하는 진영과 함께하지 못해 탈당을 해 분당하는 사태까지 생겼는데, 총선 때 광폭인선으로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모셔오는 등 변화를 도모하며서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고 본다. 직선제를 실시한 13대 대선부터 지금까지의 선거를 검토해 보면, 대선 캠페인 측면에서 봐도 이번 문재인 후보의 캠페인은 정책제시 등에서 진일보된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선대본 내에서도 정책을 중심으로 보수인사를 포함한 광폭인사를 단행했다. 2012년 대선에서는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던 반면에 이번 대선에서는 정책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져서, 5년 동안 준비한 후보의 진면목을 보여줬다고 본다.

황장수 : 역사가 아무리 승자 위주로 기록된다지만 제대로 봐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언론들이 앞장서서 용비어천가를 부르고 있다. 인사도 이전보다 나을 수 있지만 임종석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문정인 안보특보 등의 중용은 보수진영에서 분노를 느낄 만하다. 다만 자유한국당이 무력화 되고, 야권이 침체해 있기 때문에 언론이나 야당이 검증의지를 드러내지 못해 원만한 인사라는 포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의 위장전입은 충분히 낙마 사유이다. 이낙연 총리 후보도 여러 의혹을 보면 낙마 할 수도 있다. 대통령이 청와3대 참모들과 카메라 앞에서 셔츠 차림으로 커피를 마시며 연출하는 모습을 본질처럼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총선에서 승리하기 이전에, 당 대표가 되었고 선거에 졌을 때 지지율이 10%대 초중반에 머물렀다. 총선 이후 1당이 돼서도 10%대 후반의 지지율을 얻었다. 반기문 전 총장의 출마설이 돌 때는 반 총장에게도 지지율이 뒤졌고, 한 때는 김무성 의원보다도 지지율이 낮았다. 지난해 8, 9월 최순실 의혹이 불거지고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이 되면서 국내외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미 지난 12월 9일부로 인수위를 꾸린 것과 비슷한 상태가 됐고, 대선일인 5월 9일까지 5개월 동안 상당한 준비를 할 수 있었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은 보수진영을 분노케 할 인사를 하고 있다, 엄밀한 잣대를 들이대면 문제의 소지가 있는 사람도 존재한다고 본다. 청문회를 거치고 미국, 중국을 다녀오고 북한과의 문제를 조율한 후 100일이 됐을 때, 지지율이 어느 정도 되는지 봐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유창선 : 후보 문재인과 대통령 문재인은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후보 시절에는 뭔가 불만족스러웠지만 그래도 정권교체를 위해 지지했던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있었는데, 대통령이 되고 난 후 보여준 모습을 통해 지지층이 넓어지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정권교체를 통해 세상이 바뀌었다는 인식을 할 수 있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나온 반응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인사를 통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데, 특히 상징적인 몇몇 인사가 주는 효과가 크다. 초기 개혁드라이브 걸면서 저항을 하거나 문제제기의 소지가 적고 국민적인 동의 수준이 높은 사안을 선택해 내놓은 것도 효과를 보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집권 초기에 안정감을 준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문 대통령이 정치적 경험으로 참여정부 시절 국정 초기에 겪었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의지도 작용한 것이라 생각되는데, 여하튼 지금까지는 비교적 쉬운 사안들이었고, 인사문제도 박근혜 정부가 워낙 비상식적이라, 반대로만 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 5당 체제에서 국정을 끌고 가면서 생겨날 여러 난제들을 풀어나가면서 진짜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 생각한다.

김만흠 : 조국, 임종석, 문정인, 김이수 등의 인사는 이념적으로 다른 편에 있는 사람들이 충분히 문제제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그들이 문재인 대통령 주변 측근이거나 같은 정파로 분류됐던 사람들이 아니라서 범여권 내부에서 쟁점이 되지 않고 있다고 본다. 또 하나 집권 초기에 대통령의 권력으로 밀어붙이는데, 박근혜 정부의 상식에 반했던 정책을 정상화시키는 것이라서 대통령의 행정지침에 공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박근혜 정부가 워낙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이라 반사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지시사항인 4대강사업 정책감사의 경우도 순서로 보면 정리가 안 된 측면이 있다. 정책감사를 하려면 4대강사업에 대한 잘못이라든가, 실패에 대한 정리가 있어야 한다. 비판하는 그룹들의 지적은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실패했다고 정리하지 않았는데, 정책감사로 가는 이유가 명쾌하지는 않다. 조국 교수가 임명됐을 때도 검찰개혁의 신호탄이라고 했는데,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개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는지 잘 생각해보면, 정리가 덜 된 측면이 느껴진다.

