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소리는 숙취 오래 가는 ‘싸구려 술’

보수논객 조갑제 대표는 지난 5일 이동호 캠페인전략연구원장과 선거 대담을 나누고 7일 '조갑제TV'에 '보수의 고민, 홍준표냐? 안철수냐?'라는 제목으로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 보수논객 조갑제 대표는 지난 5일 이동호 캠페인전략연구원장과 선거 대담을 나누고 7일 '조갑제TV'에 "보수의 고민, 홍준표냐? 안철수냐?"라는 제목으로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한 때 보수권 유력 주자가 될 거라던 유승민 후보가 계속 저공비행하는 이유가 페이스북에서도 엿보인다. 필자가 어제 유 후보 페이스북에 들어가 봤더니, 명색 대선 후보인데 포스팅 올린지 2시간이 지나도록 조회수 200이 채 안 된다. 썰렁해도 너무 썰렁하다. 

유 후보는 자신을 억누르는 사람이 없으면 뜨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 보수권에게 힘든 선거임은 분명하고 당연도 하지만, 자생적 성장력이 아직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이러니 안철수 후보 진영이 갑자기 북적이는 거, 이해가 간다. 사람들 의중이 변화와 개혁에 있는 건 두 말 하면 잔소리다.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보수권 후보는 몇 명이 나오든 다 합쳐도 최대 13% 선에 그칠 것 같다.

정책대결 선 ‘타이밍’이 중요

투표일까지 딱 한 달 남았다. 여러 소리 할 것 없다. 나라 이 꼴로 만든 세력 확실히 문책하고, 정책 대결에 집중하는 거 말고는 길이 없다. 지금 부랴부랴 정책 만들기는 조금 그럴 거고, 정책 마케팅에 승부가 달릴 것 같다. 마케팅에선 시장분석 못잖게 타이밍이 중요하다. 

실례를 들어보자. 비나 쏟아져야 조금 숨 쉴 만한 요즘 같은 때 안철수 후보가 어제 발표한 ‘미세먼지 대책’은, 그 내실을 떠나 일단 짭짤한 2루타다(물론 2루에 나가도 후속타가 있어야 점수로 연결되지만).

험한 소리 할수록 역효과만 나는 국면

정치판에 오래 있었던 분들은 “거친 선거판을 모르는 서생의 한가한 소리”라고 치부하고 싶겠지만, 지금은 험한 소리 할수록 역효과만 나는 국면이다. 오랜 자기논리에 더듬이가 무뎌져 사람들 마음 흘러가는 게 포착되지 않는 것이다. 험한 소리 듣는 쪽, 욕설로 공격당하는 쪽에 사람들이 결집된다. 그게 민심이고 그게 팩트다. 보수권의 의도적 선택도 그 자체로 의미 있게 평가받아야 한다. 그게 ‘현실’이다. 

검증을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검증과 모욕을 구분하라는 얘기다. 그냥 건조하게 사실만 발표하거나 의혹을 제기하면 된다. 공왈맹왈로 들리겠지만, 답은 대개는 평범한 곳에 있다.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게 항상 문제다. 

홍준표 지지율 하락이 생생 사례

저질 막말로 치명상을 입고 있는 경우가 바로 눈앞에 있다. “손 박사, 써준 대본 보지 말아요. 그리고 그건 인터넷 찾아보세요. 다 나와 있는데 왜 또 물어”라며 국민과 언론을 동시 테러한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는 데에는, 그의 ‘막말 시리즈’가 상당히 공헌하고 있다고 본다. 한 마디로 국민들 수준을 잘못 본 ‘정치적 자해’였다. 

그는 그 인터뷰 한 방으로 오매불망 보수 지지층을 제외한 전 국민을 ‘완전히 질리게’ 만들어버렸다(이번 선거에서 “완전히 질린다”는 표현은 중요한 변곡점을 만들고 있다. 민주당 경선에서도 이 표현이 나왔었다). 주변에 홍 후보의 그 인터뷰로 모욕감을 느꼈다는 분들이 십중팔구다. 그러니 그는 후보 확정 후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지는 거다. 

중간지대 사람들, 욕하는 사람에게 눈총

누가 뭐라고 하든 앞만 보며 정책으로 설득하는 게 최선이다. 그러다보면 선거전도 자연스레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일거양득이다. 이제부터는 험한 소리 하는 쪽이 진다. 이를테면 “죽 쒀서 개 준다” 같은 말.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가 개에 비유되면 누구나 분기가 강화되고 없던 투지도 생긴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중간지대 사람들도 미간 찌푸리며 욕하는 사람에게 눈총준다. 이런 현상, ‘정치적 성숙’이라고 보고 싶다. 

험한 소리는 잠시 후련할지는 몰라도 숙취 오래 가는 싸구려 술 같은 거다, 허탈한 자위다. 모욕당하면 더 똘똘 뭉치는 거, 정한 이치 아니던가. 어느 쪽이건 지지하는 후보를 당선시키려거든 라이벌 모욕주기는 절대 마시라. 손해가 ‘따블’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