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거짓말’과 ‘사실은폐’ 국민 신임을 배반한 중대 위법행위로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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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0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문을 읽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0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문을 읽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폴리뉴스 정찬 기자] 헌법재판소가 70여년 대한민국 헌정사의 한 획을 그었다. 10일 헌재 대심판정에서 있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대한민국이 진정한 의미의 민주공화국임을 선포하는 역사적인 현장이었다.

대한민국은 1919년 상해임시정부가 출범하면서 왕정이 아닌 민주공화국을 지향했고 1945년 해방과 함께 이 길을 걸어왔지만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원칙은 불안정하고 공고하지 않았다. 이승만 독재정권과 박정희 유신정권, 전두환 군사정권이 국민주권을 짓밟거나 모독한 오욕의 역사 때문이다.

독재정권들이 국민들에게 강요한 헌정수호권력에 대한 복종을 의미했을 뿐 국민주권과는 동떨어졌다. 독재정권하에서의 헌법은 국가기득권 보호장치, 정권비판자에 대한 족쇄장치, 국민의 사상통제장치였다. 국민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억압하는데 악용됐던 헌법은 독재정권의 통치수단이었다.

당시 헌정질서 수호를 표방한 세력들은 독재정권의 하수인이었다. 그래서 1970~80년대 민주화운동은 헌정수호 세력과의 싸움이기도 했다. 이러한 역사적 흔적이 이번 박 전 대통령 탄핵정국에서도 탄핵반대세력이 태극기를 들고 헌정 수호구호를 외치는 행위에 묻어있다.

반대로 민주화세력, 또는 진보진영은 헌정수호란 말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민주적 정통성이 결여된 독재정권이 민주화운동을 탄압하면서 내세운 명목이 헌정질서 수호에 있었기 때문이다. ‘헌정 질서란 미명하에 주권자인 국민들의 권리가 훼손돼온 것이 최근까지의 역사였다.

1987‘87헌법 체제수립은 대한민국 헌정사의 역사적 전환점이었지만 주권재민의 민주공화국의 완성된 것은 아니었다. ‘선거에 의해 대통령과 국회, 지방자치단체 등의 권력을 국민이 직접 선출했지만 주권자인 국민들은 헌법의 주인이라기보다는 권력자들의 통치대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민주화됐다지만 대통령 권력이 입법부 국회와 사법부를 암암리에 통제하고 관리해 ‘3권 분립은 여전히 요원했다. 권력에 의해 불법과 편법이 저질러져도 대통령의 통치행위로 덮어진 경우도 많았다. 자연스럽게 경제권력과 정치권력, 행정권력 등의 국민주권무시와 불법도 횡행했다. 87체제가 미완성이라는 평가를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적 가치가 처음으로 광장에 울려 퍼진 것은 87년 민주화운동 이후 20여년이 지난 무렵인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에서부터다. 그리고 2017310일 이 주권재민의 원칙은 헌재의 박 전 대통령 파면선고로 비로소 그 기틀이 마련됐다. 대한민국 국민은 2017310일을 기점으로 통치대상이 아닌 국가권력의 주체임을 확인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 권한대행은 이러한 헌정사의 역사적 의미를 분명히 인식했다. 선고 전 진행과정을 설명하면서 그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 아시다시피,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 내는 힘의 원천이라며 재판부는 이 점을 깊이 인식하면서, 역사의 법정 앞에 서게 된 당사자의 심정으로 이 선고에 임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권한대행은 재판부는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에 따라 이루어지는 오늘의 선고가 더 이상의 국론분열과 혼란이 종식되기를 바란다어떤 경우에도 법치주의는 흔들려서는 안 될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 가야 할 가치라고 강조했다.

국민의 뜻과 의사로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헌법이며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이러한 원칙이 관철되는 역사적 법정이라는 인식이다. 비로소 대한민국 국민이 헌법의 주체이자 헌정수호의 주체로 거듭나는 순간이다.

또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안창호 재판관은 주문 후 보충의견을 통해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하여 파면결정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보수진보를 떠나 박 전 대통령의 행위가 반헌법적이며 헌법파괴행위라는 규정에 다름 아니다.

박근혜 거짓말사실은폐국민 신임을 배반한 중대 위법행위로 규정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을 파면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박 전 대통령의 위법행위 그 자체도 중대한 사안이지만 더 큰 문제로 박 전 대통령의 거짓말사실 은폐’, ‘법집행 방해를 적시했다.

헌재는 선고문을 통해 피청구인은 최서원의 국정개입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했다. 이로 인해 국회 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에 의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해 왔다. 그 결과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른 안종범, 김종, 정호성 등이 부패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중대한 사태에 이르렀다이러한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고 탄핵의 사유로 인용했다.

담화에서 진상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하였으나 정작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했다. 피청구인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결국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규정했다.

박 전 대통령의 거듭된 거짓말’, ‘사실 은폐 행위’, ‘법 집행방해가 위법행위보다도 더 엄중하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다. 대통령의 거짓말과 은폐가 대의민주주의란 헌법적 가치,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배반이라고 명시했고 헌법과 법을 수호해야할 의무를 진 대통령이 검찰수사를 거부한 행위를 두고 법치주의 정신 훼손이라고 못 박았다.

이에 헌재는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며 주문으로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선고했다. 대통령은 법률 위의 존재가 아니라 법률에 의해 규정받는 존재임을 분명히 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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