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시민이 주인인 서울’의 가치 지켜갈 것”

박원순 서울시장(사진=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사진=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폴리뉴스 김희원 기자]지난 2011년 10월 재보궐 선거를 통해 서울시장에 당선된 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

박 시장은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파문이 터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적극적으로 외치며 11월 주말마다 열린 촛불집회에 참여해 현장의 시민들과 호흡했다. 박 시장은 적극적으로 민심과 호흡하면서도 이번 파문으로 인해 중앙정부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들어간 상황에서 지방정부까지 흔들리지 않도록 ‘흔들림 없는 서울시정’ 챙기기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28일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 가진 인터뷰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파문을 수습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함과 동시에 서울시장에 재임하면서 거둔 성과와 과오를 냉정히 평가하고 내년 서울시정 운영 구상도 제시했다.

박 시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2017년 서울시의 중점 사업’을 묻는 질문에 “지난 5년 서울시는 7조 7억의 채무를 감축, 재정균형을 달성했다. 이에 내년도 예산은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지방채까지 발행하며 올 해보다 2조 1,487억 증가한 29조 6,525억, 확장 예산으로 편성했다”며 “이 중 무려 10조 7천억을 복지, 일자리, 안전에 투입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 ‘안전과 일자리, 복지’를 시정의 3대 축으로 삼아 시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민생의 근간을 지키는 데 초점을 맞춰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또,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생활임금, 감정노동자 권리보호, 위안부 기록물 관리, 생리대 등 작지만 의미 있는 ‘서울형 예산’으로 서울시가 일관되게 추구해 온 ‘시민이 주인인 서울’의 가치를 지켜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인터뷰 중 마지막 부분이다.

“대통령 개인 위기가 국민 국가 위기 돼선 안돼”
“중앙정부 마비 상태, 지방정부부터 시민 안심에 매진해야 할 때”

-요즘 정치적인 이슈로 시정을 돌볼 시간이 많이 부족할 것 같다. 시정공백을 우려하는 시민들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대통령 개인의 위기가 국민의 위기, 국가의 위기가 되어서는 안된다. 사실상 중앙정부가 업무 마비 상태인 만큼 지방정부부터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시민 안심에 매진해야 할 때이다. 그래서 저는 몇 달전부터 준비한 해외 출장도 취소했다. 수개월 전부터 계획해 온 유럽순방(런던, 예테보리, 파리)을 고심 끝에 취소한 것은 1천만 수도 서울의 민생과 안전을 잘 지켜내는 것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긴급 간부회의와 안보정책포럼 등을 소집해 시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할 것을 재차 당부했다. 서울시 간부회의 때도 비상상황이니 서울시가 더 적극적으로 일하고, 민생을 더 잘 챙기라고 지시하고 있다. 지난 7일부터는 2-4시간씩 따로 시간을 내서 민생현장과 안전현장을 직접 방문해 현안을 관리하고 있다. 

-박 시장께서는 서울시장으로서 시정을 시작하면서 저희와의 인터뷰에서 ‘아무 것도 안한 시장으로 남고 싶다’ 이런 역설적인 이야기를 줬었다. 전시행정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 봤다. 지금 이 지점에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저는 그런 생각을 계속했다. 많은 사람들이 한 방, 큰 것을 해서 그걸 정치적 지렛대로 삼아서 대선으로 가라는 이야기를 했지만 제가 했던 것 중에 한 방을 한 것은 아니다. 정말 저는하나하나 지금 시장실의 서고가 보여주듯이 서울시정을 꼼꼼하고 깐깐하게 챙겨왔다고 생각한다. 다만 사람들이 서울역고가도 하고, 뭐도 하고 처음의 그런 생각이 변한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렇다고 서울시의 21세기 미래를 위해서는 SOC사업 등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5년 정도 되다보니 당연히 그런 것들도 하나씩 드러나고 하는 것이다. 저는 서울시장 자리는 ‘시장의 꿈을 실현한다기보다는 시민의 꿈을 실현하는 자리다’라는 생각에 나름 충실하게 해왔다고 생각한다.

-올해 신년 화두로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셨는데 서울시의 경제민주화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1:99 불평등은 우리 사회, 나아가 전 세계가 안고 있는 모든 병폐의 시작이다. 특히 성장의 온기가 상위 1%에게 집중되고 99%까지 고르게 퍼지지 않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모순은 건강, 교육 나아가 기회의 불평등으로 연결돼 문제가 확장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불평등, 불균형, 불공정 피해를 해결하고자 지난 2월 도시의 모든 권한과 수단을 동원해 ‘경제민주화도시 서울 선언’을 발표하고,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 생활임금제, 공정거래 프랜차이즈 인증제 등 16개 실천과제를 추진 중이다. 특히 지난 8월에는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경제민주화위원회’가 활동을 개시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서울시 경제민주화의 실천과제를 발굴하고 자문하며 추진상황을 점검 중이다.

