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송경남 기자]

정부가 아파트 집단대출을 규제에 나서면서 전국 곳곳에서 중도금 대출 협약을 받지 못하는 아파트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의 한 재건축 단지는 다음달 20일이 1차 중도금 납부기한인데도 아직까지 금융권과 협약을 맺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평균 경쟁률이 221에 달하는 우수사업장이지만 시중은행은 대출에 인색했다.

한국주택협회가 지난해 1018일부터 올해 131일까지 분양한 52개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도금 집단대출 협약을 하지 못한 사업장은 전국 37, 27000가구다. 대출 규모는 66981억 원이다. 안정성이 보장된 공공택지에서 계약률 100%를 달성한 한 아파트 단지는 시중은행이 대출을 꺼려 지방은행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방의 한 재개발·재건축 단지도 계약률이 100%지만 시중은행은 대출총액 과다를 이유로 대출을 거절했다.

아파트 중도금 대출이 꽉 막힌 것은 올 11일부터 적용된 집단대출(잔금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에서 기인한다. 금융당국은 은행 스스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수준이며 가이드라인 적용은 잔금대출로만 한정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명목으로 중도금 집단대출에 대한 지도·점검을 하니까 은행권이 이를 중도금 대출 심사강화로 인식해 규제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은행권의 경직된 태도는 도를 넘어 조건부대출과 분할대출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조건부대출은 계약률 85% 이상등의 조건을 제시해 이를 충족했을 경우에만 대출심사를 해주는 것이다. 이 경우수요자는 자신이 내야할 중도금이 얼마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아파트 분양계약을 해야 한다.

분할대출은 2개 이상의 은행(2금융권 포함)이 조합을 이뤄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일부 시중은행은 대출총량을 이유로 일부만 해 줄 테니 나머지는 다른 은행에서 해결하라며 요구하고 있다. 아직 분할대출 사례는 없지만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 간 조합으로 분할대출이 이뤄지면 대출금리가 올라갈 것은 자명하다.

현재 중도금 대출금리는 시중은행이 연 3.464.13%, 지방은행이 4.24.3%, 2금융권이 3.884.5% 수준이다. 중소중견업체의 금리는 이보다 훨씬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높은 금리에서 대출이 결정되면 무주택 서민들의 주택 구입비 부담이 커진다.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해 실수요자가 계약과 입주를 포기하는 사태라도 발생하면 사회적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주택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연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경제성장률을 높이는데 일정 부분 기여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경제성장률 3.0% 1%포인트 정도를 주택건설이 책임졌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총액에만 함몰돼 주택시장을 침체로 몰아넣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은행권의 집단대출 기피 및 금리인상, 조건부·분할대출 등을 모니터링 하고  무주택 서민의 주택마련 의지가 꺾이지 않는 선에서 가계부채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도·감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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