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인터뷰] 권해상 “기준과 관점을 바꾸면 세상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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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선 피라미드> 저자


    최근 리더십의 총체적 난국으로 불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맞물리며 주목 받고 있는 책 <거꾸로 선 피라미드>의 저자 권해상을 <폴리뉴스>가 지난 9일 만나 인터뷰했다.

    <거꾸로 선 피라미드>는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위기와 혼돈의 시대에 우리가 겪는 혼란의 원인과 문제 양상들을 다양한 측면으로 제시한다. 그러면서 가장 근본적 원인으로 권력과 리더십의 문제를 꼽는다. 리더십은 사회적 이슈를 변화의 기회로 만드는 ‘변혁적 리더십’과 정파적인 이해에 따라 행동하는 ‘거래적 리더십’이 있는데 많은 리더들이 후자를 따랐다는 것이다. 변혁적 리더십의 사례로는 ‘노예해방’을 통해 미국을 한 단계 점프시킨 링컨 대통령과 한국의 이순신 장군을 들었다.

    저자는 <거꾸로 선 피라미드>처럼 “기준과 관점을 바꾸면 세상은 바뀐다”며 “우리가 살아온 방식을 한번쯤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공무원들이나 국민들이 개인적으로는 매우 유능하지만 그런 역량이 발휘되기 쉽지 않은 구조로 되어있다고 공직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상사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으로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생각 없음 병’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성공후유증’으로 효율을 너무 중시하다 보니 민주적 정당성이 약해졌다며, 이번 기회는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헌법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각성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역설했다. 잘못된 권력을 견제하는 장치로서는 언론, 학교, 종교, 기업과 같은 ‘소금기관’의 역할을 강조했다.

    저자 권해상은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버밍엄대학 경제학 석사, 국방대학원 국방관리 석사를 마쳤다. 1980년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후 경제기획원, 기획재정부에서 근무했고, 대통령비서실 혁신관리비서관, 지역발전위원회 기획단장, OECD 대표부 공사, 한국자금중개㈜ 사장 등 정부혁신의 전략수립과 관리, 실행의 모든 분야를 거친 정부혁신 전문가다. 현재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자문위원으로 ‘더 살롱’ 프로젝트를 통해 이웃을 재발견하고 자유로운 공동체를 만드는데 힘쓰고 있다.
     

    다음은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 권해상 저자의 인터뷰 전문이다.

    -화제의 책 <거꾸로 선 피라미드> 권해상 작가님을 모셨다. 책을 읽다 보니 회초리 맞을 때처럼 뜨끔뜨끔하다. 목차 제목들도 상당히 도발적이고 시국에 걸맞게 사이다처럼 시원하기도 했다. 정통 공무원 출신이라 잘 매치가 안 되는데… 책을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조선시대 때는 사서삼경이라든지 시문을 통해서 관료를 뽑았다. 이제는 공무원이 행정업무를 하는 기능인이 되었는데 기능인 이전에 어느 조직이건 기본적으로 인문적인 소양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옛 선비들도 그랬고 서양에서도 기능뿐만 아니라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이라든지 여러 가지 기본적인 문사철(문학·역사·철학)을 해왔다. 그런데 요새는 그런 시험을 안쳐서 그런지 관심이 없어서 그런 건지 (인문적인 소양이 아쉽다). 기능이 필요조건이면 인문적 소양은 충분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내용 중에 공무원들한테 가장 주지하고 싶은 내용이 ‘생각 없음(thoughtlessness) 병’을 극복해야 된다’라고 했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영혼 없는 공무원’과 통하는 이야기인가?

