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5.18기념사-노무현추도식 키워드 ‘성공한 대통령’과 ‘민주주의 정통성’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오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고인을 기리는 인사말을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오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고인을 기리는 인사말을 했다.

[폴리뉴스 정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모식에서 “성공한 대통령”의 꿈을 강조했다. 이는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사에서 개헌까지 언급하며 ‘민주주의 역사의 정통성 확립’을 강조한 것과 함께 ‘성공한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키워드가 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지난 10일 대통령 취임사에서 한 “성공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는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 서거 추모식에서도 ‘성공한 대통령’을 강조한 것은 이것이 선의의 정치적 수사나 개인적 의지가 아닌 ‘성공한 대통령’ 전범 창출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목표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이후 13일 동안의 여정을 보면 후보 시절 ‘답답하고 애매하다’는 지적을 받던 바로 그 ‘문재인 후보’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문 대통령의 행보는 ‘폭풍 질주’에 가깝다. 파격과 탕평인사, 낮은 자세의 소통행보, 대통령 지시 1, 2, 3호로 불리는 깜짝 정책행보 등으로 국민의 막힌 속을 시원하게 뚫어놓고 있다.

자칫 ‘포퓰리즘’처럼 보일 정도의 행보이지만 문 대통령이 국민에게 밝힌 3번의 메시지에서 ‘민주주의 역사적 정통성 확립’과 ‘성공한 대통령’이란 전략적 키워드를 제시했고 이 토대 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은 문 대통령의 10일 취임사, 18일의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사, 그리고 23일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모식 인사말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3개의 대국민 메시지는 ‘문재인 정부’의 5년 플랜을 담아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밑그림일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10일 취임사에서 ‘성공한 대통령’의 길을 걷겠다는데 모든 방점을 찍었다. 문 대통령은 탄핵으로 치러진 대선이라는 불행한 역사 종식을 언급하며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새로운 모범이 되겠다. 국민과 역사가 평가하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깨끗한 대통령 ▲빈손으로 퇴임하는 대통령 ▲ 훗날 고향으로 돌아가 평범한 시민이 되어 이웃과 정을 나눌 수 있는 대통령 ▲약속을 지키는 솔직한 대통령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는 공정한 대통령 ▲국민들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드리는 대통령 ▲소통하는 대통령 ▲따뜻한 대통령, 친구 같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과거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사에서 국정패러다임과 국정철학을 국민들에게 제시하는데 비중을 뒀지만 문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으로서 모범을 창출해 ‘성공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를 위한 국정과제로 제시한 ‘국민 통합’의 주 내용도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의 결별 ▲권위적 대통령 문화 청산 ▲광화문 대통령 시대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한반도 평화정착과 안보위기 해소 ▲분열과 갈등의 정치 극복 ▲민생어려움 극복과 재벌개혁 등 시급한 정책과제에 대해서도 언급했지만 문 대통령의 취임사의 핵심은 ‘성공한 대통령’의 전형을 반드시 만들어내겠다는데 있다.

노무현 8주기 추도사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돼 다시 찾아뵙겠다.”

문 대통령의 ‘성공한 대통령’에 대한 집념은 노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 인사말에서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70여년의 공화국 역사에서 ‘성공한 대통령’의 전범을 자신이 꼭 창출하겠다는 목표의식을 담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23일 오후 경남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앞으로 임기동안 대통령님을 가슴에만 간직하겠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며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성공한 대통령’ 다짐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이제 우리는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정부까지, 지난 20년 전체를 성찰하며 성공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민주정부 10년과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손을 놓지 않고 국민과 함께 가는 것이다. 개혁도, 저 문재인의 신념이기 때문에, 또는 옳은 길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눈을 맞추면서, 국민이 원하고 국민에게 이익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국민과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국민이 앞서가면 더 속도를 내고, 국민이 늦추면 소통하면서 설득하겠다. 문재인 정부가 못 다한 일은 다음 민주정부가 이어나갈 수 있도록 단단하게 개혁해나가겠다”고 국민이 원하지 않는 개혁은 차기 정부 과제로 넘기겠다는 말도 했다. 개혁에 대한 강박감보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민보다 반걸음 앞선 국정운영’의 스탠스를 견지하겠다는 얘기다.

5.18정신 헌법전문 담기, ‘성공한 대통령’의 개혁요건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 함께 하는 개혁’의 핵심은 ‘민주주의 역사적 정통성 확립’이다. 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민주주의 퇴행을 바로잡는 ‘비정상의 정상화’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민주주의 투쟁의 역사’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는데 있다.

문 대통령은 5월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직접 낭독한 기념사에서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있다. 1987년 6월항쟁과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맥을 잇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역사성을 천명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는 5.18민주화운동과 촛불혁명의 정신을 받들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온전히 복원할 것”이라며 “광주 영령들이 마음 편히 쉬실 수 있도록 성숙한 민주주의 꽃을 피워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광주정신을 헌법으로 계승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 시대를 열겠다”며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아 개헌을 완료할 수 있도록 이 자리를 빌어서 국회의 협력과 국민여러분의 동의를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광주 5.18정신을 헌법적 가치로 승격해 국가정통성으로 삼겠다는 의지다.

5.18정신을 민주진보진영의 테두리에 두지 않고 헌법적 가치로 삼겠다는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대통령 취임 8일 만에 ‘개헌’의 문까지 연 것은 집권초기 권력누수까지도 각오한 이례적인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다음날인 5월19일 5당 원내대표와의 청와대 오찬회동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개헌국민투표를 재차 확인까지 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시도는 결코 쉽지 않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세력의 거부정서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개헌과정에서 정치권의 동의를 이끌어내는데 여러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개헌 약속’까지 하면서 이를 무릎 쓴 것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국민들을 설득해 정권 차원의 상징적 ‘개혁’의 성과가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아내는 것이 그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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