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박재형 기자] 삼성전자의 무(無)지식과 과욕이 최소 수천억 원 최대 수조 원의 피해를 낳았다. 그 원인이 휴대폰업계 글로벌업계 1위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초보적인 실수라는 게 더욱 망신거리다.

삼성전자가 지난 23일 갤럭시노트7의 발화 원인에 대해 밝혔다. 이날 삼성전자는 미국의 안전성 인증 회사 UL과 엑소포넌트, 독일 회사 튀브(TÜV) 라인란드의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발화의 원인은 배터리였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발화 원인을 배터리로 지목했지만 이는 곧 삼성전자의 기술 수준과 과욕에 대한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에 사용한 배터리는 2종류로서 삼성SDI와 중국 ATL사 제품이다. 

삼성전자가 밝힌 삼성SDI의 배터리 결함은 설계상의 문제로 분리막을 얇게 만들었다는 것이고 ATL의 경우 배터리 융착(融着) 부위의 비정상적 돌기, 절연 테이프 미부착, 얇은 분리막 등이 원인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얇은 분리막이다. 배터리 제조사가 좁은 공간에서 배터리의 용량을 최대한 높이 방법 중에 하나가 분리막을 얇게 하는 것이다. 분리막이 손상되면 내부에 있는 음극셀과 양극셀이 만나 발화를 일으킬 수 있다. 

여기에 삼성SDI의 설계부분도 잘못으로 지적됐다. 설계를 잘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크게 이 두 가지가 삼성전자 민낯의 핵심이다. 

먼저 배터리 제조사가 배터리 분리막을 지나치게 얇게 했다는 것은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에 설정한 좁은 공간에 맞춰 고용량의 배터리를 요구하는 하는 과정에서 배터리 제조사에 과한 요구조건이 됐을 수 있다.  

이를 뒷받침 해주는 근거는 이날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의 발언이다. 

고 사장은 “갤럭시노트7은 혁신적인 컴팩트 디자인이다. 배터리 용량은 전작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진 3500mAh였다. (우리는) 배터리 제조사들이 배터리 분리막을 어떻게 구성하고 몇 mm로 구성할 수 있는지 지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 우리가 미흡했던 점은 외부 석학에게 자문을 갖는 과정에서 얇은 분리막이 문제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말에 근거한다면 삼성전자는 배터리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게 된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말이 무색하다. 여기에 외부 석학이 얇은 분리막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을 확률이 높음에도 이를 무시하거나 간과했다는 것으로 풀이돼 자문을 왜 받았는지도 의심케 한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수조 원의 막대한 피해를 입힌 당사자들에게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SDI나 ATL이 사전에 삼성전자의 요구가 무리하다고 경고했을 가능성을 높게 한다. 경고를 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막대한 피해에 대해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일이다. 결국 요구를 묵살하고 개발을 진행했다는 가정이 성립된다.

두 번째 민낯은 기술 수준이 낮은 삼성SDI에게 과한 주문을 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삼성SDI는 스마트폰 배터리를 각형 위주로 생산해왔다. 

LG화학·ATL 등 경쟁사들은 업계 트렌드에 발맞춰 주력 제품군을 일찌감치 파우치형으로 바꿨지만 삼성SDI는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가 분리형 스마트폰을 고집하면서 각형 배터리를 계속 만들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삼성SDI가 삼성그룹 계열사에 높은 사업 의존도로 기술개발의 적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나왔다.

이런 삼성SDI의 기술 부족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2015년에 출시한 갤럭시S6와 갤럭시노트5부터 일체형 스마트폰으로 설계를 바꾸면서 삼성SDI에 각형 배터리대신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문했다.

파우치형 배터리를 쓰면 부피를 줄이고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으나 그만큼 외부 충격이나 발열 등에 취약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높은 기술 수준이 요구되는 배터리다. 

이후 삼성SDI는 갤럭시노트7에 전작보다 더 고밀도에 콤팩트 사이즈의 배터리를 요구받았다. 

이런 삼성SDI의 기술 수준 고려 없이 배터리를 주문해 설계 실수를 유발했다는 것은 무리하게 계열사를 밀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는지 의문이 든다.

이와 같이 크게 두 가지 합리적인 의심은 이번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는 배터리 제조사가 아닌 삼성전자가 유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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