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이 치러진 지난 16일 의원총회에서 이정현 대표(오른쪽)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개표도중 웃음짓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이 치러진 지난 16일 의원총회에서 이정현 대표(오른쪽)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개표도중 웃음짓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죄의식을 갖게 되면 반성하는 게 일반적 태도다. 그런데 대통령은, 사과 비슷한 것 두어 번 하면서 보였던 풀죽음은 온데간데없고, ‘앙심’만 남은 듯하다. 죄의식은커녕 “억울하다”고 생각하니까 앙심이 발동하는 것일 게다. 앙심은 오기를 낳고, 오기는 ‘비이성적 투지’를 북돋우고 있을 것이다. 심지어는 “괘씸타”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대통령의 변호인들은 검찰 대면조사 거부로 인한 수사 미진사항의 법리적 결락(缺落) 부분을 파고들어 헌법재판소 심리기간의 장기화를 1차 목표로 세운 게 아닌가 싶다. 그 결락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경우 헌재의 탄핵안 기각가능성을 점치며, 내부적으로는 “승산도 있다”고 논의했음직하다. 청와대가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를 보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점은 있지만, 법적 책임은 없다’고 생각하는 게 분명해 보인다. 

벌어진 모든 국정농단이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납득되지 않았듯, 앞으로도 상식은 더더욱 아니 전혀 통하지 않을 것이다. “별 거 아닌데 그간 억울하게 당했다”고 생각하고 되치기 한다는 심사에서 사생결단 필사적으로 나올지도 모른다.

앙심과 오기와 버티기로 일관하는 동안 국정은 어정쩡한 상태로 표류할 것이고,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중구난방을 노릴 수도 있다. 여기에 개헌론까지 얹혀지면 ‘중구난방’은 ‘우왕좌왕’으로 에스컬레이트될 것이라는  계산도 했을 것이다.  

때마침 연말연시에 방학이고, 뒤이어 가계의 자금수요가 많아지는 졸업-입학시즌이다. 당장 먹고 사는데 힘들고 바빠져서 촛불동력이 약해질 것이며, 시간은 자기편이라고 여길 것이다. 

물론, 광장의 시민들이 갑자기 흩어지거나 심드렁해지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에너지의 일과성 분출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장대하며, 매주 새 역사를 써온 수백만의 요구는 갈수록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일정과 비전에 대한 불투명성이 커지고 ‘백화제방’이 중구난방으로 흐른다면, 언제까지고 수백만의 운집을 당연한 상수(常數)로 잡아서는 안된다는 걸 특기하고 싶다. 그러니, “헌재가 이정도 촛불인데도 설마!” 하면서 탄핵소추안 인용을 당연하게 여기는 건 위험하단  얘기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그리고 인정이 안되겠지만, 바야흐로 ‘시험’에 들고 있다. 수백만의 일치된 함성과, 장엄한 촛불바다에 행여라도 도취돼서는 안된다. 앞으로도 수개월을 매주 수백만 명이 나와주리라고 기대해서도 안된다. 시민들의 의지를 믿지 못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광장의 요구는 결국 법과 제도화를 통해 수용되어야하기 때문이다.

‘긴장 국면’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는 정치권이 최일선에 서서 정교하게 대처하고 압박해야 한다. 야권의 대선 주자들은 고강도 압박과 ‘대청소 운동’의 구체적 법제화가 가장 확실한 선거운동임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 점이 2016년 겨울의 역사성이다. 1987년 6월항쟁이 30년 후인 올 겨울 촛불바다를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는 통사(通史)적 인식과 자각이 중요하다. 구체제 악법 개폐와 수구세력 고립화, 검찰-재벌-언론의 개혁방안 수립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제 겨우 첫 단추를 꿰고 있을 뿐이다. 다시한번 명토박아 말하지만, 여기까지 끌고 온 건 시민, 오로지 시민들이다. 이제 시민을 대의하는 국회가 헌신할 때다. 언제까지 시민들 어깨에 기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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