-지난 11월 10일, 2017년 예산을 29조 6,525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번 예산안은 지난해와 비교할 때 7.8%인 2조 1,487억 원 늘어나 증가폭이 지난 6년간 가장 크다고 하는데 2017년 서울시의 중점 사업은 무엇인가.
지난 5년 서울시는 7조 7억의 채무를 감축, 재정균형을 달성했다. 이에 내년도 예산은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지방채까지 발행하며 올 해보다 2조 1,487억 증가한 29조 6,525억, 확장 예산으로 편성했다. 이 중 무려 10조 7천억을 복지, 일자리, 안전에 투입할 계획이다. 즉, ‘안전과 일자리, 복지’를 시정의 3대 축으로 삼아 시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민생의 근간을 지키는 데 초점을 맞춰 운영할 계획이다.
안전 분야에는 지진예방, 노후 전동차 및 하수관 등 도시기반시설 안전에 1조 4천억을 투입하고 일자리 분야에는 뉴딜일자리 등 지속가능한 좋은 일자리를 30만개 확충할 계획이다. 또 청년 취‧창업 거점을 늘리고, 노동문화 존중 분위기 정착에도 힘쓸 방침이다. 복지 분야에는 서울시 전체 예산의 1/3인 8조 7천억을 투입해 복지인력을 확충하고 청소년ㆍ여성ㆍ50대ㆍ어르신ㆍ장애인 등에 맞는 맞춤형 복지를 실현할 예정이다. 또,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생활임금, 감정노동자 권리보호, 위안부 기록물 관리, 생리대 등 작지만 의미 있는 ‘서울형 예산’으로 서울시가 일관되게 추구해 온 ‘시민이 주인인 서울’의 가치를 지켜갈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시정명령에도 불구하고 청년수당을 지원하셨다. ‘청년들의 지원서를 보고 가슴이 아팠다’는 인터뷰 기사를 봤는데 청년문제,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인가. 창업타운 조성과 전문 인력 선발 등을 제시하셨는데, 근본적인 청년실업 해법은 무엇인가.
가장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 불평등, 불공정 문제를 비롯한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다. 불평등과 불공정이 청년의 꿈마저 불평등, 불공정하게 해서는 안된다. 정책, 사업을 만들고 예산을 집행하는 공공이 견지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접근 방법은 ‘당사자주의’다. 정부가 2조1천억 원을 투입하고도 최악의 청년실업률을 기록한 것은 청년의 바람을 묻지 않고, 책상머리에서 현실과 괴리된 정책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청년수당을 비롯해 일자리, 주거, 공간, 청년활동 등 20개 사업의 ‘서울형 청년보장’은 청년들과 2년여에 걸쳐 토론해 청년이 직접 설계한 혁신정책이다. 한시적 ‘반짝 공공일자리’의 한계를 대폭 개선한 ‘뉴딜일자리’는 혁신적, 창조적 공공서비스를 발굴해 일 경험을 제공하는 청년일자리의 새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청년혁신활동가’, ‘서울에너지설계사’, ‘빅데이터분석가’, ‘서울교통주치의’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청년들이 취업의 가장 큰 애로로 정보 부족을 꼽고 있는 만큼 청년이 많이 다니는 곳을 중심으로 ‘일자리 카페’ 300개소를 조성하고 서울 강소기업 1000곳과 구직 청년을 매칭, 청년실업의 출구를 찾는 중이다.

본지 김능구 대표와 인터뷰를 갖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사진=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 본지 김능구 대표와 인터뷰를 갖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사진=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구의역 사고 반면교사 삼아 서울 지하철 안전 원점에서 새롭게 설계”

-서울시의 안전시스템은 어떤가. 서울 지하철이 스크린도어 고장이나 안전사고 등 크고 작은 문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어떤 조치들이 이뤄졌나.
서울시는 지난 5월 구의역 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아 ‘1%의 가능성이 100%의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으로 서울 지하철의 안전을 원점에서 새롭게 설계했다. 승강장안전문 유지보수 업무 등 지하철의 안전 분야 직영 전환 및 채용, 서울지하철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 안전대책을 가동 중이다. 307개 전체 역사의 안전문 전수조사를 완료하고 200억 예비비를 투입해 김포공항역 등 문제가 있는 안전문은 연내 정비하도록 했다. 235개 역사(메트로 54개역, 도철 157개역)는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또 노동자 안전을 담보하는 노동환경 구축을 위한 노동혁신 대책을 가동하고 있다. 단, 구의역 사고를 조사한 진상규명위원회는 우리 사회의 ‘불완전한 안전시스템’을 사고 원인으로 지적했다. 원청-하청이 가진 고질적 문제를 비롯해 비정규직, 갑을사회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적 문제, 내재적 문제들까지도 꼼꼼히 점검하고 시민이 됐다고 할 때까지 서울의 안전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해 나가고자 한다.

