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서예온 기자] 형제 관계는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돈독하면 서로에게 큰 힘이 되지만 갈등을 빚으면 많은 것을 잃게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롯데다. 2015년부터 시작된 롯데 일가의 형제 간 경영 분쟁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호텔롯데 등기 이사직 해임 등 수 차례의 사건을 거쳐 기업 이미지를 악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롯데는 그룹 지분 구조가 공개돼 일본기업 이미지가 진해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수십 년간 사업을 진행해왔지만 형제 간 갈등으로 ‘이방인’ 이미지가 굳혀진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국회 청문회장에선 ‘롯데가 한국 기업인가 일본 기업인가’라는 질문을 받는 등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 일가의 형제 간 갈등은 올해도 지속되는 모양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최근 신격호 총괄회장의 재산 압류에 나서면서 일각에선 형제 간 경영분쟁이 재 점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신 전 부회장이 압류에 나선 신 총괄회장의 재산이 계열사 지분인 만큼 신 전 부회장이 그룹 경영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신격호 회장의 아들인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어색하게 조우할 수 있는 상황이 생겼다. 신격호 총괄 회장의 오랜 염원이 담긴 롯데월드타워 정식 개장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신격호 총괄 회장은 신동주 전 회장이 보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은 최근 ‘롯데 임직원 일동’ 명의의 초청장을 신 전 부회장 측에 보낸 상태다. 

재계에선 롯데월드타워가 신 총괄회장의 숙원 사업인 만큼 신 총괄회장이 개장식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참석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이 타워 개장식에 참석하지 않는다면 구설수에 오를 수 있는 만큼 고민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월드타워 개장식으로 형제 간 갈등이 극명하게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옛 고사 성어에는 ‘여족여수(如足如手·형제는 몸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팔다리와 같다는 뜻)’란 말이 있다. 이 고사 성어는 ‘의좋은 형제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다. 벼 수확시기인 추석을 맞아 형이 벼를 동생 논으로 옮겨놨는데, 동생 역시 형을 생각해 형 논으로 벼를 날랐다는 내용이다. 

앞서 신 회장은 그룹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끝난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롯데(뉴 롯데)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가오는 롯데월드타워 개장식, 형제 간 갈등 해소는 롯데가 ‘뉴 롯데’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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