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망친 나라는 좋은 대통령으로 다시 일으킬 수 있다”

6일 문재인 후보 찬조연설에 나선 이세돌 9단.<사진=SBS></div>
▲ 6일 문재인 후보 찬조연설에 나선 이세돌 9단.<사진=SBS>

[폴리뉴스 안병용 기자] 바둑기사인 이세돌 9단은 6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찬조연설에 나섰다.

이 9단은 이날 SBS TV에서 방송된 문 후보 찬조연설에 나와 문 후보에 대해 “이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사람”이라면서 “국민이 이제 ‘신의 한 수’를 둘 차례다. 그 한 수를 문 후보로 두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지지를 호소했다.

앞서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의 후원회장을 맡았던 그는 이날 연설을 통해 “경선 당시 안 지사가 아닌 문 후보가 대선후보로 결정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더라.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문 후보를 돕겠다고 했다”면서 “이번 민주당 경선에 참가한 후보들 모두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이 9단은 “박근혜 정권의 자충수로 대한민국이 분노했다. 꼼수와 무리수로 점철됐던 긴 세월에 국민의 억울함과 참담함이 극에 달했다”면서 “하지만 촛불민심이 포석을 깔아줬고, 정석대로 돌을 놓아 판세를 키워온 문 후보가 있어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깔끔한 끝내기를 해야 할 때다. 바로 지금이 사활을 걸 때”라면서 “꼼수는 결코 정수를 이길 수 없다. 한 번만 다시 복기해보면 결론은 문재인”이라고 강조했다.

이 9단은 “알파고와 대국을 하는 동안 몸무게가 7㎏이나 줄 정도로 고민을 많이 했고, 네 번째 대국에서 드디어 1승을 거뒀다. 그 4국에서의 78수를 ‘신의 한 수’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더라”라면서 “하지만 저로서는 거기 밖에 둘 곳이 없었다. 최선이자 유일한 선택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문 후보를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바둑 판에 ‘신의 한수’로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정치인이라면 부득탐승(不得貪勝) 즉 승리를 탐하지 않고, 공피고아(攻彼顧我) 즉 나를 먼저 돌아보고, 기자쟁선(棄子爭先) 즉 훗날을 위해 작은 희생을 감수하고, 사소취대(捨小就大) 즉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곳으로 나아가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9단은 “문 후보는 4년전 선거에 대한 복기도 잘한 것 같다. 내분으로 지리멸렬하던 민주당을 개혁해 원내 제1당으로 만들었다”면서 “바둑으로 받은 스트레스는 바둑으로 풀어야 하는 것처럼, 대통령이 망친 나라는 좋은 대통령을 뽑아야 다시 일으킬 수 있다. 문 후보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준비를 마쳤다”고 평가했다.

이어 “참여정부 때 치아가 11개 빠져 임플란트로 버티는 바람에 발음이 어색하다고 하는데, 동질감이 느껴진다. 저도 어린 시절 스트레스성 기관지염을 앓고 목소리가 가늘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9단은 “오히려 문 후보의 어눌한 목소리에 신뢰가 간다. 문 후보는 은퇴 후 툇마루에서 바둑을 두는 것이 꿈이라는데, 제가 5년 뒤 상대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세돌 9단의 문재인 후보 찬조연설 전문.

안녕하십니까.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입니다.

흰 돌과 검은 돌이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승부를 결정짓는 바둑.

제가 이 바둑돌을 쥔지 내년이면 30년이 됩니다.

다섯 살에 배운 바둑이 저의 인생을 바둑판 위에 올려놓았죠.

흔히 정치를 바둑판과 같다고들 합니다.

정치나 생활에서 바둑 용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죠.

 


제가 많지 않은 나이지만

제가 보는 정치, 제가 보는 문재인 후보 이야기를 한 번 해 볼까합니다.

 


저는 지난 민주당 경선에서 안희정 지사를 지지했습니다.

경선 당시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결정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 사람이 많더군요.

저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문재인 후보를 도울 거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번 민주당 경선에 참가한 후보들 모두, 좋아합니다.

 


이렇게 훌륭한 분들을 한꺼번에 놓고 고민하는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문재인 후보가 공정한 경쟁을 통해

당당히 대통령 후보로 결정된 것에

국민의 한사람으로 자부심을 느낍니다.

경선 경쟁자들이 지금 문재인 후보를

진심을 다해 적극적으로 돕는 것을 보면,

제 생각이 틀리지 않은 걸 확인하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요즘엔 많은 분들이 이세돌 하면 알파고와의 대국을 떠올립니다.

인간 대 인공지능의 대결이라 세계적으로 관심이 많았죠.