사회 이명식 : 개혁적이라고 평가받는 인사들이 있는 반면에 피우진, 강경화, 특히 윤석렬 특검 팀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내정한 것은 파격이라는 평가도 있는 것 같다. 안철수 후보와 가까웠던 장하성 교수나 박근혜 전 대통령 후보시절 정책을 보좌했던 김광두 씨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으로 내정한 것은 탕평인사의 측면도 있는 것 같다. 한편으로 조국, 임종석 같은 분들은 이념적인 편향이 있다는 평가도 나오는데, 파격적인 인사가 과거에는 좋은 성과를 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어떻게들 보시나?

김만흠 : 파격이라 하면 등급을 뛰어넘었거나,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등장한 경우인데, 그동안 정치권 내부에서 물망에 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파격일지 모르지만 인사 자체가 그렇게 파격적이진 않다고 본다. 피우진 예비역 중령의 경우 보훈처장 정도로는 충분히 임명할 수 있다고 본다. 강경화 후보자도 그 정도의 경력이면 충분히 해볼 수 있는데, 다만 UN을 중심으로 한 인권네트워크로 활동했던 사람이 안보 분야에서 어떻게 일할 수 있을까하는 영역 전문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발탁 자체는 비교적 잘 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윤석렬 서울지검장의 경우도 내부에서 돈봉투 사건이 터져서 마침 자리가 빈 상태에서 그 자리로 간 것이라서 무리할 정도로 파격인사는 아니라고 본다. 

유창선 : 인사에 대한 온전한 평가는 장관인사까지 지켜봐야 가능할 것 같다. 아직까지는 심각한 논란거리 된 인사는 없었던 것 같다. 청와대 참모진이나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하는 자리들이 주를 이루긴 했지만, 대선 기간에 문제제기 됐던 편 가르기 인사나 코드인사의 우려는 벗어나서 상당히 점수를 얻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청와대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코드가 같거나 가까웠던 인사가 실제로 많이 임용이 되고 있다. 다만 효과적으로 적재적소에 기용하고 있는 것이 주효해 논란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사회 이명식 : 인사문제는 청문회가 끝나고 100일 정도 지나서 총체적으로 봐야 하지만, 현재까지 무난하고, 몇몇 요소에서는 국민들로부터 기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 짚어봐야 할 것이 세월호 순직교사 인정문제, 국정교과서 철폐 문제,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문제, 인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문제, 그리고 정책 1, 2, 3. 4호와 대통령 취임사, 5.18 기념식,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전달한 대국민 메시지 등이다. 대통령이 직접 ‘별로 잘하는 게 없는데 비정상적인 것이 정상화 되면서 국민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씀했는데, 짚어봐야 할 것은 무엇인지 말씀해 달라.

황장수 : 문재인 대통령은 여론이나 지지도의 함정에 취하면 안 된다고 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위기상황이 올 때마다 부패척결이니 하며 한수를 들고 나와 지지율이 올라가, 결국은 본인이 탄핵되는 과정에서 손도 못 쓰고 재판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반대진영이 거의 무력화 된 상태이고, 언론도 반대 입장을 내지 않는 상황에서 80%대의 지지율이 나온다고 해서 그것에 취하면 약도 없다고 본다. 인사 부분에서 다 잘 한 것처럼 보이지만, 홍석현 전 회장을 특보에 임명한 것은 반대진영에서 봤을 때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홍석현 전 회장은 어떻게 보면 이해 상충자라고 할 수도 있다. 지난 번 촛불시위 과정에서 JTBC는 태블릿 PC 등을 공개하며 폭로에 앞장서서 탄핵을 성공시키는데 기름을 부은 장본인이다. 그런 회사의 회장이 문재인 정권에서 특보를 맡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반대로 보수세력이 거리에서 태극기를 들고 정권을 교체시켰는데, 거기에 앞장섰던 보수언론의 회장을 특사로 보내고 특보를 시켰다면 용납이 되겠나? 반대진영을 자극할 소지가 다분하지만, 때가 때인 만큼 말을 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5.18 문제, 세월호, 국정교과서 폐기 문제도 다 이념적인 문제이지만, 반대진영이 무력화돼서 목소리를 안 낼 뿐이다. 또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은 정규직의 노동유연화를 수반하면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해야 한다. 그런데 기존의 공기업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인천공항의 팔을 비틀어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겠다고 하고, 그것이 마치 전체적으로 가능한 것처럼 여론몰이를 하는 행태, 민간도 그런 흐름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 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만큼 인위적인 것이다. 그래서 집권 초반 발표하는 내용을 보고 상처를 받는 사람들도 많다. 집권했다고 해서 전부 다 개혁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하다. 이런 것이 쌓이다가 어느 순간 실책이 나오면 순식간에 반대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노무현 정권의 과정들도 성찰해서 성공한 정부가 되겠다고 한다면 반대진영에서 싫어하는 부분이 무엇일까도 생각을 해야 한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뭘 더 줄까 고민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것을 봤을 때 잘못 뽑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물밑에서 생겨나면서 축적되고 있을 것이다.