    ‘생각 없음 병’은 무사고증 등 여러 가지로 번역을 하는데 제 이야기는 아니고 독일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망명한 유태인 한나 아렌트라는 정치학자가 한 이야기다. 그리고 ‘영혼 없는 공무원’은 막스 베버가 한 이야기이다. 기본적으로 ‘생각 없음’과 ‘영혼 없음’이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하면, 상사가 사회윤리와 도덕에 어긋나는 명령을 한다면 그것은 부당한 명령이다. 상사가 명령해도 부당한 명령은 따를 필요가 없다고 법률에 되어 있다. 하지만 조직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책에도 나와있지만 처음에는 고객이나 국민이 있고 그 다음 상사와 직원이 있는데, 나중에는 결국 멀리 떨어진 고객의 뜻보다는 상사의 뜻을 따른다. 상사가 명령하면 그 직을 유지하고 회사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 그것을 행하는데 실제로는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헌법 가치라든지, 국민의 요구라든지, 회사 같으면 소비자의 요구는 멀리 있고 당장은 상사가 월급을 주는 것처럼 되어 있으니까 부당하다 하더라도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것이 잘못되었다. 지난번 옥시 사건도 있었지만 소비자가 그런 물건을 원할 리는 없다. 상사의 명령이 옳은지 생각해보고 상사의 뜻보다는 고객이나 국민의 뜻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 없음 병으로 결국에는 자기도 망하고, 상사도 망하고, 조직도 망하고, 고객이나 국민들도 피해를 본다. 

    한편, 공무원은 일을 할 때 불편부당하게 해야 한다. 어느 시민단체건 어느 로비스트건 편을 들지 않고 그것을 로비하지 않는 대중의 뜻을 반영해서 불편부당하게 하라는 것이 막스 베버의 ‘영혼 없는 공무원’이다. 즉, 막스 베버는 관료들의 중립성을 이야기했다.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을 보면 안종범 수석이나 정호성 비서관은 “다 시키는 대로 했다, 지시하니까 지시를 따랐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 부분도 지금 말씀하신 부분에 해당될 수 있는데 이럴 때 법적으로 유죄가 되냐 아니냐는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어떻게 보시나?

    어떤 행위를 할 때 판단이 알쏭달쏭한 경우가 있다. “살인하라” 처럼 옳고 그름이 확실하면 안 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국민경제에 도움이 된다” 이런 식으로 포장한다. 해악을 끼친다고 지시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럴 경우 판단해봐야 되는데, 저는 이런 생각을 한다. ‘내일 아침 언론에 이것이 난다면, 내가 감사를 받는다면, 내가 답변을 할 수 있느냐’ 그 답변의 근거가 어떤 사익의 추구가 아니라 헌법이라든지 법률에 있는 가치에 충실한지 공직자나 회사 담당자는 항상 생각해봐야 된다. 결국 그것은 공익과 사익의 충돌이다. 

    -국정이나 공직을 하는 분들은 보다 더 엄중할 수 밖에 없겠다. 그런 기준에서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위 하려면?

    책에도 나와있지만 견제하고 감시하는 행위를 하는 기관들이 필요하다. 제가 ‘소금기관’이라는 용어를 썼는데, 우리가 훈수 둘 때는 더 잘 보이듯이 옆에 있는 언론이라든지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교수라든지 아니면 행위를 하지 않는 제3자, 감사라든지 사외이사라든지 아니면 국회의원이라든지 시민단체라든지 그런 분들이 의견을 내야 한다. 이런 분들이 의견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이 안되어 있는 나라는 민주국가가 아니고 후진국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래서 자기 자신의 생각과 헌법, 상위 가치를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옆에 동료라든지 이런 분들도 사실은 그 생태계나 공동체의 일원이기 때문에 그분들도 그런 것을 해야 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옆에 분들이 이야기를 적게 한 것은 그분을 위해서나 침묵한 분들에게나 참 불행한 일이다. 

     
    -저자는 경제기획원을 출발로 해서 청와대 대통령 혁신관리비서관, 지역발전위원회 기획단장, OECD 대표부 공사 등을 지내며 우리나라의 공직시스템을 온몸으로 체험한 분이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 공직시스템 어떤가? 말씀하신 부분들이 잘 짜여 있나? 