-용산공원 개발 정부안에 반대 입장을 밝히셨다.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나.
지난 주말 정부가 용산공원 내에 조성하려고 했던 8개 시설물에 대한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또, 미군기지 내 보존 가치가 있는 건물을 재활용한다고 했다. 이는 서울시가 당초부터 해왔던 주장의 핵심으로, 이제 비로소 용산공원이 제 자리를 찾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당초부터 서울시는 ‘국민적 여론 수렴이나 역사적 고려도 없이 정부 부처 간 나눠 먹기 식으로 사업이 진행됐다’고 주장해왔다. 서울시는 용산공원이 국가 공원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역사성을 회복하고, 시민 뜻에 따라,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기억하는 공간,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뛰어 넘는 서울의 허파로 조성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해 나갈 것이다. 

“구의역 사고 시민은 잊어도 서울은 잊지 않겠다고 다짐”

-지금까지의 성과 중 가장 만족스러운 것과 아쉬운 부분은 무엇인가.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역점을 둘 부분은.
도시는 시민이 행복해야 존재의 이유가 있다. ‘사람(시민)’을 지키고, ‘도시의 미래’를 지키는 시장이 되고자 했다. 민생을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 하는데 5년을 바쳤다고 자부한다. ‘토건중심’에서 사람에 투자하는 ‘사람중심’으로 탈바꿈했다. 채무 7조8천억을 감축하고 복지예산을 4조에서 8조로 확대했다. 공공임대주택 8만호 공급 완료 및 추가 8만호 공급을 진행 중이다. 50+재단 등 신고령사회 대비하고 있고 ‘찾아가는동주민센터’로 복지패러다임을 전환했다.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한 국공립어린이집 1000개소를 확충했다. 역대 최초 서울시 안전예산 1조원을 돌파했고 친환경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비정규직 정규직화 3대 혁신을 실현했다. 100년 서울,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를 위해 과감히 투자했다. 관광, R&D 등 ‘서울형 10대 신성장동력산업’을 육성했고 4차 산업혁명에도 대비했다. 기후변화에 대비한 원전하나줄이기, 미세먼지줄이기, 국제교류 복합지구, 동북권 행복4구 비전 등이 있다. 이 같은 서울의 변화는 서울에 대한 글로벌 성적표가 입증한다. 글로벌파워도시지수 세계6위, 마이스 개최 세계3위, 금융경쟁력 세계6위다.
이 같은 성과 이면에는 아쉬움도 많다. 특히, 지난 구의역 사고는 쓰리고 쓰린 ‘회초리’ 같은 사고였다. 구의역 사고를 시민은 잊어도 서울은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 날의 교훈을 기억해 비용과 효율, 속도로 디자인 된 도시의 프로세스를 바로잡는 기회로 삼을 것이다.

-재선 서울시장으로서 민선 6기도 2년 반이 지났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실질적인 지방자치, 분권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려 있다. 지방이 국가의 경쟁력이다. 지방자치가 곧 민생복지이며 시민이 잘 살고 국가가 발전하는 대전제다. 도시가 시민의 삶을 주도적으로 돌볼 때 시민의 삶이 안정되고, 시민의 삶이 안정될 때, 국가도 큰 그림을 그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방자치의 정체성이 제대로 확립되려면 현장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 되어 지방정부의 재정 자립, 조직권의 자립이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시는 현재 2:8인 지방세와 국세 비율을 3:7, 4:6 나아가 OECD 평균인 5:5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과 현재 3명으로 고정돼 있는 부시장 숫자를 7명까지 늘리는 방안을 중앙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변화가 실현되려면 누군가는 용기 있는 첫 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이에 서울시가 자치분권을 선언, 자치구에 올해 2,728억의 예산을 추가 이양하는 결단을 내렸다. 서울시 재정도 어렵지만 팔 다리를 자르는 심정으로 지방자치 개선을 위해 서울시가 먼저 통 큰 결단을 내린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상처받은 국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한 말씀 해달라.
어둠이 가장 깊었을 때, 새벽이 온다. 절망의 끝에서 희망의 꽃이 피고, 위기의 순간에 기회의 순간도 오는 것이다. 세상은 결국 꿈꾸는 자들의 것이다. 이제 우리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중고등학생, 심지어 초등학생들까지 목도하며 최근 촛불집회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며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그러나 국가의 불의와 위기를 묵인하지 않고 주권자로서 권리를 호소하는 시민, 국민 여러분들을 보면서 이 나라, 이 사회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국민 여러분이 희망이다. 시작은 분노였지만 국민 여러분은 그 분노를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열망으로 승화시켜 주셨다. 100만 촛불이 200만, 300만 촛불로 이어져 국민이 한 마음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의 꿈을 외칠 때 이 고통의 시간이 지나 대한민국의 새벽, 새봄이 올 것이다. 함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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