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무심한 관찰자’ 역할 안돼

 국민연금공단이 대우조선해양의 채무 재조정안을 전격 수용하기로 한 17일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비가 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민연금공단이 대우조선해양의 채무 재조정안을 전격 수용하기로 한 17일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비가 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준완 경제부장]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에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어”라는 명구가 있다. 개인들이 어느날 자신의 인생사를 돌아본다면 누구나 한번쯤 동감할 만한 문장이다. 

지난달 23일부터 3주 동안이나 대우조선해양의 추가지원을 놓고 산업은행과 국민연금공단의 핑퐁게임이 이어졌다. 대우조선해양을 일단 살리고 보자는 산업은행 등 금융당국의 채무재조정안 수용안을 둘러싼 팽팽한 기싸움 이야기다. 

국민연금은 결국 17일 새벽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채무재조정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국민연금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 회사채 ‘50% 출자전환, 50% 상환 3년 유예’를 수용하면서 산은으로부터 최대한 상환을 약속 받은 모양새다. 

관객들은 이미 이같은 결과를 예상했는지 모른다. 대우조선이 법정관리 등 최악의 단계로 접어들면 국가경제의 심각한 우려가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제안을 외면하고 돌아서 앉기가 쉽지않다는 것을. “내 이럴줄 알았어”

그러나 국민연금공단은 나름 최선을 다했다. 채무조정 수용이 기금의 수익 제고에 보다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찬성’하기까지 고단한 시간이었다. 
 
왜냐면 국민연금은 우리 부모님과 가족들의 노후자금이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100세 시대에 노후에 수입이 없는 경우 국민연금은 차라리 생명줄이다.

국민연금공단은 국가경제를 위한 대승적인 결단보다 추가손실로 인한 연금가입자들의 눈물을 우선해야 하는, 초우위 목적이 무엇인지 똑똑히 알아야 한다.     

이제 국민들은 국민연금공단의 이번 결정에 또 한번 믿어보는 신뢰의 시간을 주는 일만 남았다. 

국민연금은 이런 국민들의 신뢰를 배반하지 않도록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과정을 눈 뜬 장님처럼 무심한 관찰자가 되어선 안된다. 대우조선이 발행한 회사채 1조 3500억 원의 30%에 육박하는 3900억 원의 피같은 돈을 회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대우조선의 회생을 통한 회사채 상환과 출자전환에 대한 보상이 무참히 무너지지 않도록 ▲대우조선측의 고통분담 요구▲한번 살려보겠다는 대우조선 임직원들의 기살리기 지원 ▲지속적인 실사에 대한 정보공유로 현황 파악과 조기상환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게을리하면 안된다. 

조선업황이 매년 좋아진다는 보장도 없고, 선박 수주 전망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더욱 긴장의 끈을 매만져야 한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허망하게 잃어버리면 국민들은 또다시 “내 이럴줄 알았어”라면서 탄식과 비난을 쏟아낼 것이다. 그 땐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가 복구하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서울시 중구에 있는 대우조선해양 건물. <사진=폴리뉴스DB>
▲ 서울시 중구에 있는 대우조선해양 건물. <사진=폴리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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