    OECD에는 선진국들이 모여서 각 나라의 정책이나 제도를 비교하고 토론하는 장이 있는데 우리나라 공무원들이나 우리 국민들이 저는 개인적으로는 유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전체 공무원이라든지 우리나라 전체가 유능하냐는 또 다른 문제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도 삼류 회사에 들어가면 삼류 직원이 되는 것이고 아주 유능하지 않더라도 구글이나 이런데 가면 자기 역량이 다 발휘되는 그런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는 그런 역량이 발휘되기가 쉽지 않은 구조로 되어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 우리 사회에서 아직까지 극복되지 못하고 만연해있는데 한 측면에서 보면 공직사회의 추한 민낯이 극명하게 드러나서 국민들이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한마디로 ‘이게 나라냐’라는 말로 대변되는데 참여정부시절에 청와대에서 혁신업무를 담당하신 입장에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

    빙산이 위에 있지만 사실은 밑에 더 큰 얼음이 있지 않나. 그래서 작은 빙산만 보고 갔다가 결국 배가 침몰한다. 저도 그전부터 공무원 제도에 대해서 관심이 있고 공무를 담당해나간 사람으로서 그 책임을 피해나갈 수는 없다. 왜냐하면 하루 아침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제비가 한 마리 오고 또 두 마리 세 마리 오면서 봄이 오는 것이지 어느 날 갑자기 일이 일어나고, 원인 없이 결과만 나오는 것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혁신에서는 이런 것을 주로 ‘성공후유증’이라고 한다. 아까 말씀 드렸듯이 우리는 어떤 일을 할 때 여기저기 의견을 듣기보다는 좀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하려고 한다. 효율을 너무 중시하다 보니 효율과 대척점에 있는 민주적인 정당성이 좀 약하다. 

    또 나라가 작고 IT가 잘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일은 맘만 먹으면 한달 내에 이뤄진다. 외국에서는 보통 1~2년 걸리지만 실행이 되고 나면 확실하게 실행되는데, 우리는 한두달만에 되고 또 바뀐다. 체제가 구축이 안되어 있는 점도 있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할 때 법률이나 헌법 정신에 맞는지 보다는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몰두한다. 사실 이것도 크게 보면 권력의 사유화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는데 그분들이 과연 국민을 생각하면서 했는지 사익을 추구했는지, 제도는 있지만 제도가 실행되는데 있어서는 엄청나게 약했다고 봐야 한다. 

    저는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효율적이지만 민주적 통제가 덜 된 것이 ‘이제는 아니구나,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민주적인 정당성과 헌법 가치를 실현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각성을 한 것은 좋은 교훈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것이 문화로 체화되어야 하니까 시일이 걸리고 많은 비슷한 사소한 사건들과 충돌이 있지 않을까 본다. 

    -책에서 소금기관으로 언론, 학교, 종교, 기업을 이야기하셨는데, 이번 국정농단 부분에 국민들에게 가장 짙게 깔린게 검찰의 문제, 검찰 공화국이다. 검찰권력이 너무 비대화되어 있고 견제장치가 없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조선시대에도 왕이 권력을 행사하거나 의정부나 각부서 판서들이 잘못할 경우에 삼사(三司)라고 해서 사헌부, 사간원, 홍문원에서 끊임없이 상소했다. 지금 그 기능을 공식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 검찰이고, 검찰이 문제를 제기하면 법원이나 감사원에서 판단한다. 일차적으로는 검찰이 하는 것이다. 또 지금은 조선시대와 달라서 언론이나 시민단체, 종교, 학교에서도 이런 기능을 한다. 이런 분들이 소금기관으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 기관들이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것도 있고, 또 지금은 검찰이 공직에서는 독보적 역할이 되다 보니까 견제와 균형이 안 되는 그런 면도 있다. 

    언론의 역할과 검찰의 기능은 다르다. 언론은 문제를 제기할 뿐이지 자기가 어떻게 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는 검찰이 조선시대 삼사처럼 그런 정신을 가지고 하는지, 사익이나 조직의 이해를 먼저 앞세우는 것인지 등을 따져서 앞으로 제도 개선할 때 면밀히 검토해야 된다. 

