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식 칼럼] 개성공단 폐쇄 1년, 자해적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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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공단 폐쇄 1년(2월 10일)을 앞둔 지난6일 경기도 파주시 도라전망대에서 본 개성공단 <사진=연합뉴스>


    개성공단 폐쇄 1년을 맞는다.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되었고 북핵상황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북핵실험의 여파로 공단을 닫았는데 한반도 정세는 호전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입주기업의 한숨은 높아 가는데 공단재개의 희망은 더더욱 낮아 보인다.

    공단폐쇄 1년을 맞으면서 과연 우리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인지 차분하게 객관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혹여나 감정적 즉흥적 결정에 치우친 나머지 득보다 실이 많다면 지금이라도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할지 모른다.

    개성공단 폐쇄라는 결정은 그야말로 전격적이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이 그동안 북핵문제의 결정적 전환을 가져온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의 성격을 갖는 건 분명했다. 기존의 先 협상, 後 확산에서 이젠 先 확산, 先 핵보유라는 입장을 명확히 선언한 것이었고, 어떤 경우에도 핵포기는 불가하다는 정치적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한 것이었다. 

    박근혜정부는 김정은의 불가역적인 핵질주 상황을 맞으면서 그에 상응하는 남북관계의 게임 체인저 조치를 생각했고 그것이 바로 개성공단의 폐쇄결정이었다. 북의 핵보유에 맞서 박근혜 정부도 대북정책의 전면중단이라는 초강수로 맞대응한 것이었다. 

    결국 개성공단 폐쇄는 김정은 체제의 핵포기 불가라는 입장에 강 대 강으로 맞서는 박근혜정부의 결기를 과시한 정책이었다. 아울러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라는 압박국면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남북관계 최후의 보루였던 개성공단을 남측이 먼저 문을 닫음으로써 김정은이 핵질주를 계속하는 한 박근혜정부도 더 이상의 남북관계는 불가능하다는 북에 대한 최후통첩이었다. 동시에 유엔 결의 2270호를 앞세운 대북제재의 일관된 실행의지를 입증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먼저 개성공단 폐쇄라는 자기 고통도 감수하겠다는 강력한 결기를 보여준 것이었다. 

    그러나 남북관계 중단과 대북제재라는 결기는 자기선언적 과시에만 그친 측면이 적지 않다. 불가역적 남북관계 중단으로 대북제재를 일관되게 함으로써 김정은의 핵의지를 꺾어보겠다는 결기의 과시에는 성공했지만 그 결기를 통해 이루려는 것은 아직 달성하지 못했다. 강력한 의지와 불퇴전의 결기는 그것만으로 족할 뿐 이를 통해 얻고자 했던 정책목표에는 이르지 못한 셈이다. 

    드팀없는 결기를 보여주기 위해 자기 팔을 자르는 아픔을 감내하면서까지 개성공단을 폐쇄했지만 결기를 넘어 김정은의 핵야욕을 중단시키거나 완화시키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개성공단 폐쇄 이후 김정은은 곧바로 5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무수단 미사일 발사와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시험 등 핵미사일 위협을 더욱 고조시켰다. 

    공단 폐쇄 1년의 지금, 북한의 핵질주는 전혀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그 속도와 일정이 더 빨라진 상황이다. 대북 제재를 통해 김정은의 셈법을 바꾸겠다는 애초의 목표는 여전히 미달성이다. 금년 신년사에서도 김정은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을 천명하고 대미 본토 위협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이 마감단계에 있음을 과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개성공단 폐쇄라는 결정은 남북관계 전면중단과 대북제재 의지과시에는 성공했지만 그 수단으로 달성해야 했던 목표, 즉 북한의 핵질주 중단과 북핵문제 해결에는 오히려 역의 결과에 봉착하고 말았다. 

