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간산업 국유화와 민주적 통제 방안

 

허 영 구(평등노동자회 대표, 전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

 

먼저 KT노동인권 백서: 1994~2016발간을 축하드립니다. 이 백서는 1993년부터 시작된 공기업이었던 한국통신 민영화(사기업화 : privatization) 이후 투기자본의 약탈과정에서 벌어진 국부유출과 노동인권박탈 과정을 매우 상세하게 기록한 방대한 기록물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이라고 할 때는 사기업을 지칭한다. 사전적 의미로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과 공공의 목적을 위한 공기업으로 구분한다고 하면서도 일반적으로 기업은 주식회사 형태의 사기업이 대표적이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무수히 많은 개인 자영업자, 협동조합법상의 사회적 기업, 민법상의 조합, 상법상의 특수조합, 합명회사, 합자회사들은 ‘11로 대표되는 주주자본주의의 대표주자인 주식회사에 밀려 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노조), 소비자, 지역사회(환경 등) 등 이해당사자자본주의와도 거리가 멀다.

 

공기업은 매우 비효율적이고 관료적이며 심지어 부정과 비리 그리고 낙하산 인사가 난무하는 공공의 적으로 치부된다. 따라서 국가나 공공단체가 운영하는 공기업들은 민영화 즉 사기업화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종교가 되어버린 신자유주의 세계화바람을 타고 공기업의 사기업화는 급속하게 타올랐다. 이런 연유로 공기업들은 약탈적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되어 왔다.

 

박정희 정권은 재벌육성을 통한 개발독재경제성장을 추진하기 위해 사기업화를 추진하였다. 최근 몰락한 박근혜 정권에 이르기까지 반세기 동안 진행되고 있다. 김영삼정권 시절인 1993년부터 시작한 한국통신 사기업화는 김대중 정권 임기 마지막 해인 2002년 정부지분을 완전 매각함으로써 완료됐다.

 

뉴욕월가를 중심으로 한 해외투기자본의 개방 압력은 1987년부터 시작됐다. 1989년 노태우정권은 공기업민영화추진위원회를 설치하였다. 이 무렵부터 국내주식에 대한 외국인 보유를 인정하였다. 10년 뒤인 1997년 말 IMF외환위기에 처하면서 4대 부문 구조조정 정책과 함께 개방화, 금융화, 사기업화는 급속도로 진행됐다.

 

2003년부터 노무현 정권은 동북아 금융허브국가 건설과 한미FTA 등 전방위적으로 자유무역을 추진함으로써 금융화와 함께 사기업화가 촉진됐다. 금융사기업화의 대표적인 사례가 투기자본인 사모펀드 론스타에게 외환은행을 불법, 헐값으로 매각한 사건이었다. 당시 자산총액 60조원 규모의 국책은행인 외환은행을 미국계 사모펀드이자 산업자본인 론스타에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51%14천 억원에 팔아넘겼다. 사모펀드는 법적으로 은행을 소유할 수 없었다. 있다고 하더라도 지분 10%를 넘어설 수 없었다.

 

결국 이명박 정권 말기에 하나은행이 인수함으로써 46천 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먹튀하였다. 거기다 론스타는 한미FTA의 투자자국가제소조항(ISD)을 악용해 정상적인 영업을 방해받아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한국정부를 상대로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 5조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다. 한국정부는 이 소송에서 수백 억 원의 법률비용을 지출하였다.

 

한미FTAISD조항에서 보듯이 국가의 통제를 무력화 할 정도로 자본의 자유를 확대하였다. 협상 당시 양국간 불평등 조항이라는 주장이 많았는데 통신사업의 경우 외국인 직접투자제한은 49%로 유지하되 국내에 설립한 법인을 통한 간접투자는 100%까지 확대했다. 반면 미국연방통신법 310조는 외국인 지분을 20%로 제한하고 있다.

 

한국통신의 외국인 지분 보유는 <전기통신사업법>8(외국정부 또는 외국인의 주식소유 제한) 1항에 따라 49%로 제한되지만 의결/배당권은 66.7%였고 2016년까지 8조원이 해외로 유출됐다. 한 때 30%까지 올라가기도 했지만 현재는 미국의 4개 사모펀드가 18.3%를 보유하고 있다. 매년 영업이익은 1조원에 달하는 데 6만 명 정규직 노동자 중 4만 명이 잘려나갔고 그 자리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채워졌다.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이 백서가 지적하고 있듯이 한국통신의 사기업화로 인해 국부유출 연 5천 억원~1조원, 마케팅비용 연 8조원, 통신망 중복투자 연 2조원 등의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이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 정리해고와 비정규직화 과정을 통해 고용불안, 임금삭감, 노동인권 침해, 민주노조탄압으로 나타나고 소비자들은 높은 통신비를 부담하고 있다. 자본은 사적이윤을 극대화 하지만 폐해는 사회화 한다.

 

세계인권선언 1조에는 존엄과 권리의 평등을 규정하고 있다. 동 선언 271항에는 과학의 진보와 혜택을 향유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히 혁명적으로 진화하는 통신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불평등과 배제가 증가하고 있다. 대한민국헌법 제1조의 민주공화국주권재민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의미한다.

 

그러나 헌법을 오독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일부 세력들은 <전문>에 나오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1191항의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한다는 내용을 묶어 자유민주적 자본주의 시장경제 질서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헌법정신은 대표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목적에 해당하는 제1조이다. 따라서 1191항도 제1조의 정신에서 그러하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1192항은 적정한 소득분배’, ‘시장지배와 경제력 남용방지경제민주화조항을 두고 있다.

 

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 일자리창출, 소비자편익 증대, 경제발전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한국통신 등 공기업을 사기업화 했지만 그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노동자들의 질 좋은 일자리는 사라졌고, 소비자부담은 가중됐으며, 경제성장에 기여하기는커녕 국부만 유출됐다. 사기업화의 장점은 확인되지 않았고 그 폐해만 늘어나고 있다.

 

지금 세계는 영국의 브렉시트 이후 유럽을 휩쓸고 있는 우파민족주의신자유주의적 민족주의라 불리는 트럼프노믹스까지 등장하였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구호인 자유화, 금융화, 개방화, 사기업화만 외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제 더 이상의 사기업화를 중단하고 이미 사기업화 된 통신 분야 등 국가기간산업을 재국()유화 할 때다. 오는 59일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통신국유화특별법>제정을 위반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

 

(KT노동인권센터 창립 7주년 기념, KT노동인권백서 발간기념 토론회 통신 민영화 15, 이대로 갈 것인가? : 통신공공성 회복을 위해 소유구조 변혁이 필요하다”, 2017411() 10:00~12:00 국회도서관 소회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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