김능구: 그 부분은 남북관계와 북핵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차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인사와 업무지시 1, 2, 3. 4호가 국민들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가장 우려했던 건 친문패권주의였다. 상대 당뿐만 아니라 같은 당에 있던 사람들도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친노 ․ 친문 중심으로 당을 운영하고, 비선에서 결정을 한 사실이 있다는 점을 광범위하게 인식하고 있어서 우려를 했었다. 아직 초기 세팅이 끝나지 않은 상태지만 그런 우려를 일소시켜줬다는 점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기대감을 갖게 해줬고, 그것이 80% 이상의 높은 국정지지율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 부분이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당청 간의 관계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본다. 집권여당이 대통령의 뜻만 받아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여소야대 국회에서 중심이 돼 협치를 풀어내는 존재가 돼야 한다. 그런 여당의 역할이 있어야 문재인 대통령이 균형 잡힌 국정운영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김만흠 : 대통령의 업무 지시나 행정조치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은 앞으로 많지 않을 것이다. 좀 전에 언급됐던 일들 중에서 보면, 어떤 것은 이념적 갈등을 감수하면서 해야 할 일인 것이고, 어떤 것은 국민의 여론에 압도적으로 반한 일을 시정하는 일이었다.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직접 시행한 것은 의지 차원에서는 높이 살 만하지만, 그 조치 자체가 실질적인 효과를 얼마나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대통령의 의지표명 정도는 높이 살 만하지만, 앞으로 구체적인 정책집행을 그런 쪽으로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1호인 일자리 창출과 맞물려 있는 문제여서 이후 진행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노출되면 논란거리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유창선 : 어찌 보면 지금까지는 쉬운 과정일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워낙 비상식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일반적인 모습만 보여도 환호거리가 되고 있다. 지시를 통한 사안처리도 언제까지 그럴 수 없는 것이고, 앞으로는 국회에서 여야가 협의를 해야 입법을 통해 처리가 가능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은 비교적 소탈한 이미지, 소통의 모습, 변화의 요구에 화답하는 업무지시로 높은 지지를 받았는데, 앞으로는 힘든 과정이 예상된다. 국회에서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일들을 어떻게 처리해나갈 것인가가 문제이다. 앞으로 대통령과 여당이 5당 체제에서 정상적으로 국정운영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자기 것을 내놓는 모습을 보여야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있을 것이고,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개헌 논의가 있을 텐데, 그와 관련해서 대통령과 여당이 기득권을 내놓는 결단이 있어야 다당제 체제에서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사회 이명식 : 취임사나 5.18 기념식사, 노무현 8주기 추도사틀 통해 앞으로의 국정방향과 하고자 하는 바를 잘 정리해서 전달했고, 국민적 공감과 기대는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취임 이후 보름 정도 만에 4대국과 EU에 특사 파견이 있었고, 외교안보라인이 내정됐다. 남북관계와 안보현안에 관한 문제가 가시화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말씀해주시고, 오늘 있을 특사로 파견 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이후 한중정상회담, 한미정상회담에서 다룰 문제가 점검되리라고 보는데, 그 사안에 대해 말씀해주시기 바란다.

