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조현수 기자] 대우조선해양 지원 및 채무재조정 이슈에서 정부·산은·국민연금 등 각 주체들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서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채무재조정과 지원까지 원만한 합의로 가는 길이 순탄치않아 보인다. 각 주체들의 팽팽한 기싸움과 전략의 합의에 앞서 대우조선 이슈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흐름을 살펴보면, 우선 오는 21일 만기되는 대우조선 회사채 4400억 원 중 상당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산은에게 추가 감자(지분감소)와 회사채 우선 상환 등을 추가로 제시했다. 지금까지 채권단이 줄곧 주장해온 ‘대주주 책임론’이다. 산은은 맏형(대주주)인 만큼 고통 분담 비중이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산은측은 ‘불가’ 입장을 표명했다. 정용석 산업은행 부행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의) 추가 면담 요청 시 재고의 여지는 있으나 기본적으로 (채권 회수율이나 투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어떤 주장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더 이상 산은의 추가 부담은 없을 것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앞서 산은은 채권단에게 기존에 제시했던 ‘크레디트 라인(한도대출)’ 방식으로 지원한 금액을 산은이나 수은이 먼저 회수하지 않고 회사채 상환에 우선 사용하겠다는 제안을 전달했으나, 국민연금은 추가 요청사항을 제시하며 완곡히 거절한 모양새다.

결국 업계에서는 각 주체들이 ‘누가 책임과 부담을 더 많이 지겠는가’하는 싸움으로 비쳐진다. 속된 말로 ‘총대 멜 사람’을 찾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사안의 민감성과 중대성을 고려하고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 내린 각 주체들의 결정을 1차원적인 ‘치킨게임’으로 매도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들 각자만의 사정과 이해관계를 다 알지 못하는 입장에서 함부로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국내 경제 성장에 일조한 거대기업인 대우조선해양 지원 협상 테이블에서 불협화음만 계속나오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에서 정부측 의견에 동조했다가 후폭풍을 맞은 사건 탓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들의 소중한 기금이 모여 탄생한 국민연금 자금 사용에 신중을 기하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이 파국으로 치닫는다면 결국 그 피해를 입는 대상 역시 국민들임을 잊으면 안된다. ‘연금과 복지서비스로 국민의 행복한 삶에 공헌한다’는 국민연금 설립 취지를 되새겨 정말 국민을 위한 결단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산은 역시 대우조선해양 지원을 위해 많은 부분을 인내하며 감수하고 있는 것을 국민 모두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 정도면 할 만큼 했다’는 식의 생각은 금물이다. 한 기업의 ‘대주주’가 된다는 것, 그리고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책은행’으로서 떠맡아야 할 책임은 크고도 무거운 법이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결국 ‘국민들이 대우조선해양 지원에 공감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이나 산은은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복지정책이며 정책금융이다. 

결국 판단은 해당 주체자(산은·채권단 등)들이 내리겠지만 그 뒤에는 국민들의 동의와 신뢰가 따라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주체들이 결단력을 가질 수 없다.

신뢰는 각 주체들이 가장 바람직한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끊임없는 대화와 절제와 노력을 보여주는 자세에서 나온다. 또 그런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주체자들의 완벽한 준비와 강한 추진력, 크로스체크 등 꼼꼼한 실행여부가 담보되어야 한다. 

산은과 국민연금은 그들의 결정에 국민들이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기를 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기조를 형성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대우조선 스스로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자구책 이행에 충실하며, 국민들이 건넨 지원의 손길에 보답하려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다.

지금 국민들이 대우조선해양 지원에 반대하는 것은 대우조선 파산(혹은 법정관리)로 우리 경제에 닥쳐올 위험들에 대해 무지해서도, 대우조선이 괘씸해서도 아니다. 국민들은 대우조선에 막대한 자금이 추가 지원되면 그들이 악화된 현재의 경영상태를 바꿀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이런 ‘능력과 의지’가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해명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 해결의 핵심주체자들을 믿고 따르는 국민들의 공감과 신뢰감이 무섭게 느껴질 때 진정한 의미의 대우조선해양 지원이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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