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해선 기자] 식품업계의 디자인 도용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

KGC인삼공사가 2년 전 다른 용도로 계약한 그림을 원작자와 협의 없이 임의로 선물세트에 사용한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인삼공사는 해당 문제가 제기되자 원작자와의 합의를 통해 추가적인 디자인 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다시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공식 사과문 게재도 약속했다.

KGC인삼공사는 이번 일이 악의적인 디자인 도용이 아닌 계약내용에 대한 담당자의 착오로 벌어진 ‘단순 실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수라고 치부하기엔 국내 식품업계 전반에 만연한 디자인 도용 문제는 너무도 심각하다.

식품업계의 디자인 도용 문제는 잊을만 하면 터져 나오는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의 관행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니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더욱이 디자인 도용 문제로 논란을 일으켰던 회사들을 살펴보면 롯데제과 등 그 규모가 결코 작지 않은 기업들이라는 사실이 더욱 충격적이다.

롯데제과의 경우 해외 제품포장과 이미지를 임의적으로 사용해 국제적인 망신까지 톡톡히 당한 바 있다.

체계화된 시스템 아래 업무를 처리하는 대기업에서 디자인 도용 문제가 공공연히 발생하는 것은 기업에서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기업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배경에는 제도적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는 대량 생산 목적으로 만든 디자인이 저작물로 취급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배상액의 수준 역시 해외보다 현저히 낮기 때문.

국내 저작권법에 따르면 응용미술(디자인), 순수미술,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출판 등은 생산과 동시에 저작물로서 법적 권리를 얻게 되지만 대량생산 목적의 응용미술 디자인만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과자나 빵, 생필품의 포장처럼 대량 생산을 목적으로 만든 디자인은 창작물로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 디자인이 대중에게 인지되는 순간부터 자동적으로 법적 권리를 취득하게 된다. 

디자인을 도용한 사실이 드러났을 시 지급해야 하는 배상금 역시 국내의 경우 미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다. 디자인 특허 소송에서 승소하면 개발비의 수백 배에 달하는 비용을 배상 받는 미국과 달리 국내는 간신히 개발비만 받는 수준이다.

디자인 도용은 창작자의 창작 의지를 무너뜨리는 행위로 배상금의 많고 적음을 떠나 기업은 그 심각성을 좀 더 뼈저리게 인식해야 한다.

이유가 어찌됐던 디자인 도용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얻게 됨으로써 발생되는 기업 이미지 손상이 실질적인 재무 손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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