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서예온 기자] 미국산 계란이 들어오면서 최근 폭주하던 계란 값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9000원대로 판매하던 계란 값이 8000원대로 하락한 것이다. 중소형 마트와 소규모 슈퍼마켓에서 1만1000~1만2000원대로 판매되던 계란 값도 9000원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수입 계란 유통으로 국산 계란 물량이 서서히 풀리고 있는 점이다. 앞서 대형마트나 소규모 슈퍼마켓에서는 조류 인플루엔자(AI) 여파에 따른 물량 부족으로 계란 값이 기존 가격 대비 두 배 이상 올랐다. 4000~5000원대로 판매되던 계란 한 판(30개입) 값은 9000~1만 원 대를 훌쩍 넘어섰다.

하지만 최근 일부 동네 슈퍼마켓에선 부쩍 많아진 국산 계란을 찾아볼 수 있다. 미국산 계란이 들어오면서 시중에 유통되는 국산 계란도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시작된 여파로 3033만 마리 이상의 가금류를 살처분했다. 살처분 규모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다.

살처분 규모가 큰 만큼 계란 물량 부족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부족했던 계란이 수입 계란 등장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앞서 제기됐던 ‘계란 쟁여두기’ 주장이 신빙성을 얻고 있다. 계란 생산 농가와 중간 유통업체가 시세 차익을 거두기 위해 계란을 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 같은 현상을 규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법은 없다. 그러나 폭리를 취하기 위해 판매를 유보하는 것은 ‘매점매석’과 유사한 행위다. 

고전소설 ‘허생전’에는 가난한 선비였던 허생이 장사로 큰돈을 벌어들이는 내용이 있다. 빌린 돈 1만 냥을 밑천으로 백성이 사용하던 생필품을 몽땅 구입했다가 나중에 비싼 값으로 되팔아 엄청난 폭리를 취했다. 조선판 ‘매점매석’인 셈이다.

작금의 계란 사태는 진화한 허생전 이야기로 볼 수 있다. 폭리를 취하기 위해 물건을 사들인 것은 아니지만 물건을 팔지 않아 소비자에게 피해를 줬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매점매석과 유사한 행위도 규제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생산자부터 도매상, 중간 유통업체 등 유통업체 간 제품 유통단계를 투명하게 공개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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