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면세점 대전(大戰)이 끝났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이 승자가 됐다. 지난해 특허권을 반납한 SK네트웍스는 그간의 준비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고배를 마셨다.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졌고 심지어 수장이 교체됐다. 승자와 패자가 있는 경기에서 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특히 이번 면세점 특허권 쟁탈전에서 패배한 SK네트웍스에 대해서는 최태원 SK 회장과 그의 사촌형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자꾸 겹쳐 보인다.

최신원 회장은 최종건 전 SK 창업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안타깝게도 부친과 형이 모두 일찍 세상을 뜨면서 현재 SK 총수일가 중 맏형이다.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최태원 회장은 최종건 창업회장의 동생인 최종현 전 회장의 장남이다. 그러니 최신원 회장과 최태원 회장은 사촌지간이다.

많은 재벌들이 경영권 또는 재산 분할로 잡음이 일었던 반면 SK에서는 그런 마찰이 보이지 않았다. 최신원 회장이 장손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적이 없었고 더욱이 그럼 주요 계열사가 아닌 기업을 맡았을 때도 불만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사회공헌활동을 활발히 펼치며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며 기업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가 올해 SK네트웍스 회장에 취임하며 적극적인 경영활동과 함께 사회공헌활동에도 더 많은 구슬땀을 흘렸다. 특히 지난해 반납한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되찾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그 전보다 진일보한 발전계획도 내놨고 중소업체들과의 협력을 위한 목표도 내세웠다. 그 어느 때보다 공격적인 행보를 펼쳤지만 결국 쓴맛을 봤다.

탈락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태원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시내면세점 특허권 재획득에 대한 편의를 봐달라고 했을 것이란 의혹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이 같은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아무리 항변해도 ‘최순실 게이트’가 온 나라를 뒤덮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최태원 회장이 그런 ‘청탁’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각종 단서들이 나오고 있다.

만약 사촌형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청탁을 했다면 오히려 그것이 부메랑이 돌아온 꼴이다. 차라리 ‘그냥 뒀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여운이 남는다. 최신원 회장이 특허권 탈환을 위해 전 방위로 애쓴 것이 사촌동생의 의혹으로 인해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한 것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자신만이 아닌 가족, 일가 모두가 잘 되는 것은 소시민뿐만 아니라 재벌 총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고 불법 또는 위법을 자행해 일가를 돕는다면 그 도움을 받는 이도 결코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이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면 이번 시내면세점 결과가 지금과 같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수년간 최신원 회장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던 이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각종 의혹 속에서 SK네트웍스가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재획득했더라면 최신원 회장은 결코 기뻐만 하지 않았을 것 같다. 가끔은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머릿속에서 지우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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