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0일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눈물겨운 지난한 싸움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이 법이 통과되었지만, 이로써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아직 많은 문제들이 남아 있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한 구제급여 지원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ㆍ의결하기 위하여 환경부 소속으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위원회를 두고 위원회 내에 폐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와 폐이외질환조사판정위원회를 두며, 

2) 피해자 구제를 위해 요양급여, 요양생활수당, 장의비, 간병비, 특별유족조의금 및 특별장의비, 구제급여 조정금 등의 구제급여를 지급하도록 하며, 

3) 구제급여를 받을 수 없는 피해자와 구제급여에 상당하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피해인정 신청자에게 구제급여에 상당하는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특별구제계정을 설치ㆍ운영토록 하는 등 가습기살균제의 사용으로 인하여 생명 또는 건강상 피해를 입은 피해자와 그 유족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구제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이다. 그러나 이는 사회문제화 되기 시작한 시점일 뿐이지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한 시점은 아니다. 치명적 독성물질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가 시판되기 시작한 게 1994년이고 원인불명 질환이 가습기살균제 때문임이 밝혀진 게 2011년이니까, 그 사이에도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피해자가 많았을 것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 

2016년 11월8일 기준, 총 5,117명이 정부기관에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질환 등 피해를 신고했고 그 중 사망자는 1,064명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렴 사망자가 2만여 명에 가깝다는 연구결과와 우리 국민 20%가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을 것이라는 여론조사 추정치 등을 더하면 피해규모는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가습기살균제에 의한 사망사고는 정부의 부실한 화학물질ㆍ제품안전관리대책과 소비자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기업의 욕심이 빚어낸 대규모 치사사건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의 심각성이 일찍이 19대국회에서부터 지적되고 필자를 포함한 몇몇 의원들이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정부 여당의 반대로 논쟁만 계속하다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자동폐기 되는 걸 지켜보면서 절망감을 느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원인미상의 폐질환에 대한 역학조사를 통해 가습기살균제의 치명적 독성을 공식 인정한 보건복지부, 공산품의 품질을 관리하는 산업자원부, 의약부외품의 안전관리를 총괄하는 식약처, 유해화학물질을 관리하는 환경부가 서로 책임을 미루기 바빴다. 결국 환경부가 떠안았지만, 조직과 예산이 미약한 환경부가 방대한 이슈에 대해 타 부처를 설득하기 어려웠다. 구제법상의 구제기금 조성문제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가, 징벌적 손해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법무부가 난색을 표해 협의가 지지부진했다.

20대국회 개원 직전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다시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필자는 더불어민주당 <가습기살균제특위> 간사를 맡아 작년 7월 7일 특별법안을 다시 대표발의했다. 검찰수사와 언론보도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피해자들의 고통에 충격 받은 국민들의 관심과 응원에 힘입어 비로소 수개월 간의 진통 끝에 국회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이번에 국회본회의를 통과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안」은 필자가 다시 대표발의한 특별법안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다른 의원들이 대표발의한 법안들과 병합 심사해 마련한 대안을 위원회안으로 만든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생활화학용품 안전관리 및 피해구제 체계를 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된 제품이 어디 가습기살균제뿐이겠는가.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살균제와 세척제, 방향제 등 수없이 많다. 

필자는 「가습기살균제특별법안」과 함께 유사한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일반법안인 「생활화학용품피해배상및구제에관한법률안」을 동시에 대표발의했는데 현재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중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드러난 피해이지만, 아무래도 일반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저항이 큰 것 같다. 일반법의 심도있는 논의와 합의를 통해 생활화학용품의 안전관리시스템이 진일보 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 정부는 독성 화학물질뿐만이 아니라 그것이 함유된 일상용품을 포함한 제품 전반에 대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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