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해선 기자] 2016년을 돌아보니 올해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 중 하나로 ‘갑질’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초 김만식 몽고식품 명예회장의 폭행으로 시작된 갑질 논란은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 그리고 정우현 미스터피자 대표로 이어지며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일명 ‘갑’들의 비상식적 행태는 일반 국민들에게 분노와 박탈감을 안겼고, 이는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영원히 갑일 것만 같던 기업들이 최근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며 순식간에 ‘을’로 전락한 사태를 보고 있자니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갑질 논란의 시초라고도 볼 수 있는 ‘땅콩회항’ 사건의 주인공인 대한항공은 최순실 사태와 맞물려 동정여론까지 생겨나고 있다.

조양호 회장이 비선실세의 입김으로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경질된 사실이 드러나며 끝내 법정관리로 떨어진 한진해운까지 최 씨의 영향이 미쳤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갑질의 아이콘’으로 일컬어지며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함께 뭇매를 맞아오던 대한항공은 어느새 정권의 희생양이 된 듯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된 기업들이 피해자인지 공모자인지 아직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기업의 결정에 있어 갑의 힘이 배제됐다고 보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국민들에게 갑질을 해대던 기업 총수들이 정치권력을 등에 업은  ‘슈퍼 갑’ 아래 을로 전락한 사실이 썩 유쾌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들도 약자가 될 수 있음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빚은 일련의 사태로 전 국민은 분노와 좌절을 겪고 있다. 설마 했던 의혹들은 사실로 밝혀졌고 현실은 영화보다 지독했다.

지금의 이 사태가 일단락되고 정리가 된 후라도 기업은 자신들이 을이었던 상황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더욱이 기업에게 변함없는 절대 갑은 비선실세와 같은 비정상적인 특정인이 아닌 소비자 한 명 한 명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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