결과는 4대 1. 저의 완패였습니다.

저를 격려해 주는 분들은 슈퍼컴퓨터와의 싸움에서

한번이라도 이겼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칭찬해 주셨죠.

애초에 공정한 경쟁이 아니었다는 말도 했습니다.

알파고의 전적이 그 때까지 499전 전승이었으니까 말이죠.

 


하지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알파고와의 대국은 사실 알파고가 아니라

제 자신에게 졌던 겁니다. 

준비가 안 돼 있었고, 상대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습니다.

세 번의 대국에 내리 패하면서 순간적으로 공황 상태에 빠졌습니다. 

복기를 반복하면서 돌파구를 찾으려고 했죠.

 


수를 읽는다는 것은 상대의 심리와 허점을 공략하는 것인데

체력소진도 없고 감정도 없는,

게다가 수백 개의 두뇌를 가진 슈퍼컴퓨터에

어떤 수읽기가 통할까? 고민이 많이 됐습니다. 

대국을 하는 동안, 몸무게가 7킬로그램이나 줄었습니다.

 


제가 약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더 집중하는 수밖에 없었죠.

그런 제 정성이 통했던 걸까요?

네 번째 대국에서 드디어 알파고에게 1승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4국에서 둔 78수를 신의 한수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도대체 그 자리를 어떻게 찾아냈냐고 하는데요.

저로서는 거기 밖에 둘 데가 없었습니다. 다른 곳은 없었죠.

최선이자, 유일한 선택이었습니다.

 


나중에 알파고와의 대국 책에 추천사를 써 주신 분이

문재인 후봅니다.

 


문재인 후보의 추천사 한 구절을 읽어보겠습니다.

 


“정치는 바둑을 통해 배우는 점이 많습니다.

 


부득탐승. 승리를 탐하면 이길 수 없으며

공피고아. 상대를 공격하기 전에 먼저 나를 돌아봐야 합니다.

기자쟁선. 작은 희생을 감수하며 훗날을 기약해야 하고

사소취대.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곳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 정치입니다.”

 


문재인 후보가 중학교 때 동네 어르신들 어깨너머로 배운 바둑실력이

아마 3단 정도 된다는 얘기를 듣고 참 대단하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바둑으로 정치를 멋지게 표현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제가 알파고와의 4국에서 둔 78수 역시

이러한 정신을 잊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승리만을 목적으로 삼고 욕심을 부렸다면, 얻어지지 않았겠죠.

상대를 공격하기 전에 나를 돌아봐야 다음 수가 보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소탐대실이라고 하죠. 작은 걸 탐하면 큰 걸 잃습니다.

 


프로기사가 된 지 올해로 22년이 됐습니다.

수많은 대국을 치렀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하나를 꼽는 다면,

돌부처 이창호 9단과 함께 했던 2003년 LG배 세계기왕전입니다.

당시 저는 열여덟 살의 당돌한 소년이었고,

이창호 9단은 세계 제일의 바둑 왕이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첫 번째 세계 도전이기도 했죠.

저는 파죽지세로 2연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습니다.

세 번째 대국은 도저히 지기가 힘들다고 하는 정도였죠.

승리의 여신이 저에게 미소를 짓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으로 세계 대회 우승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생각한 순간,

갑자기 바둑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승만 보였습니다.

 


바둑판에서는 ‘아른아른하면 안 된다.’는 불문율이 있습니다.

선배들이 많이 충고해 주는 말이죠.

저는 그때 ‘아른아른하다’는 의미를 알게 됐습니다.

처음 느꼈던 상황이라 어떻게 해야 할 줄 몰랐습니다.

눈앞엔 이창호 9단이 돌부처처럼 흔들림 없이 앉아있고,

내 눈은 아른거리고...

세계 최고의 바둑 고수가 저의 그런 상태를 모를 리가 없었죠.

결국 남은 3국을 내리 지고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그 경험은 제 바둑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 됐습니다.

고작 10대 후반에, 이제 몇 번 이겨보지 않았던 소년이

패기 하나로 모든 걸 판단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된 거죠.

그 때 배운 게 많습니다.

 


그 이후 성공했던 모든 대국은

이 때의 실패가 가져다 준 성공이었습니다.

다시, 알파고 대국 책에 실린 문 후보의 추천사를 보겠습니다.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이세돌 9단이 1승을 한 후

지었던 환한 웃음은 인류에게 희망과 기쁨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저는 바둑을 통해 인생을 배웠습니다. 정치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크게 보고, 멀리 내다보고, 전체를 봐야 합니다.

