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시기 놓고는 이견, 결선투표제는 국민의당 정의당 적극적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의 12월 27일 집단 탈당으로 보수세력이 둘로 분열하고 원내 4당 체제가 현실화됐다. 사진 위 부터 27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 국민의당 원내대책회의, 개혁보수신당(가칭) 제1회 의원총회.(사진=연합뉴스)
▲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의 12월 27일 집단 탈당으로 보수세력이 둘로 분열하고 원내 4당 체제가 현실화됐다. 사진 위 부터 27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 국민의당 원내대책회의, 개혁보수신당(가칭) 제1회 의원총회.(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희원 기자]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가운데 정치권은 개헌과 대선 결선투표제를 놓고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올해 초 국민의당으로 분당된데 이어 새누리당까지 27일 개혁보수신당(가칭)으로 쪼개지면서 원내 4당체제가 됐다. 원내교섭단체가 아닌 정의당까지 합하면 5당체제다.

정치권이 다당제로 재편되면서 강력한 대선주자를 보유한 세력이 주도권을 잡지 않는 이상 대선판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게임이 됐다. 이 때문에 개헌과 결선투표를 고리로 합종연횡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다양한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개헌의 경우 정치권은 각 정당이나 대선주자들 모두 개헌 자체의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개헌 시기를 놓고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선 이전 개헌에 부정적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대항해 ‘반문연대’가 형성된 듯 하지만 더 깊숙하게 들여다보면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도 대선 이전 개헌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반문’이라고 개헌 시기 등을 놓고 반드시 일치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새누리당 분당으로 원내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이전 개헌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지도부, 문재인 ‘대선 이전 개헌’ 부정적
‘비문 진영’은 개헌에 적극적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조기 대선이라 4∼5개월 사이에 개헌도 하고 대선도 하는 것은 어렵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원칙적으로 개헌에 찬성 입장을 보이면서도 대선 이전 개헌 주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세력재편과 권력 연장 의도가 있다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문 전 대표는 23일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개헌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임을 피력하면서도 “대선 전의 개헌은 현실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다음 정부에서 해야 한다. 지금은 차분히 개헌 논의를 해서 공론이 모아지면 개헌 과제에 대해 대선 때 대선후보들이 공약하고 그리고 국민들께 선택 받는 분이 다음 정부 초기에 개헌을 하면 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이어 자신을 ‘호헌파’라고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 “이 시기에 뭔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서 개헌을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나 목적 때문에 저를 공격하고 있는데 별로 맞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는 개헌을 고리로한 제3지대 정계개편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문 전 대표는 “일부 정치인들이 개헌을 매개로 연대를 하니 제3지대를 하니 정계개편을 하는 것들은 다 정치적 계산들이다. 그것은 순수하지 못한 것”이라며 “자칫 이번에 심판 받아야 할 정치 세력이 그런 방법을 통해서 다시 집권 연장을 해나가려는 의도가 다분히 포함돼 있어서 저는 국민들의 공감 얻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도 목소리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비문(비문재인) 진영에서는 개헌에 적극 나서고 있다.

비문 그룹이 주축이 된 개헌파들이 26일부터 연쇄적으로 토론회를 열며 개헌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문재인 전 대표와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종걸·이상민 의원 등 30명이 참여하는 ‘경제민주화와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의원 모임(가칭)’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새로운 대한민국, 문제는 정치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모임은 대표적 개헌론자인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지난 19일 경제민주화정책포럼 토론회에 참석했을 때 함께했던 인사들이 주축이 됐다.

하루 뒤인 27일에도 민주당 비주류 의원들과 국민의당, 무소속 의원 총 68명이 ‘미완의 촛불 시민혁명 어떻게 완수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고 개헌을 논의했다.

김종인 전 대표는 이날 축사를 통해 문재인 전 대표 등 일부 대권주자들이 ‘대선 이후 개헌’을 주장하는 것을 겨냥해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개헌을 하지 않고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개헌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촛불집회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정치권은 말만 하지 실질적으로 뭘 추진하고 있나”라고 비판했다.