    물론 2270호 결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관되게 밀고 나갈 수 있는 추동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는 그나마 평가할 수 있을지 모른다. 북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일치된 제재가 흔들림 없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박근혜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결정은 확고부동한 결기를 보이는 데 성공했다. 자기 팔을 자르는 아픔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을 견인해내고 미국과 일본의 강도 높은 제재를 정당화시키는 데도 기여했다. 5차 핵실험 이후 사상 유례없는 고강도의 대북제재 2321호를 이끌어내는 데도 사실 개성공단 폐쇄라는 강경한 제재 입장이 배경으로 작용했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그러나 제재 국면의 유지강화라는 목표도 사실은 지난 해 7월 사드 배치결정 이후 한중관계의 불안으로 인해 중국의 협조를 온전히 이끌어내지 못하게 되면서 큰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미국과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2015년 전승절 기념행사에 홀로 참석한 것은 대북제재에 중국을 확실히 견인하기 위한 박근혜 대통령 나름의 전략적 계산이었다. 4차 핵실험 이후 개성공단 폐쇄를 전격 결정하면서 중국으로 하여금 강력한 대북제재에 나서도록 요구할 명분도 챙길 수 있었다. 그러나 북의 미사일 발사에 맞서 갑자기 사드배치를 결정함으로써 그동안 대북제재 공조를 위해 쌓아왔던 한중관계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전승절 참석과 사드배치라는 오락가락 행보는 결국 대북제재 유지강화라는 개성공단 폐쇄의 효과를 근본부터 잠식하고 말았다.

    모든 정책 결정은 이를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를 갖는다. 정책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서 작동한다. 개성공단 폐쇄는 북한의 핵포기와 제재국면 지속강화라는 목표를 이루지도 유지하지도 못하고 1년을 맞고 있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정책임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 1년밖에 지나지 않았음을 감안해 후하게 평가한다 해도 여전히 성공하지 못한 정책임은 명백하다. 

    개성공단 폐쇄로 얻을 것을 제대로 얻지 못한 것과는 달리 잃은 것은 너무도 뼈아픈 게 많다. 우선 남북관계 퇴행은 돌이키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남북의 정치군사적 대결 상황에서도 개성공단은 꿋꿋이 남북관계 최후보루로서 자리를 지켜왔다. 2013년 북의 개성공단 일시폐쇄에서도 남북은 7차례의 회담을 끈질기게 열어 마침내 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에 합의했다. 북의 군대를 뒤로 미루고 남과 북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이해하고 통일을 대비하고 동시에 남북이 서로 경제적 혜택으로 윈윈하는 개성공단이야말로 남북협력의 옥동자가 아닐 수 없었다. 경제협력이 정치군사적 통합으로 확산된다는 기능주의 통합이론의 살아있는 모범이 개성공단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어떤 어려움에도 견뎌냈던 개성공단의 생명력을 핵실험에 대응하는 감정적 결기과시로 소진해버림으로써 이제 남북관계는 기본합의서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다시 화해협력으로 정상화하려면 상상 밖의 비용이 소요될지 모른다.

    개성공단 폐쇄는 북에게 현금 수입 중단이라는 경제적 아픔을 제공했지만 그와 동시에 입주기업의 도산이라는 경제적 아픔 역시 감내해야 했다. 중소기업이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는 처참한 경제적 고통을 맛봐야 했다. 오히려 북은 근로자들을 중국에 인력송출하면서 현금 수입의 공백을 대체할 수 있는 우회로가 가능하지만 하루아침에 쫓겨난 입주기업은 생산설비와 공장은 말할 것도 없고 철수 당시 원부자재와 반(완)제품마저 갖고 나오지 못한 군사작전식의 결정으로 인해 이중삼중의 경제적 고통을 받아야만 했다. 자국민과 최소한의 소통마저 생략된 졸속결정이었다.

    개성공단 폐쇄의 불가피성에 동의하는 사람도 있다. 자기 팔을 자르는 대북제재의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분도 있다. 그러나 결기로 이루려는 정책목표는 분명 달성하지 못했고 그 결기 때문에 애꿎은 피해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제재에 올인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자해적 제재’에 그쳤다는 자조 섞인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 kimo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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