    -공직자는 이 사회의 엘리트라 볼 수 있는데 엘리트가 상당히 무너졌다. 엘리트는 자기 생각과 가치와 철학을 갖고서 일해야 되는데 어떤 면에서는 전부 다 공범이 되기도 하고, 아니면 ‘지시 받아서 했다’고 아무 생각 없이 하기도 하고 그래서 공직자에 대한 불신이 정치인만큼이나 커졌다. 이 부분은 어떻게 극복해나가야 된다고 보나. 

    쉽지 않은 과제다. 미국 대통령을 연구한 분들이 말하는 리더십에는 이런 유형이 있다. 어떤 정책이나 사안이 있을 때 그것을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은 분들, 예를 들면 링컨 대통령은 당시 큰 이슈였던 ‘노예 해방’을 통해 미국을 한 단계 점프해 변화시키는 기회로 만든 ‘변혁적 리더십’이다. 그렇지 않고 정파적인 이해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거래적 리더십’이라고 한다. (대통령이) 지금까지 한 행태들이 사실이라면 거래적 리더십에 해당된다. 

    지도자들이 거래적 리더십을 하고 행동으로 옮긴 것은 결국 공무원들을 통해서 한 것이니까 행정관료나 공무원들도 거래적 리더십에 동참을 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앞으로 공직의 신뢰성을 이야기 해도 믿지 않을 거다. 거래적 행위를 한번 함으로써 그 행위가 일파만파가 되고, 쉽게 회복이 안 된다는 역사적인 부분까지 생각했다면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는 규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된다. 물론 제도를 만든다고 해서 사람들이 그대로 따를지 안 따를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되면 내부고발이나 아닌 것을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큰 획을 긋는 사례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변혁적 리더십을 가진 분이 있나? 책에서는 이순신 장군을 꼽았던데.

    이순신 장군은 원래 육군이었다. 요새로 치면 소대장 중대장 시절을 두만강에서 여진족과 전투하며 보낸 분이다. 또 그때 상사와의 알력으로 일이 잘못되어 백의종군을 두 번이나 했다. 그런데 해군으로 군을 바꿔 싸우고, 또 이겼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사실 조선 태종 때도 거북선이 있었는데 새로 만들기는 쉽지 않으니까 그때 있던 문헌을 보고 그것을 개량해 만든 것도 그렇다. 

    일본은 전국시대 100년을 거치면서 자기들끼리 전쟁을 엄청나게 한 나라다. 당시 세계에 있던 조총의 절반이 일본에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포를 쓰지는 않았다. 말과 활, 칼, 나중에는 조총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전국을 통일하게 된 기반이 되었는데 조총이 활보다는 우수하지만 먼 거리를 보낼 수 없었다. 그래서 일본은 배를 붙여서 백병전이나 조총을 쏘려고 했는데 이순신 장군은 절대 사거리 내에 들어가지 않는 나름대로 엄청난 작전과 전략의 변혁을 썼다. 

    또 아무래도 지리적 정보는 주민들이 잘 아니까 적이 오는지 안 오는지 정탐해서 보고하게 했다. 군사기술뿐만 아니라 백성들과의 소통, 장수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자신이 선봉에 나선 것은 지금까지의 전투, 전쟁의 양상을 많이 바꾼 것이다. 그래서 제가 볼 때 변혁적 리더에 해당되지 않나 생각한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에 계셨는데, 노무현 대통령도 일종의 변혁적 리더십이라 볼 수 있지 않나?

    성공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지만 기존에 있는 분들과는 생각이나 행동방식이 좀 달랐다. 그분이 독학을 해서 그런지 IT라든지 역사적인 시각, 이런 것들도 제가 맞다 틀리다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기존과는 다른 시각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청와대 보고시스템이 특허도 받고 했는데 그런 면에서는 아주 선두적이고 선구적이었다. 