바둑에서 국지전의 승부에 집착하지 말고,

늘 전체를 보면서 대세를 살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꼼수가 정수에 이길 수 없는 이치도 같습니다.’

 


바둑을 모르는 분들은 너무 평범하다 하실 수 있겠지만

바둑을 조금이라도 아는 분들은

이 말이 한 치도 틀림이 없다는 것, 잘 아시죠?

 


그래서 바둑처럼 정치도

크게 보고, 멀리 보고, 전체를 봐야 한다고 하는 문재인 후보를

저는 지금 위기의 대한민국이라는 바둑판에

신의 한수로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정치인이라면

부득탐승. 승리를 탐하지 않고

공피고아. 나를 먼저 돌아보고

기자쟁선. 훗날을 위해 작은 희생을 감수하고

사소취대.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곳으로 나아가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 별명은 승부사, 쎈돌입니다.

형세에 관계없이 물러서는 법이 없다 해서 붙여진 것이죠.

맞습니다. 저는 물러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바둑계에서는 상대가 정말 힘들어 하는 수를 많이 둔다는 평을 듣고 있죠.

 


점잖고 때론 물러서서 참을 줄 아는 이창호 9단 조차

저와 대국을 할 땐 처음부터 세게 나옵니다.

세게 나가지 않으면 끝내기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하더군요.

센 게 장점이나 단점이 아니라 그냥 제 스타일입니다.

반상 위에서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닙니다.

 


12살에 프로기사가 된 이후 이런저런 일로 인구에 회자됐죠.

17살에 승단대회 문제를 지적하면서 승단을 거부하기도 했고

2009년에는 좀 더 합리적인 한국 바둑의 모습을 기대하며 

휴직을 선언했습니다. 한동안 반상을 떠났었죠.

지난해에도 여러 가지 구설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만 들으시면 저, 엄청 말썽꾸러기 같죠.

네. 저 말썽꾸러기 맞습니다.

대한민국에는 저 같은 말썽꾸러기 많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라고,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목소릴 내야하고,

함께 고쳐 나가야 합니다. 

그런 생각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바둑을 둘 수 없었을 겁니다.

제가 말썽을 일으켰기 때문에 조금씩 달라지는 부분이 생겨났습니다.

우는 아이에게 젖을 더 주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관행이니 따라라!,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이 말을 따르고

우리의 후배에게, 우리의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지 생각해 보십시오,

 


저는 상식이 통하는 나라에서 살고 싶습니다.

어느 새 비상식이 상식인양,

비상식이어도 불리한 처지에 놓일까봐.

우리는 침묵하고 참아왔습니다.

 


저는 지난 정권에서 있었던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알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뺏고 국민의 생각을 통제하는 정권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죠.

국민의 안전을 보장해야 할 국정원이 댓글 부대로 전락하고

검찰과 경찰은 중립을 잃고 권력자의 손을 들어주는 나라.

여태 이런 나라에서 살고 있었나요, 우리가?

 


문재인 후보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성역 없는 수사기관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다는 기본 원칙을 지키는

추상같은 검찰과 경찰의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보고 싶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온화하고 배려심이 깊은 사람입니다.

남의 얘기를 먼저 들을 줄 알고, 생각을 깊게 한 뒤 말을 하는 사람이죠.

때론 그것을 답답하거나 우유부단하게 느끼는 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그런 생각을 하던 때가 있었죠.

하지만 만나보니 제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다른 사람의 애기를 먼저 듣고 참고하지만

자신이 공부하고 경험해, 깨달아서 만들어낸 생각을

주위의 말에 휘둘려서 함부로 버리지는 않는 사람이구나...

노력을 많이 하고, 그것을 믿고, 밀고 나가는 뚝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어릴 때부터 어깨 너머로 배운 바둑이 문 후보의 인성을

갈고 닦는 데 한 몫 했던 게 아닐까, 바둑 인으로서 생각해 봅니다.

 


바둑에서 복기는 중요합니다.

누구나 실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패했던 그 순간을 순서대로 차근차근 살펴보고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는 일은

계속되는 승부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입니다.

 


문재인 후보는 4년 전 선거에 대한 복기를 잘 한 것으로 보입니다.

내분으로 지리멸렬하던 민주당을 개혁해서

국민의 지지와 사랑을 받는 당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국적으로 고르게 지지를 받는

백 열아홉 개의 의석을 가진 원내 제1당이 됐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민주당에는 새로운 활력이 넘칩니다.

차기, 차 차기에 민주정부를 이어갈 인재들이 넘쳐납니다.

4년 동안의 복기 끝에 얻어낸 경험과 자신감으로

문재인 후보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준비를 마쳤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일하면서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치아가 빠졌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지난해 4.13총선에서 하나가 더 빠져 열한개의 치아를

임플란트로 버티고 있답니다.

