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서예온 기자] 최근 빵에 이어 라면, 맥주 등 식·음료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서민경제에 빨간불이 커졌다. 이 가운데 장바구니 물가에 가장 위협적인 품목은 계란이다. 고위험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계란 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것이다. 기존에는 30개들이 계란 한 판 가격이 5000원 대에 판매됐지만 현재 대형마트에서는 8000원 대에 판매되고 있다. 소규모 가게나 슈퍼마켓의 경우 계란 값이 1판당 1만 원대를 훌쩍 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수입 계란·계란 가공품에 대한 관세를 당분간 없애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계란을 들여오는 항공비를 절반 이상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정부의 계란 운송 작전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대형마트 계란 한판 가격이 8200원 대인 것을 감안하면 계란은 한 개에 273원 정도에 판매된다. 이런 상황에서 200원짜리 미국 달걀을 수입하면 달걀 한 개당 항공 운송비 값(152원)과 국내 유통비용(56원)이 추가돼 국내에선 400원 넘는 가격을 받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계란 수입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계란 값을 낮추기는 힘든 셈이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수입 계란이 들어와도 그간 살처분 한 가금류(농림축산식품부 기준 3033만 마리)가 많아 올해 계란 유통이 정상화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산란계 병아리 50만 마리를 수입한다는 입장이지만 복잡한 유통 과정이 남아 있는 만큼 계란 대란 해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계란 대란은 미리 막을 수 있었다. 지금과 같은 계란 사태를 키운 것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재난 대응 방식이다. AI 신고에 빠르게 대응했더라면 가금류 살처분 규모를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일본 정부의 재난 대응 방식과 크게 비교된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똑같이 조류 인플루엔자(H5N6형)가 발생했지만 신속한 대처로 피해 규모를 줄였다. 우리나라는 3000만 마리 이상의 가금류를 살처분했지만 일본은 살처분 된 가금류가 약 100만 마리에 불과했다.

같은 AI 사태를 겪었지만 대응 방식이 피해 규모를 가른 것이다.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지 약 한 달 만에 AI 관련 범정부 차원의 회의가 열린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 정부는 야생조류 분변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되자마자 즉각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로 격상하고 아베 총리가 방역 상황을 살피기까지 했다. 

현재 최순실 게이트로 시국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 식품 기업이 제품 값을 잇달아 인상하면서 서민의 주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생을 챙겨할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서민들은 다가오는 설에 전 조차 마음 편히 부칠 수 없게 됐다. 물론 AI 확산에는 철새 이외에 다양한 요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사태를 두고 대응 방식이 달라 피해 규모가 커진다면 책임은 누구 몫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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