김 전 대표는 개헌을 위한 대통령 임기 단축 논의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전 대표는 “3년 동안 우리나라의 당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대통령이라면, 2년 시간을 더 줘봐야 아무것도 못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통령 임기 단축을 내세우며 차기 정부에서 국가대혁신과 개헌을 완수하고 2020년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치르자고 제안했다.

박 시장은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2019년 국민 참여 하에 새 세기를 준비하는 개헌을 완성한 뒤,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2020년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해서 새 시대를 열어가자”며 “다음 대통령은 임기가 3년으로 단축되더라도 과거 적폐 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이라는 두 가지 사명을 받아 과거 어느 대통령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이어 “개헌 논의를 막을 수가 없는 상황이지만 현실적으로 일정이 너무 짧다”며 대선 이전 개헌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진단한 뒤 “다음 정부를 '혁신정부'로 규정하고 그 전제 하에 대선을 치르면 지금 개헌 관련 정치권의 불필요한 갈등이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주권개혁회의’ 발기인을 모으며 창당 작업에 들어간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대선 이전 개헌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은 대권욕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라고 비판을 가하고 있다.

손 전 대표는 최근 부산시의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개헌 시기는 대선 전이 좋다. 헌재의 결정을 앞두고 시간이 부족하므로 대선 전 개헌이 어렵다는 분들이 있다. 핑계다. 정직하지 않다”며 “사실은 대권에 마음이 사로잡혀 있을 뿐이다. 지금부터 개헌을 준비하면 시간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손 전 대표는 “개헌이 새누리당 잔당들의 권력연장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 이것도 개헌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협박”이라며 “촛불을 들었던 국민이 중심이 되는 개헌을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즉각적인 개헌 추진 및 결선투표제 도입 당론 채택

지난 23일 국민의당은 즉각적인 개헌 추진과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국민의당은 다만 대선 전 개헌이 어렵다면 2018년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로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국회의원 연석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어제 안철수 전 대표가 제안한 대로 반드시 대통령 후보들이 대선 공약을 하고 2018년 지방선거 국민투표의 로드맵대로 추진한다”면서 “즉, 개헌은 당장 추진하지만, 만약 대선 전에 불가하면 2018년 로드맵대로 우리는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전날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보수와 진보, 함께 개혁을 찾는다’ 토론회에서 “개헌은 해야 하지만 대선 전 개헌은 반대한다”며 “지금은 구체제 청산을 위한 개혁에 집중하고, 개헌은 대선 공약으로 내걸어 2018년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를 하는 것이 실행 가능한 합리적 방안”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23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가져 관심을 집중시켰다. 두 사람의 만남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 정계개편 논의의 한 축으로 손학규 전 대표와 국민의당 간의 연대설이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손 전 대표는 오찬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향후 국민의당과의 연대에 대해서 “개헌과 당(黨) 이런 것 하고는 좀 별개”라면서도 “개혁세력이 크게 서로 연대하고 힘을 합치고 그렇게 해서 새로운 나라 만드는 것은 제가 진작부터 얘기하던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개헌 당론 결정이 ‘제3지대’ 형성을 촉발할지에 대해 묻자 “정치권이 그렇게 빨리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탄핵이 언제 인용될 것인지 헌법재판소의 결정사항을 보면서 정치권이 움직여지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새누리 “대선 이전 개헌 당론 채택 용의”
개혁보수신당(가칭) 김무성, 개헌에 적극적
반기문의 의중은...