    하지만 기존 공무원들은 솔직히 저항도 하고 좀 힘들었다. 왜냐면 행정관이나 사무관이 보고하는 것이 바로 대통령한테 보고가 되기 때문이다. 잘했다고 하면 다행인데, 다른 것을 좀더 보완해달라 이런 것이 기록에 남으면 본인 입장에서는 엄청난 충격이다. 또 그것을 본인만 아는게 아니고 그 라인에 있는 사람들은 다 본다. 그대로 평가가 되는 거니까 올릴 때마다 엄청나게 신경을 쓰고, 그렇게 되면 행정이 늦게 처리되는 수도 있고, 그것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한 분도 있다. 아이디어가 워낙 많으시고, 북한산에 가면 서울이 잘 보이듯이 위에 계신 분은 우리보다 잘 보시니까 아무래도 일하는 분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마지막 장에 보면 ‘다시 판을 짜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라’ 이렇게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지금 촛불에서 새로운 대한민국 이야기를 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보여지는데 우리한테 필요한 혁신은 어떤 방향과 내용이라고 보나.

    저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세상은 한꺼번에 좋아지는 물건이나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고, 유럽이 민주주의가 되는데 시간이 걸렸듯이 우리는 그 시간을 짧게는 할 수 있지만 모두 거쳐야 되는 거다. 

    지금 이 일을 통해 새로운 판을 짜는 것은 좋은데 하드웨어적인 권력구조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책에서 말한 것처럼 인간에 대한 예의다. ‘천지인’에서 말했듯이 인간·시간·공간은 사람 사이, 시간 사이, 공간 사이, 관계다. 나 혼자 살면 모르지만 두 사람 이상이 살면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있어야 하고 그것은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한 공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공감능력에 대한 것을 발현할 수 있는 그런 판이 되어야 한다. 

    권력을 행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생선이 오래 가도록 소금을 치듯 소금기관이 필요하다. 리더는 아랫사람의 전문성을 믿고 분권해야 한다. 리더는 책임을 지는 사람이지 자기가 뭐를 하겠다고 하는 그런 스타일은 이제 맞지 않는다. 이렇게 소프트웨어적인 판을 짜는 것이 필요하고, 이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리더십에 대해 많이 말씀해주셨는데, 올해 대선이 있다. 이런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을 충고해주시면 상당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유교라든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망국의 길에 들었기 때문에 지도층이 많이 훼손되었다. 서양에서는 지도층 자체가 직업화 되어 그런 기능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지도층이 약화되어 있다. 반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수준은 엄청나게 높다. 신문을 보는 사람들도 (많다). 외국에서는 일반인들이 뉴스나 신문을 거의 보지 않는다. 이번처럼 아주 특별한 경우에는 국민들이 의견을 내고 집회도 하고 하지만 대개 지도층이 사회를 이끌어가고 대중들은 자기 할 일만 한다. 지도층과 국민의 갭이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는 지도층의 역량은 다른 나라보다 높지 않은데 국민들의 역량은 오히려 선진국보다도 높아서 그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 그리고 지도층에 있는 분들은 의사가 사람을 살리는 것처럼 국가에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하나의 기능인데 그 기능에 대한 인식이 좀 없다. 국가 이익을 위한다기 보다는 자기가 속한 분야 - 의료면 의료, 법조면 법조 그런 직능 이익에 충실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직능을 하다가 정치하시는 분들이 많다 보니까 그렇다. 정치라는 것이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가치를 배분하고 방향을 정하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리더십 경향이 약화되어 있다. 또 우리나라는 (정치에) 진입제한이 있고 들어갈 때 비용이 많이 든다. 더구나 잘못하면 패가망신하거나 다시 다른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 

