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윤 칼럼] “박 시장이 왜 그래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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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시장의 8일 전주 발언 파장이 크다. “문재인 전 대표는 청산 대상”이라는 직격탄이 파장의 주요인이다. 그런 어휘나 수위의 발언이 몰고 올 파장을 몰랐을 리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발언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전주 발언 중에 팩트나 인식 측면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대목이 상당하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박 시장은 문 전 대표에 대해 “오래 민주당을 장악했고 지금도 여전히 여의도 정치를 상징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동안 정치를 잘 했으면 촛불민심(이) 됐겠느냐”고 말했다. 촛불의 1차적 원인은 두 말할 필요 없이 박근혜정권의 헌법유린과 국정농단이다. “그동안 정치를 잘 했으면 촛불민심이 됐겠느냐”는 지적은 박근혜대통령과 새누리당, 즉 집권보수층에게 향하는 게 맞는 화살이다. 그런 점에서 이건 ‘팩트’의 문제다. 박 시장이 이걸 모를 리가 있냐는 게 사람들이 의아하게 여기는 대목이다.   

    전주 발언의 핵심은 이 부분이다. “촛불집회 초기에 (문 전 대표가) 참여를 꺼렸다. 이런 모습으로는 국민들에게 부응할 수 없다. 촛불민심은 한마디로 기득권질서를 교체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자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이 과정에서 청산의 대상이지 그 주체가 될 수 없다. 현재의 민주당은 기득권에 기반한 폐해가 적지 않고 당내의 줄 세우기도 심각하다. 심지어 다음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사람까지 찍어놨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맹공했다. 

    주지하다시피 촛불 초기 민주당과 문 전 대표의 스탠스를 두고 많은 비판이 제기됐다. “광장은 광장이고 여의도는 여의도”라는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이나, “(민심에 따른다면) 명예퇴진은 보장한다”는 문 전 대표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문 전 대표의 인식과 대응에 대한 비판은 타당한 측면이 명백히 있다. 그러나 자신을 포함한 정치권 전체가 촛불의 흐름과 강도를 따라가지 못한 점에 대해 먼저 반성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 싶다. 물론 박 시장이 촛불 초기 국면에서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관성 있는 태도를 유지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청산 대상”이라고 몰아세운 것은 촛불의 본질에 대한 자의적 해석이자, 주객을 전도시킨 발언이다. 청산 대상은 두 말할 필요 없이 박근혜정권과 새누리당, 그리고 그 부역자들이다. 박 시장 전주 발언 중 ‘인식상 의문점’을 가장 크게 제기하게 하는 부분이다. 

    민주당 분당 사태에 대해서도 “문 전 대표의 무능함과 우유부단함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분당 과정의 뼈대만 추려보자면 분당 원인을 문 전 대표의 무능과 우유부단함으로 돌리는 것은 균형을 상실한 감이 있다.  박 시장은 분당 사태 당시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지자체장이 정당 일에 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조기 대선이 가시권에 들어온 지금, 새삼 2년 전 분당사태를 거론하며 그 원인을 특정인에게 1차적으로 돌리는 것은 평소 박 시장의 합리적 태도에 견줘 수긍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박 시장이 전체적으로 뭘 강조하려했는지 이해하자고 들면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선의로 해석하자면, 당내 소수파로서 당내 패권주의에 대한 문제제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현 단계를 어떻게 보느냐, 즉 ‘역사적 인식’에 대한 의문을 던지게 하는 “청산 대상” 발언의 폭발력을 감안한다면, 부적절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정인을 옹호해서가 아니라, ‘이 국면의 역사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라는 점은 현실인식의 공유범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방문지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을 외면한 호남임을 고려해 그렇게 말한 점도 있을 텐데, 그래서 더더욱 문제라고 본다. 작년 4월총선 때와는 상당히 달라졌다고 듣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아직도 상당하다고들 주장하는 ‘호남의 반민주-반문재인 정서’를 의식해서 그런 말을 했다면 노회한 구태다. 그래서 동의하기 힘들다. 

    박 시장이 전주에서 강조했다시피, 구체제 개혁에 힘을 모아야 하는 시기에 ‘청산 대상’ 운운은 안그래도 소모적인 ‘친문-비문 논쟁’에 기름을 부은 형국이다. 중대시기에 ‘전력 분산’이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박 시장의 진의를 두고 궁금증과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시민들이 두 달 넘게 한 목소리로 주장하고 있다시피, 지금 싸울 상대와 주제는 이런 게 아니다. 이 점,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다고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던 정치인으로부터 터져나온 발언이기에 ‘충격’으로까지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 싶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나가보면 “이렇게 장대한 촛불집회를 여는데 박 시장의 행정적 도움과 배려가 큰 몫을 하고 있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전국적으로 촛불시민들의 생각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역간, 계층간  차이나 차별 없이 “이건 나라가 아니다. 나라다운 나라를 이번에 만들자”는 것이다. 여기에 이의가 없다면 일단은 다 같이 하나의 흐름을 이루고, 그 흐름을 저해하는 언동은 삼가자는 것이 촛불 대동정신이다. 

    박 시장이 전주에 간 그날 경북 구미를 찾은 문재인 전 대표가 박근혜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백색 테러’ 수준의 공격을 받았다. 이튿날인 9일 박 시장은 지체 없이 엄정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전주 발언에 의아했던 많은 사람들이 그 ‘일치’를 보고 일단은 우려를 덜었다는 점을 야권 대선주자와 그 지지자들에게 전하고 싶다. 본질을 건드리지 않는 범위에서의 예의 갖춘 토론. 시민들이 바라는 사항이자 민주주의의 척도이다.  우리 시민들은 그런 정치인과 그런 정부를 가질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이미 보여줬다. 정치인들이 응답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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