비박계의 대거 탈당으로 세가 크게 약화된 새누리당은 대선 이전 개헌을 당론으로 채택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개헌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추진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원내대표로서 국회 개헌 특위가 본격 운영되면 대선 전 개헌을 우리 당의 당론으로 채택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개혁보수신당(가칭)에 참여하기 위해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무성 전 대표는 개헌에 적극적이다. 최근 김무성 전 대표는 탈당 이전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당 개헌 모임인 ‘국가변혁을 위한 개헌추진위원회’ 행사에 참석해 “과연 대선 전에 어떻게 하면 개헌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중점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면서 “더불어민주당에서 개헌을 대선 이후로 미루자는 쪽으로 얘기되는 것으로 안다. 결국은 시민혁명을 통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계개편 핵으로 1월 중순께 귀국할 것으로 알려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개헌에 대한 입장을 간접적으로 밝혀 ‘개헌론’을 더 뜨겁게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반 총장은 지난 23일 미국을 방문한 새누리당 충북 출신의 경대수(증평군진천군음성군)·박덕흠(보은군옥천군영동군괴산군)·이종배(충주시) 의원을 만나 “1987년에 만들어진 헌법은 현재와 맞지 않으니 개헌은 틀림없이 있어야 한다”는 의중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배 의원은 개헌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총선과 대선시기를 맞추기 위해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반 총장이 '유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으며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대선 전에 시간이 없어 개헌을 못 한다면 차기 대통령 임기 초에 서둘러 결정하는 게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개헌과 맞물려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문제도 대선을 앞두고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결선투표제는 일정한 득표수 이상에 도달한 당선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상위 두 명이 다시 한 번 선거를 치르는 제도이며, 개헌 대상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굳이 개헌할 필요 없이 선거법 개정만으로도 결선투표제 도입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안철수 심상정 ‘8인 정치회의’ 제안, 문재인 “결선투표 국회가 논의하면 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는 결선투표제에 대해 매우 적극적이다. 지난 26일 국회에서 만난 안 전 대표와 심 대표는 야권 대선주자로 이뤄진 ‘8인 정치회의’를 열어 결선투표제 도입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8인 정치회의는 지난달 20일 안 전 대표가 제안한 것으로 문재인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 이재명 성남시장, 국민의당 천정배 전 공동대표,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 등이 모인 회의를 말한다.

안 전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여러 당이 존재하는 가운데에서도 적어도 50%가 넘는 지지를 받는 대통령을 뽑아야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다”며 결선투표제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심 대표는 “대표적으로는 선거제도와 관련해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도입돼야 하고 대통령 결선투표제도 바로 도입해야 한다”며 “결선투표제로 야권이 분열할 이유가 없다. 야권 지도자회의를 개최해 작은 이견이 있다면 해소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2일 안철수 전 대표가 이번 대선에서의 결선투표제 도입을 제안하자 도입이 바람직하다면서도 개헌 사항이라 이번 대선 적용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었던 문재인 전 대표는      결선투표제 논의를 위한 ‘8인 정치회의’ 제안에 대해 “국회가 논의하면 된다”고 국회에 공을 넘겼다.

문 전 대표는 26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싱크탱크 ‘국민성장’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결선투표제 찬성이다. 이번 대선에 곧바로 결선투표제를 도입할 건지 하는 건 국회가 논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대선주자 몇 사람들이 모여서 논의할 문제가 아니라 우선 여야, 야3당간에 먼저 협의해서 그 협의를 기초로 국회에서 법안을 논의하는 게 옳은 것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결선투표제 도입에 적극적이지만 원내 1, 2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27일 기자들과 만나 “결선투표제가 됐건 개헌이 됐건 논의를 하자는 것은 막을 수 없다”며 “어떤 단위에서 어떤 책임 있는 결과를 낼 것인지, 어느 단위에서 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해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원론적 입장을 보였다.

분당을 겪은 새누리당과 개혁보수신당(가칭)에서는 결선투표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국정부터 안정시켜놓고 대통령 뽑을 생각을 해야지 지금 이 상황에서 룰 경쟁을 벌이는 것은 국민에게 도리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개혁보수신당(가칭) 관계자도 “결선투표제 자체가 나쁘지는 않겠지만, 한국에서 대선 투표를 두 번 하는 게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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