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무너질 사람을 키워줄 이유가 무엇인가

15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두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div>
▲ 15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두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반기문을 어떻게 볼 것인가. 현재의 시점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 함께 양강(兩强)으로 분류되고 있는 그이지만, 귀국 이후 보여준 모습들은 기대 이하였다. 


반 전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를 해 “상황이 이렇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부디 잘 대처하시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고 한다. 외교관 출신다운 발언인지는 모르겠지만, 촛불을 들었던 국민의 마음과는 동떨어진 얘기였다. 부디, 무엇을 잘 대처하라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가 귀국 직후에 말한 ‘정치교체’의 의미가 비로소 감이 잡힌다. 그는 새누리당 세력이 권력을 놓고 정권교체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지 않으며, 그대신 자신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정치교체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교체라도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인가. 반 전 총장의 주변에는 외교관 출신의 전직 관료들 말고도 이명박정부 시절의 사람들이 포진하고 있고, 새누리당의 충청권 의원들의 합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동안의 적폐에 대해 책임져야 할 사람들, 교체되어야 할 사람들과 함께 정치교체를 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만에 하나 반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된다면 정권교체도, 정치교체도 모두 실패하게 됨을 의미한다. 


그는 귀국 이후 가는 곳마다 숱한 논란거리들을 낳고 있다. 귀국하던 공항은 몰려든 지지자들로 인해 아수라장이 되었다. 공항철도 발권기에 지폐 두 장을 한꺼번에 넣는 실수를 했다. 생뚱맞게도 AI 방역 소독을 하고 있었다. 꽃동네 요양원에 가서 노인 수발을 드는 장면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선친 묘소에서는 ‘퇴주잔’ 논란이 있었다. 반대 편에 있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실수를 부각시킨다고만 할 일은 아닌 듯 하다. 유력 대선주자로서 그에 걸맞는 수준의 얘기들은 내놓지 못한채 20세기식 이미지 행보에만 매달린 자업자득의 결과이다. 이미지 정치는 진정성을 담지 못한다. 자신이 해보지도 않은 일들을 억지로 연출해서 하다보니까 그런 실수와 논란들이 이어지는 것이다. 대선주자로서 이미지 행보를 하겠다면, 자신이 알고 해본 적이 있는 일들을 할 때 비로소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 전달되는 것이다. 


이쯤 되니, 전직 유엔 사무총장을 우스개 거리로 만들고 있는 ‘반기문 사람들’은 무엇하고 있는 것일까 생각이 든다. 반 전 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급하게 모이기는 했지만, 이렇게 우왕좌왕하며 정작 제대로 된 메시지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오합지졸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반 전 총장이 과연 보수정당 세력의 대선후보가 될 수 있기는 한 것인지도 아직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아무리 후보의 수준에 상관없이 보수층의 기본표을 먹고 들어가는 것이 가능하다 해도, 지금과 같은 모습만 보이는 그에게 지지가 지속가능 할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한 때 지지를 받다가 순식간에 꺼져버린 고건 혹은 정몽준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야당들은 반 전 총장을 함께 무너뜨림으로써 이번 대선에서 야권의 확장을 이루고 정권교체를 기정사실화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새누리당이든 바른정당이든 보수정당 세력은 반기문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그가 무너질 경우에는 야당 후보들과 경쟁할만한 후보를 만들어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반기문이 무너지는 것은 곧 이번 대선이 사실상 야당끼리의 경쟁이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말인데, 국민의당 몇몇 중진들 사이에서 반기문과의 연대 가능성을 남겨두는 듯한 얘기를 꺼내는 것은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 정권교체를 목표로 하는 야당에게 반기문은 연대의 대상이 아니라 경쟁과 검증의 대상일 뿐이다. 반 전 총장의 행보와 주변 세력은 이미 그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알려주고 있다. 그가 기존의 여당세력과 결별하고 혼자서 야당으로 들어온다면 모를까, 반기문과 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앞으로 상황에 따라 달라질 판단이 아니라 원칙에 관한 문제이다. 공연히 이런저런 정치적 수사로 반기문과의 연대 가능성을 거론하여 그를 키워줄 일이 아니다. 그냥 자기 당의 힘으로 정권교체 하겠다고 하면 되는 일이다. 반기문과의 연대를 입에 담는 정치인들이 있다면 그것은 정권교체를 하지 말자는 얘기와 다를 바가 없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