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송경남 기자]

지난 6일 ‘말싱 고속철도 상부사업단’이 발족했다. 사업단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와 싱가포르를 연결하는 고속철도 건설사업(350km, 8개 역사)을 수주하기 위해 조직됐다.

이 사업은 지난 2013년 2월 양국 총리가 건설에 합의하면서 본격 추진되고 있다. 처음엔 일괄 발주될 예정이었으나 상부(궤도·시스템 등)는 민자사업으로, 하부(노반·건축)는 재정사업으로 각각 발주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 때문에 지난 2015년 10월 하부공사를 담당할 건설사 위주의 하부사업단과 별도로 상부사업단이 꾸려진 것이다.

사업단을 두 개나 만들 정도로 적극성을 띠는 이유는 사업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공사비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업계는 150억 달러(약 18조 원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해외건설 전체 수주액(281억 달러)의 절반이 넘는다.

두 번째 이유는 점점 확대되는 글로벌 철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트랙 레코드(Track record) 확보 차원이다. 글로벌 철도시장은 올해 240조 원에서 매년 2.6%씩 성장해 2020년에는 연간 297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 확대에 비해 우리나라 철도가 해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 내외다.

현재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 건설사업 수주전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과 유럽, 중극 도 뛰어든 상태다. 일본은 JR히가시니혼을 중심으로 미쓰비시 중공업, 히타치 제작소, 스미토모 상사 등이 연합해 수주에 나섰다. 정부주도형인 중국은 짧은 공사기관사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공세를 펼치고 있다.

국토부도 경쟁국과 차별화된 한국형 재무모델을 수립을 위해 한국수출입은행의 정책금융, 산업은행의 상업금융을 활용할 계획이다. 또 현지에서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방한 관광객 대상으로 KTX 할인 이벤트, KTX를 활용한 관광상품 홍보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수주가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철도산업의 미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호남고속철도 개통으로 국내에선 더 이상 대규모 철도 투자를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다. 사업단에 참여한 한국철도시설공단을 비롯해 많은 건설·궤도·시스템·차량 등 철도 관련 기업의 일감이 줄어든단 의미다. 먹고 살기 위해선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첫 단추를 제대로 꿰어야 한다.

업계 예상대로라면 말싱 고속철도 사업 입찰은 연말에 실시된다. 이 기간 동안 선진 업체의 기술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중국보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국내 정치 혼란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 지원도 어려운 상황이다. 사업단이 풀어야 할 숙제다. 정부, 기업, 철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하는 이유다.

1년이란 시간이 짧다면 짧고 길 다면 길다. 아무쪼록 철저히 준비해 ‘우리가 충분히 잘 할 수 있다’는 신뢰감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정부에 심어줄 수 있는 묘안을 찾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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