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회에서 박근혜대통령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우려스러운 일이 노골화되는 양상이다. 야권 지지자들의 대립적 분열이다. 특히 문재인 이재명 지지자들 간 감정싸움은 위험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문재인 이재명 두 사람이 직접 나서서 차분하게 설득하고 진정을 호소해야 한다. 하나마나한 말 같지만, 지지자들도 팬덤이나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지와 집착은 다르다. 집착을 ‘강력하고도 변치 않는 지지’로 여긴다면 근본적으로 ‘박사모’와 다를 게 없다.

대통령탄핵소추안 가결은 이제 겨우 첫 단추만 끼웠다는 얘기다. 벌써부터 이래서야 무슨 ‘구체제 대청소’며 ‘헌법농단부역자 청산’인가. 이런 작태를 보자고 촛불 든 게 아닐 것이다. 두 정치인 지지자들의 사생결단식 감정대립은 결과적으로 촛불광장의 순수한 뜻을 오염시키는 것이다.

시대교체, 세력교체에 이바지하는 정권교체여야 한다. 그게 촛불바다의  역사성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가 아니라, 구체제와 수구적폐를 어떻게 뿌리 뽑느냐가 핵심이다. 이 작업에 방해된다면 누가됐든 역사발전의 장애물이다.

특히 두 정치인 지지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여론조사 지지율에 취하지 마시라. 깨고 나서 허망한 게 술과 지지율이다. ‘적자론’도 벗어야 할 갑옷이다. 적자는 시민들이 최종 순간에 정한다. 이른바 대세론 또한 ‘노무현정신’과도 배치된다. 지금은 ‘누구를’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에 생각과 힘을 모을 때다. 

지난 7주간의 유례없는 촛불은 뭘 말하고 있는가. 한 마디로 “광장에 복무하라”는 것이다. 지금은 시민이 지도부다. 시민들은 “어느 순간에도 어느 상황에도 훼손되지 않도록 헌법정신을 제도화하고,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시민이 주인임을 숭고하고도 웅장하게 보여줬건만, 한 고비 넘자마자 “아무개 대권”으로 매몰되는 것은 자기부정이다.  

대통령탄핵안 가결 이후 “더 이상 가슴이 떨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야권 지지자들의 대립적 분열상을 보면서 “대통령선거 전에 새 체제 건설을 위한 기틀 마련은 물 건너갔고, 이대로 가면 대선 뒤 새 체제 건설도 기약하기 어렵다”는 걱정들이다. 결국 대통령 하나 바꾸기 위해 수백만이 매주 광장에 나왔느냐는 안타까움의 절박한 호소다. 그 호소와 안타까움, 충분히 타당하다. 

현 상황에서 촛불민심의 제도화는 정치권을 통하는 것 말고는 마땅치 않다. 촛불바다라는 혁명적 상황을 적법 절차를 통해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례없는 상황이니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잠시 혼란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논의의 초점이 “아무개를 대통령으로!”로 수렴돼버리면 촛불민심은 휘발될 수밖에 없다. 

유력 정치인의 지지자들이 사생결단식으로 대립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선이 불과 수개월 뒤라는 촉박함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대선으로 빠르게 휩쓸려가면서 “이러는 게 불가피하다”고들 말하는 상황이다. 

박근혜정권의 그 참혹한 꼴이 아직도 연일 새로 드러나고 있는 마당에 보수계열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될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다. 그러므로 정권교체는 ‘따 놓은 당상’처럼 여겨지는 것 역시 일견 당연하다. 유력 정치인이 직접 나서야 하는 이유가 이 지점이다. “내가 대통령이 돼서 어떻게 고치겠다”고 말할 때가 아직 아니다. 새 체제 건설을 위해 해야 할 일의 선후와 완급을 정하는 게 먼저다. 새 체제 건설방안과 로드맵을 밝히고 광장의 동의를 얻는 과정을 거쳐야, 촛불민심이 제도 속으로 연착륙될 수 있다. 그것이 지금 단계 정치지도자의 역할이다. 

대선 후보들, 특히 야권의 선두권 주자들은 분명하고도 강력한 목소리로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호소하고, 단합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게 지도력이다. 광장에서는 모두 한 목소리였다. 광장의 요구는 아직 이뤄진 게 없다. 그러므로 지금은 모두가 광장에 집중할 때이다. ‘누가’가 아니라, ‘무엇을 언제 어떻게’가 중요한 때이다. 대선은 그 이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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