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해선 기자] 전국적으로 벚꽃 축제가 한창이다. 봄이면 피어나는 수많은 꽃 중에서도 벚꽃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계절을 직접적으로 실감케 하는 상징적인 꽃이다.

매년 봄이면 음악 차트 상위권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벚꽃 노래만 봐도 벚꽃이 사람들에게 주는 이미지를 짐작하게 한다.

봄과 함께 찾아오는 유통가의 벚꽃 마케팅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다고 보여 진다.

하지만 올해는 유독 벚꽃과 관련해 출시된 제품들이 이미지화된 상품이 아닌 실체화된 맛과 향을 내세우며 눈길을 끌고 있다.

벚꽃 원액을 넣은 벚꽃소주를 비롯해 벚꽃 잎이 함유된 파우더를 넣은 커피전문점의 음료와 디저트, 벚꽃 추출액과 향을 넣은 탄산음료 등은 소비자들의 춘심(春心)을 자극했다.

벚꽃 추출액과 벚꽃 향을 원재료로 사용해 한정판으로 출시된 음료의 경우 당초 예정했던 물량을 출시 첫 주에 완판한데 이어 추가 생산량까지 모두 판매되며 ‘대박’을 쳤다.

온라인상에는 제품 후기가 줄을 잇고 있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벚꽃 향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기심이 실 구매로 이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벚꽃 맛은 물론이며 향 자체도 맡아 본 적이 없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사실 벚꽃은 향취를 내는 성분이 있긴 하나 워낙 함유량이 적어 일반인이 그 향을 맡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조향업계에서는 벚꽃 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흔히 벚꽃 향이라 불리는 것은 만들어진 인공 향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벚꽃 음료 후기를 살펴보면 소비자들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 그러니 당연히 단 한 번도 맡아봤을 리 없는 벚꽃 향이 이 제품들에서 난다고 표현하고 있다.

음료를 출시한 업체 측에 문의한 결과 벚꽃 추출액을 담은 것은 맞으나 벚꽃 자체의 향이 매우 미미한 만큼 천연향이 아닌 합성착향료를 넣었다는 대답을 들었다.

사실 대부분의 음료에 합성착향료가 들어간다. 천연향에 비해 착향 효과가 높고 단가가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일음료나 차에 들어간 합성착향료는 오리지널 과일의 맛과 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반면 본래 향 자체가 없다고 볼 수 있는 제조된 벚꽃 향은 과연 무엇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걸까?

결국 벚꽃 향 자체는 벚꽃의 이미지와 느낌, 감촉 등을 조합해서 만들어낸 가상의 향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존재하지 않지만 그 분위기와 느낌을 향기로 형상화한 ‘이미지조향’이라는 것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느꼈다는 벚꽃 향과 맛이 그저 상상했던 이미지에서 비롯된 착각에 지나지 않은 가짜라니 씁쓸할 뿐이다. 

짧게 피고 지는 벚꽃을 즐길 새도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마케팅 수단으로 상품화된 가상의 향으로 위로 받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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