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이 기각되어야 하는 이유를 말하는 사람

 

박근혜 탄핵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 발표가 24시간도 남지 않은 시각, 청량리에서 Itx청춘열차를 타고 춘천으로 향했다. 날씨는 화창했지만 바람은 여전히 쌀쌀함이 묻어 있었다. 차창으로 비쳐지는 풍경은 고즈넉했다. 남춘천역에 내려 택시를 탔다. 평창운수 버스공영제 전환 촉구를 위한 강원도청 앞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택시에서는 오래된 트로트 가락이 흘러나왔다. 기사분이 테이프를 틀어놓았는데 조금 지나자 라디오 채널로 돌렸다.

 

그리고는 묻지도 않았는데 내일 박근혜 탄핵 얘기를 꺼내더니 자신은 기각될 것으로 믿는다고 한다. 4:4 정도로. 이유를 물어봤더니 박근혜는 재산을 물려줄 자식이 없고 형제들도 잘 사는데 개인이 뇌물을 받아 착복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뇌물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한다. 약간의 잘못은 있지만 탄핵당할 만한 사유는 되지 못한다고 한다.

 

그리고 박근혜가 죽을 때가 되면 가진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거나 국가에 헌납할 것으로 믿는다고 한다. 최순실과 정유라 등을 통해 뇌물을 받지 않았느냐고 말하자 그것은 박근혜 잘못이 아니고 최순실의 잘못이라고 한다. 그래서 최순실 일가의 재산을 환수하고 평생 감옥에 가둬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박근혜가 국회에서 탄핵 된 사유나 특검이 수사한 내용으로 볼 때 법률적으로 탄핵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자 역시 탄핵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반복한다. 만약 박근혜가 현재까지 드러난 죄로도 탄핵당하지 않는다면 법 형성을 감안해 우리나라 감옥문을 모두 열고 갇혀 있는 죄수들을 다 풀어줘야 한다고 했지만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노무현도 국회에서 탄핵됐지만 기각되었다고 한다.

 

수 백 억원 뇌물죄면 평생 감옥에서 살아야 한다고 말하자 역시 그 말에는 대응하지 않고 역대 대통령들이 해먹은 얘기를 꺼낸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등 역대 대통령들은 박근혜와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은 돈을 해먹었다고 한다. 만약 박근혜가 탄핵당한다면 그들 모두 탄핵됐어야 한다고 한다. 그럴듯한 논리다. 안 걸리고 해먹은 자들만 면죄된 셈이다. 독재자 박정희에 대한 향수, 박근혜와 함께 자신들의 시대- 보릿고개를 넘으며 반공과 산업화-가 사라지는데 대한 아쉬움이 묻어난다.

 

잠깐 사이에 도청 앞에 도착했다. 카드를 내밀자 결재를 한 뒤 카드를 건네주면서 또 한마디 한다. 사드배치로 중국이 한국에 경제보복하고 어려운 데 이재용을 구속시켜놨으니 재벌들이 돈을 안 풀어 경제가 더 어렵다고 한다. 탄핵기각을 바라는 택시기사와 1500만 촛불시민의 한 사람인 승객은 그렇게 헤어졌다.

 

평창운수 버스공영제 전환 촉구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 같은 자리에서 춘천지역 농민들이 박근혜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기자회견을 마친 동료들과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서울로 돌아오기 위해 역으로 이동하는 도중 집회를 마치고 나서 트랙터와 트럭을 몰고 행진하는 농민대오와 마주친다. “하야가가 울려 퍼진다.

 

(2017.3.9.. 춘천에서)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