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해진 일본, 위안부 재협상 예상하고 사전에 쐐기를 박으려고 한 것”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사진=폴리뉴스DB]
▲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사진=폴리뉴스DB]
[폴리뉴스 정찬 기자]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12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을 주문한 것을 “덫”으로 비유하며 “아베 총리가 덫을 놨는데 (문 대통령이) 안 빠졌다”고 말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가 첫 축하전화에서부터 위안부 합의 이행을 주문한 것에 대해 “문 대통령이 확실하게 얘기하지 않고 앞으로 긴밀하게 협의하자고 했다면 이를 두고 사실상 아베 총리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하고 협상에서 압박하는 카드로 쓰려고 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상 간의 전화통화에서 아베 총리의 이 같은 언급이 사전에 조정됐을 가능성에 대해 “그건 아니다. 더구나 저런 문제를 미리 귀띔하거나 할 리가 있겠나. 덫을 놓은 사람들인데...”라며 아베 총리가 기습적으로 문 대통령에 대해 공격적인 스탠스를 취했다고 봤다.

이러한 일본의 태도에 대해 “일본이 급해진 거다. 문재인 정부는 위안부 문제 재협상을 할 거라는 것을 예상하고 사전에 쐐기를 박으려고 하는 건데 문 대통령이 대응을 잘하셨다”며 “위안부 합의라는 게 미국의 압박에 의해 성급하게 그야말로 수술하다 말고 그냥 꿰매는 식으로 봉합된 것 아닌가. 어떻게 보면 외교적 압박에 의해서 체결된 합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위안부합의 이행을 거부함으로써 한일관계가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지적에는 “(그런) 걱정을 하는 것을 일본에서 또 이용하려 할 거다. 여론 조성도 하고 일본 언론은 그런 짓을 잘하니까 거기에 흔들리지 말아야한다”며 “우리 국민 절대다수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일본이 알고 정책을 바꾸도록 장외압박을 가해줄 필요가 있다. 국민여론이 외교에 굉장히 큰 힘”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전화통화에 대해 “경제 보복, 경제 압박을 풀어달라는 문 대통령의 요청은 시 주석이 즉답하기가 어려운 문제였다. 즉답을 안 했을 것”이라며 “앞으로 특사가 가고 또는 공식적인 협상이 시작될 때 중국이 자기 입장을 내놓을 것이기 때문에 그 정도 얘기한 것만 해도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게 중국식이라고 생각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식으로 묵묵부답으로 얼굴 표정은 모르지만 쳐다보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인도 긍정도 아닌 그런 식으로 비춰질 때가 있는데 앞으로 (사드) 문제는 협의하자, 당신네 입장 우리가 알았고 우리 입장 조금 전에 통보했으니까 그 양자 간 협정은 앞으로 찾아나가자는 식”이라고 해석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지명에 대해 “서훈 전 차장이 가지고 있는 인맥이라는 게 있지 않나. 북쪽과 잘 통하는 사람을 국정원장으로 지명하는 거 보고 아마 북쪽에서는 남북관계를 앞으로 좋은 방향으로 풀어나가려고 하는 의지가 확실하다고 이해할 것”이라며 “우리 쪽에서 공식적인 액션을 취하면 반응이 나올 것이다. 그 액션은 통일부가 해야 된다”고 했다.

이러한 남북관계 개선 기조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걱정하지 마라”며 “지난 4월 26일 미 국무장관, 국방부장관, 국가정보국장 3인이 공동으로 대북정책을 발표하지 않았나? 최대 압박과 개입이라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그랬다. 그러고 나서 사흘 후에 트럼프 대통령은 상황이 조정되면 김정은과도 영광스럽게 만날 거라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상황이라는 것은 ‘비핵화와 관련된 북한의 태도 변화가 감지가 된다면’이라는 뜻”이라며 “압박을 먼저 한 뒤에 북한과의 관계를 설정해 나간다는 순서를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를 위해서라면 김정은과 만나겠다는 얘기는 소위 정상회담이라고 하는 입구로 들어가서 비핵화라는 출구로 나오려는 순서를 잡았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정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과 관련 “우리도 남북관계를 먼저 개선해 비핵화를 빨리 촉진시킬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해 나갈 수 있다”며 “트럼프는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하면 괜찮고 우리는 핵문제를 풀기 위해서 남북관계를 먼저 개선하고 정상회담도 못할 것 없다고 얘기하면 반대하는 것은 곤란하다. 트럼프 정부에 들이대는 잣대나 우리 정부에 들이대는 잣대가 같아야 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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