황장수 : 외교, 안보, 통일 라인을 보고 ‘상장관’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문정인 특보가 사실상 외교통일 라인의 핵심이다. 문정인 특보가 연일 인터뷰를 한다는 것 자체가 그 분의 위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본인의 아들 국적문제도 이야기되고 있지만, 문 특보는 전 정권에서부터 청문회가 필요한 자리는 맡지 않고 자문의 자리에 주로 있었다. 정의용 안보실장이 약체라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 것이고, 안보 부분에서 사실상 문외한에 가깝다는 것도 잘 알려진 일이다. 현재 햇볕정책 버전 투(two)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개재하며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고, 북한이 핵을 동결한다는 전제로 6자회담을 추진하는데, 그 상황에서 문정인 특보는 북한에 줄 게 있어야 한다며 핵동결을 전제로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까지 얘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태도이다. 이런 태도로 6월말 트럼프를 만나러 가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 한국에서는 트럼프가 탄핵 국면에서 권력이 약화돼 상대하기 쉽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오히려 코너에 몰려 있기 때문에 더 강경하게 나와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에 간 이해찬 특사에게 시진핑이 쫄병 앉히듯 앉혀 놓고 사드문제를 빨리 처리하라고 다그친 사실을 보면, 중국도 정권이 바뀌었으니 빨리 선물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외교안보통일 문제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8월 20일 전후가 취임 100일이 될 텐데, 그 즈음에 주변 강대국과의 문제가 어떻게 자리 잡아 갈 것인가에서 답이 나올 거라 본다. 문재인 정권의 진보적 색깔과 DJ와 노무현 정권의 계승은 외교안보통일 부분에서 드러난다고 보는데, 전 세계가 주목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기를 풀어갈 때 문재인 정부가 DJ, 노무현 정권 때 했던 방법을 답습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현재 6.15 남북 공동선언 17주년 행사를 민간에서부터 준비한다고 하는데, 이런 부분이 쌓여 가면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유창선 : 미국 정부와의 조율이 관건이라고 본다. 남북관계와 관련된 여러 가지 현안에서 보수와 진보의 의견충돌 있을 수 있지만, 반대로 문재인 정부가 트럼프 정부와의 조율을 통해 합의의 가닥을 잡으면 국내에서의 논란도 한층 덜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대북정책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정부보다 운신의 폭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스타일상 정해진 하나의 길로 가는 것이 아니라 파격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담판 짓는 식으로 북한 문제에 접근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가 우리 쪽이 원하는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설득하면 한미 간의 조율이 큰 무리 없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북한도 대화를 통해서 빨리 해결하기를 원하고 있고, 트럼프 정부와 우리 정부도 대화를 통해서 해결하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흐름은 풀리는 쪽으로 가는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김만흠 : 새 정부 출범 자체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본다. 기존의 기조와 내용상으로 얼마나 달라졌는지 보다 새 대통령이 보낸 특사와 만난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전기를 만들 수 있는 계기라고 본다.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국내에 유리한 쪽으로 전달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실제로 상황 변화도 있는 것 같다. 다만 문정인 특보 관련해서는 같은 부분을 지적하고 싶다. 박근혜 정부 때 전문가로서 지적했던 내용과 특보이긴 하지만 정부를 책임지는 집행자의 위치에서 말하는 방식은 달라야 한다. 정책 집행자 입장에서는 기존의 체제에 바탕을 두고 보수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본다.

사회 이명식 : 사실 관계 인식에서 차이가 있다고 본다. 얼마 전부터 미국에서 북한이 핵을 동결하면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 표명을 여러 차례 했었는데, 우리가 핵 동결을 하면 북한과의 관계에서 전향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이 정부의 기조라고 봐야지 문정인 특보 개인의 입장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국의 왕이도 여러 차례에 걸쳐 북한 핵 동결과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맞바꿔야 한다고 얘기했다. 북한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실시하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이 북한에 대해 핵을 사용하기 위한 훈련으로 본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재래식 군사훈련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미국의 전략무기들이 대거 한반도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김능구 : 과거 노태우 정부 때도 팀 스프릿 훈련을 연기한 전례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햇볕정책 (sunshine policy)에서 sun 대신에 moon을 사용해서 문샤인정책(moonshine policy)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될 것이란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것이 기존의 햇볕정책에 현실주의를 가미한 내용이 되지 않겠나 생각하는 것 같다. 전체적인 틀은 남북관계에서 대립과 갈등의 방향 보다는 대화의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인다. 그런 부분들이 드러난 것이 트럼프와 시진핑의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압박과 제재를 강조했지만 시진핑은 현실적으로 북핵문제를 푸는데 있어서 압박과 제재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했고 이런 부분들이 상호 양해되는 과정이 있었다고 한다. 이후 미국도 대북정책을 최대한 압박과 관여로 정했다. 최대한 압박을 가하되 이후에는 대화의 여지를 두고 모색을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도 제재국면이기 때문에 오늘이 5월 24일 이지만 5.24 조치에 대한 어떠한 공식적 입장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공식입장으로는 북의 태도변화가 있어야 대화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선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물밑에서 수많은 협상과 대화가 진행이 되면서 그 결과물로 북한의 핵 동결과 거기에 상응하는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 본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 방향으로 꾸준히 가야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사회 이명식 : 지난 이명박 정부의 5.24 조치 이후 8년여 동안 남북관계가 얼어붙었고 박근혜 정부에서 개성공단 마저 폐쇄가 되어서 최악의 상태가 되었다. 이렇게 남북관계가 단절된 상태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위기는 고조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새 정부에서 이런 심각한 위기상황에서 앞으로 여러 노력들이 필요하고 과정들을 거쳐야 하겠지만 어떤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 문제를 풀어갈 것이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본다.

김만흠 : 정부의 정책을 집행하는 책임을 지는 자리에 계신 분들은 국민의 에너지를 모으는 방식으로 접근을 해야지, 문제를 던지는 방식으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사회 이명식 : 새 정부에서 외교안보 라인이 정해지면서 향후 남북관계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오면서 입장에 따라서는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이 문제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곧 미국, 중국과 정상회담이 진행이 될 것이고 그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윤곽이 드러나지 않겠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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