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재벌 삼성을 향한 10년의 외침

- 그 후 삼성 반도체/LCD에서 79명이 목숨을 빼앗겨

 

10년 전인 200736일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황유미는 23살의 나이에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너무나 슬프게도 아버지가 운전하는 택시 뒷좌석에서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 고통스럽게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아무것도 달리진 게 없다. 10년 동안 삼성반도체와 LCD부문에서 제보해 온 직업병 환자는 230여명이고 그 중 79명은 세상을 떠났다.

 

굳이 위안이라면 황유미의 죽음에 500만원을 내밀었던 삼성이었는데 최순실과 그의 딸 정유라에게 수백 억 원의 뇌물을 바친 3세 이재용이 구속되었다는 것이다. 201737일 저녁 추모제와 강남역 일대 행진 내내 꽃샘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 이 땅의 재벌자본주의 체제에서 뿜어 나오는 차디찬 바람이었다.

 

고 황유미 아버지 황상기님의 회고 각오,

 

“...11년 전에 삼성직원이 우리 집에 찾아와서 유미 사표를 쓰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삼성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유미를 산업재해로 인정해 달라고 그랬습니다. 그랬더니 이 직원이 아버님 이 큰 삼성을 상대로 싸워서 이길 수 있습니까?’ 그랬습니다. 그래서 제가 못 이긴다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문제를 가지고 11년이 지났습니다. 그 때는 저 혼자였는데 지금은 여기 있는 대로 사람들이 상당히 늘어났습니다. 반올림을 지원하고 함께 한 모든 분들과 함께 이 큰 삼성과 싸웠서 여기가지 왔습니다. 그래서 삼성에게 이기지는 못할망정 지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지 않는 일은 잘못된 거 밝히고 똑바로 하게끔 하는 일이 저는 지지 않는 일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안지겠습니다. 삼성에 끝까지 물고 늘어지겠습니다. 지지 않겠습니다. 10년 동안 이렇게 지원하고 노력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양향자씨 막말에 대한 황상기님의 분노,

 

삼성전자에서 상무로 있었던 더불어민주당 양향자씨 이 분, 삼성에서 일하다가 병들고 죽고 다친 사람들을 삼성에서 제대로 보상하고 사과하라는 것이 귀족노조 같은 행동을 한다고 하면 이 사람이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삼성에서 노동자가 일하다가 다치거나 병들고 다 망하고 가정이 파탄 나도 가만히 있으라는 소리로 들립니다. 며칠 만 더 있으면 국민 축제가 벌어질 것 같은 데, 2~3년 후에는 광화문 광장에 또 200, 300만이 몰려가서 촛불시위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듭니다. 양향자라는 분 말 잘못 했습니다. 반올림에 분명히 사과하시기 바랍니다.”

 

삼성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아들은 잃은 어머니의 편지글,

 

“...가족은 너의 빈 자리가 너무 크다. 오랜 세월동안 백혈병이라는 무서운 병마와 힘겹게 싸우던 너의 모습을 한 순간 한 순간 잊을 수가 없다. 너무도 추운 겨울날 끝내 지독한 백혈병을 이기기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구나. 우리는 찢어지는 가슴으로 통곡했지만 떠나는 너를 잡지 못했다. 마지막 떠나는 길을 외롭고 쓸쓸하지 말라고 친구들은 밤낮을 같이해 줬는데 정작 원인을 제공한 삼성은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조차 없었단다. 사람의 목숨을 파리 목숨만큼도 못 여기는 삼성반도체, 악덕 기업을 온 국민이 알아야겠기에, 억울한 너의 죽음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까 하여 온이 자리에 섰단다. 정부관계자 여러분! 우리 아들을 비롯한 힘없는 젊은 노동자들의 억울함을 하루 빨리 풀어주십시오. 미안해 하지도 않고 사과도 없는 삼성을 처벌해 주십시오.”

 

함께 연대하는 사람의 편지글,

 

“...당신이 하늘로 갈 때 초등학생이었던 제가 당신과 같은 나이가 돼서 편지를 읽을 만큼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길다면 긴 세월, 짧다면 짧은 세월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 79명의 생명이 삼성의 사과를 받지 못하고 떠나갔습니다. 그리고 300여명의 피해자와 가족들은 투병생활로 힘겨운 생활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 곳은 안녕하신지요. 우리는 안녕하지만은 않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삼성과 싸우고 있습니다. 이 농성장에서 당신의 동상과 처음 만난 날이 생각납니다. 오래되고 낡아서 삐걱대던 당신의 동상, 그 동상이 그렇게 마모될 만큼 오랜 시간을 당신과 당신의 아버지는 이곳에서 지냈겠구나 하는 생각, 처음 농성장에서 잠을 청하던 날이 생각납니다. 차 소리에 뒤척이면서 잠을 청하고서 일어나 보니 코에서는 매캐한 냄새가 나고 검은 이물질이 나오던 날, 매연과 먼지가 가득한 도로 위에서 얼마나 많은 밤을 뒤척이면서 지끈지끈한 두통을 견뎌냈을까 하는 생각...”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연간 영업이익만 24조원, 2017114, 삼성반도체 화성공장의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가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79번째 죽음으로 늘어났다. 이 참혹한 죽음, 삼성자본에 의한 살인을 멈춰야 한다. 201510월 삼성전자가 제3자 조정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대화를 보류시키고 자체 보상위원회를 꾸려 일부 피해자에게만 201512월 말까지 한시적인 개별보상으로 끝내려는 하자 이에 맞서 농성을 시작했다. 반올림(2007.11 시작)과 황상기님이 강남 삼성본관 앞 노숙농성을 시작 한 지도 500일을 넘었다.

 

228일에 국회 삼성 직업병 청문회도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연기됐다. 야밤 기흥 삼성반도체 공장 앞에 가면 반도체용 독극물표시가 된 탱크로리가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삼성은 화학물질과 작업환경 정보를 영업비밀로 취급하며 공개하기를 거부한다. 노동부는 삼성 편이고, 근로복지공단은 안전보건공단의 역학조사대로 산재 불승인을 반복한다.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의 증언이다.

 

질병의 종류는 다양했지만, 비슷한 점들이 많았다. 우선 너무 젊었다. 대부분 20, 많아봤자 30~40대 초반에 암 등에 걸렸다. 이들은 시골의 가난한 집안의 맏딸이거나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대학을 포기하고 고등학교 3학년 때 삼성에 들어갔다.

 

삼성에 들어가는 것은 처음엔 자랑이었으나 막상 일을 시작하니 병든 닭처럼 아팠다. 고된 노동과 이유를 알 수 없는 피곤함을 견뎌야 했다. 코피와 하혈, 두통과 비염, 피부 홍반과 탈모 같은 증상들이 나타났다. 옆 베이[작업공간] 언니는 유산을 하고, 엔지니어 선배는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백혈병으로, 암으로 또 누군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게 내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더욱이 라인에서 매일같이 취급하는 화학물질 때문이라거나 설비에서 나오는 전자파나 방사선 때문이라고 상상하기 힘들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7.3.6., 고 황유미 10주기 및 삼성전자 사망노동자 추모 집중행동, 강남역 삼성전자 본사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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