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편집국장 칼럼] 전경련, 공중분해인가 변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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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시절 다 갔다.” “어떻게든 틀은 유지해야 할 텐데.” “차라리 해체하는 게 낫다.”

    해체 위기에 직면한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두고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한때 정부와 짝짜꿍이 되어 정경유착의 창구 역할을 하던 전경련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암담한 처지가 돼버렸다. 

    ‘위기’라는 단어는 ‘극복’이란 가능성이 따라붙을 수 있지만, 현재의 전경련은 위기 단계를 넘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해체하느냐가 차라리 관심사다. 

    당장 없애라는 요구도 있고, 연구기관으로 틀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치권과 재계, 사회 여론의 흐름이 전경련을 옛날처럼 좋게 봐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동안 전경련의 행태에 대해 말이 많았지만 경제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그런대로 봐줬는데,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해체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청문회에 나온 대기업 총수들은 약속이나 한 듯 전경련을 탈퇴하겠다고 했고,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전경련의 입장에서는 숨이 넘어갈 일이다.
      
    전경련은 회원사들이 연간 500억 원의 회비를 내서 운영했다. 이중 삼성 등 4대그룹이 낸 돈이 250억 원이다. 만일 4대그룹이 모두 탈퇴하면 수입이 반으로 준다. 나머지 회사들마저 줄줄이 탈퇴하면 수입은 확 줄어든다. 

    이렇게 기업들의 줄탈퇴가 이어지면 회비로 직원들 봉급 주기도 힘들지 모른다.   
      
    전경련은 회원사 회비 500억 원, 임대차 및 주차장 수익 400억 원 등 900억 원의 수입이 있다. 지출은 인건비 130억 원, 각종 사업비 370억 원, 건물 부채와 원리금 상환, 관리비 400억 원 등 900억 원을 쓴다. 

    회원사가 탈퇴해 수입이 없어지면 부도가 나든지, 건물까지 다 팔아야 청산을 해야 할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일 삼성전자가 탈퇴했다. 삼성생명보험,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증권, 삼성화재해상보험,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삼성카드, 삼성SDS, 삼성전기, 제일기획, 신라호텔, 에스원 등 탈퇴 대열에 합류했다. 이에 앞서 LG그룹도 탈퇴원을 접수했다.
      
    현대차와 SK는 아직 탈퇴서는 내지 않았지만 전경련 활동을 중단했다. 탈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다른 기업들도 대부분 탈퇴한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되면 전경련 사무국이 아무리 전경련을 유지하려고 발버둥을 쳐도 자동 해체가 불가피하다. 냉장고에서 나온 아이스크림이 스스로 녹는 것과 다른 게 없다.
      
    문제는 전경련을 완전히 분해시켜 없앨 것인가, 아니면 미국의 헤리티지재단처럼 연구기관으로 전환시킬 것인가가 관건이다. 전경련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치권이나 경제계도 좋은 생각이 있으면 제시해야 한다. 
      
    전경련은 곧 이사회와 정기총회를 연다. 여기서 전경련 해체문제와 앞으로 방향 등이 논의되는 데 아직까지 새 회장으로 나설 사람이 없다. 허창수 회장과 이승철 부회장은 이달 말 물러난다. 당장 급한 게 새 회장을 모시는 일이다. 회장이 나와야 전경련의 방향에 대한 그림이 나온다. 
      
    차기 회장과 부회장을 구하지 못하면 전경련은 회원사 이탈이 가속화하고 결국은 법인을 청산하는 최악의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이승철 부회장을 다시 내세울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의 경우 청문회 등에서 말을 자주 바꿔 신뢰를 상실했다. 전경련이 이 지경이 되도록 만든 책임도 크다.
      
    전경련은 이사회와 총회를 계기로 탈바꿈해야 한다. 어떤 형태로 바뀌든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끊는 게 가장 중요하다. 정치권이나 정부 주변을 기웃거리거나 기업에 손을 내민다면 절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연구기관으로 문패를 새로 거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그동안 회비로 흥청망청 쓰고, 정경유착의 뿌리가 남아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원하는 만큼의 변신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권이나 기업의 비위나 맞추는 연구를 한다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
      
    전경련은 개발시대에 이 나라의 경제발전과 부흥을 위해 큰 일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 대신 정부로부터 많은 특혜를 받은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정부와 대기업이 서로 주고받은 게 많다는 뜻이다. 이번에 최순실 게이트로 곪았던 게 터졌을 뿐이다.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정치를 보는 눈도 바뀌고, 기업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경제발전에 기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정경유착을 눈감아주는 시대도 지났다. 또 기업들이 보는 전경련도 예전과 다르다. 해체 요구는 더 강해질 것이다.
      
    전경련은 경제발전의 주역에서 이제 미운 오리새끼가 되고 말았다. 전경련을 옹호하거나 도와줄 사람도 없고 기관도 없다. 죽든지 살든지 혼자 살아남아야 한다. 이사회와 총회에서 전경련과 기업, 국민에게 다 좋은 결정이 나오길 기대한다.

    김병호 기자 bhkim860@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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