    꼭 국가리더십이 아니더라도 회사 사장님들이나 이런 분들도 (리더십이) 너무 약하다. 부장하다가 이사하다가 바로 사장되는데 그때 방식으로 하면 안 된다. 리더는 또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 부장, 이사, 전무 할 때 하던 방식으로 하면 비전을 제시할 수도 없고 과거의 연장선일 뿐이다. 미래는 과거-현재의 연장선에 있으면 발전이 없다. 한 단계 점프를 해야 하고, 그런 것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링컨 대통령은 어느 날 갑자기 시대정신을 구현하기 위해서 나타났지만 그런 기능에 대해서 엄청나게 연구를 많이 하신 분이다. 리더십이란 하나의 고유한 기능이기 때문에 많이 생각하고, 연구하고, 옆에서 조언하시는 분들이 많은 리더가 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OECD 공사를 하셨으니까 해외에서 근무를 하셨지 않나. 반기문 전 사무총장이 10년간 UN에서 활동한 경험이 국정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보시나.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직책이 각 나라들간의 문제를 살피는 것이고, 특히 동북아 문제는 평소에 우리나라라서 관심이 많았을 테니까 그런 데는 도움이 된다고 봐야 된다. 하지만 한국은 엄청나게 역동성이 있는 나라다. 제가 외국에 3년 갔다 오고 나면 따라가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제가 이 책을 쓴 이유도 한국에 와서 엄청난 충격을 받아서 이걸 기록해야 되겠다 싶어서 그때부터 기록한 거다. 그런데 10년이면 짧지 않은 시간이고, 그사이 한국에는 여러 가지 변혁이 있었다. 그것을 얼마나 따라갈 수 있을지, 따라갈 뿐만 아니라 앞에서 선도해야 될 분인데 저는 그것이 좀 쉽지 않은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도움도 되겠지만 국내물정을 모른다는 것은 단점이라고 볼 수 있다. 

    -참여정부시절 청와대에 계셨는데 지금 여론조사 1위가 문재인 후보다. 문 후보에 대해서 어떻게 보나.

    그 당시에는 대통령이 계시고 비서실장이었다. 또 정책실장과 안보실장까지 세분의 실장이 계셨다. 물론 비서실장이 비서실을 대표하지만 수석이 또 따로 있기 때문에 그분이 나서서 할 일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야기를 해야 될 상황이고, 브랜드라는 것이 있으니까 그때와 당연히 달라져야 되는 것이다. 환경이 달라졌고 그때보다는 아무래도 말씀도 더 잘하신다. 지금 나온 분들이 어떤 조직이나 분야에서 선두를 달린 분들이니까 여(與)든 야(野)든 그런 면에서는 평균 이상은 하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첫 질문을 거꾸로 마지막에 한다. ‘거꾸로 선 피라미드’는 무슨 뜻인가?

    ‘거꾸로 선 피라미드’는 소설 <다빈치 코드>로 유명해진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중국계 미국 건축가 아이오밍페이가 설계한 것이다. 지상에는 유리로 된 정상적인 피라미드가 있고 지하 입구에는 돌로 만들어져 거꾸로 선 피라미드가 있다. 이분한테 제가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유추 하건데, 이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런 것도 있지만 한번 관점을 바꿔보면 세상은 다르게 보인다는 거다. 대통령의 관점, 백성의 관점, 자기가 어떤 관점이냐에 따라 서로 입장이 다르다. 그래서 어떤 관점으로 사느냐가 중요하다. 

    저는 지금은 국민의 관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헌법에서도 국민이 모든 권력의 원천인데 대통령이 권력의 원천인 것처럼 한 그 행태는 사실 잘못된 것이다. 그래서 지금 형태가 바른지 그른지를 점검해봐야 한다. 지금까지 익숙한 것, 현재 노래 1위, 수영 1위, 모든 분야의 1위가 규칙만 바뀌면 1위가 안될 수도 있다. 농구선수를 권투처럼 체급을 정해 1m70cm 되는 사람들끼리만 시합하게 한다면 키가 별로 중요치 않을 수도 있다. 기준과 관점을 바꾸면 세상은 바뀐다.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방식을 한번쯤은 뒤돌아보자, 이런 취지에서 이 제목을 썼다. 




    김자경 기자 tankg@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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