발음이 약간 어색한 것도 그 때문이죠.

 


왠지 동질감이 느껴졌습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있거든요.

 


종종 제 목소리에 대한 질문을 받습니다.

제 목소리가 이렇게 가늘어 진 것은 

열 서너 살 무렵 심한 스트레스성 기관지염을 앓았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은 전라남도 끝자락 비금도에 계셨고

저를 돌보던 큰 형은 군대에 간 상황이라

제 어려움과 외로움을 돌봐 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병원 한 번 변변히 가보지 못한 채 치료시기를 놓쳤고

기관지 신경이 마비되면서 실어증에 걸리게 됐죠.

그런데 한 번 변한 목소리는 쉽게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문이 트였지만 예전 목소리를 되찾진 못했죠.

 


과정을 생략한 채 드러난 겉모습만 본다면

문재인 후보의 발음이나 제 목소리에 대해서 오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통을 이겨낸 결과이기 때문에,

저는 별로 신경 쓰지 않게 됐습니다. 

오히려 개성 있다며 좋게 봐주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죠.

제 목소리를 귀엽다는 분들도 많거든요. ^^

문 후보의 약간은 어눌하게 들리는 목소리에

오히려 저는 더 신뢰가 갑니다.

 


저는 흔히 말하는 ‘딸 바보’ 아빱니다.

제 딸이 올해 열 두 살인데요.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1승이라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제 딸과 아내가 곁에서 응원해 준 덕이 컸습니다.

아빠가 수읽기 하려고 눈빛이 진지해질 때

최고로 멋있다고 엄치 척을 해주는 귀여운 딸입니다.

수를 놓고 자책하는 모습은 싫다며 얼른 잊어버리라고 말하는

어리지만 속 깊은 딸이죠.

 


제게 삶의 기쁨을 안겨 준 딸이 살아갈 세상에 대해

생각해 볼 때가 많습니다.

 


저는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다 얼마 전에 가족과 다시 합쳤습니다.

제주도에 둥지를 틀고 딸을 데려오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안전이었습니다.

 


제주로 가는 비행기에서

바닷길을 지날 때마다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이 나라에서 내 아이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까.

 


누구는 3년이나 지난 세월호,

이제 그만 우려먹고 그만 이용하라고 하는데요,

글쎄요. 왜 그런 모진 말을 하는 지 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3년이나 지난 게 아니라, 아직 3년 밖에 안 된 겁니다.

그 때 받은 전 국민의 상처는 아직 딱지도 앉지 않았어요.

 


최근에 인양된 세월호에서 이름표가 붙은 교복이 발견됐죠.

흙이 곳곳에 묻은 색 바랜 교복을 보는 순간

본 적도 없는 아이의 얼굴이 그려졌습니다.

 


내 아이의 얼굴도 스쳐 지나갔습니다.

여러 사람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떠오르더군요.

절대 안 됩니다. 이런 일이 다시 생기게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서울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니

이번에는 미세먼지가 시야를 가리고 입을 닫게 만듭니다.

 


공약이 백 개, 천개 있으면 뭐 합니까?

지켜지는 공약이어야지요. 지킬 수 있는 사람이어야지요.

 


바둑으로 받은 스트레스는 바둑으로 풀어야 하는 것처럼

대통령이 망친 나라는 좋은 대통령을 뽑아야 다시 일으킬 수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아이를 마음 놓고 키울 수 있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좋은 대통령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후보는 은퇴 후 양산의 시골집 툇마루에서 계곡을 마주하고

바둑을 두는 것이 꿈이라고 하더군요.

그때 제가 상대해드리죠.

하지만 5년 뒤가 될 겁니다.

 


제가 서두에 바둑용어가 생활에서 많이 쓰인다고 했죠.

제 마지막 이야기는 바둑용어로 풀어 보겠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자충수로 대한민국이 분노했습니다.

꼼수와 무리수로 점철됐던 긴 세월에

국민의 억울함과 참담함이 극에 달했었죠.

하지만 촛불민심이 포석을 깔아주고

정석대로 돌을 놓아 판세를 키워온 문재인 후보가 있어

희망이 보입니다.

 


이젠 깔끔한 끝내기를 해야 할 땝니다.

바로 지금이 사활을 걸어야 할 때죠.

꼼수는 결코 정수를 이길 수 없습니다.

이제 국민이 신의 한수를 둘 차롑니다.

 


그 한 수! 문 재인에게 두시는 건 어떨까요?

한 번만 다시 복기해 보세요.

이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사람은 준비된 대통령,

문재인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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