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최순실게이트 범죄혐의 여전히 부인, ‘책임회피’ ‘시간벌기’ 꼼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2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청와대]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2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청와대]

[폴리뉴스 정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발표한 3차 대국민담화는 사실상 국회에서 진행되는 ‘탄핵’을 막기 위해 자신의 대통령직 진퇴문제를 국회에 떠넘겼다. 자신의 거취마저 자신이 결정하기보다는 국회에 떠넘김으로서 혼란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30분에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대국민담화는 촛불을 든 국민들의 거센 하야 요구에 굴복하면서도 자신이 져야할 정치적 책임문제를 정치권이 절충해서 해법을 내놓으라고 공을 넘겼다. 이러한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수백만의 ‘촛불 민심’을 외면하면서 내달 2일로 임박한 국회의 ‘탄핵’ 의결을 막기 위한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기로 했다”면서 “여야 정치권이 국정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정하면 그 일정과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임기 단축’이란 표현으로 ‘자진사퇴’나 ‘하야 요구’를 비껴가려 했다. 그리고 이 ‘임기 단축’의 표현에 녹아 있는 ‘개헌’에 대해선 구체적인 표현도 하지 않았다. ‘개헌’과 연계해 대통령 임기를 단축한다는 뜻이 담겼음에도 대충 ‘임기 단축’이란 말로 넘겼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임기 단축’ 발언은 지난 11월27일 친박계 핵심 중진들 회동에서 나온 이른바 ‘명예로운 퇴진’의 한 방안으로 거론된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즉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고 하야하거나 또는 탄핵 당하는 불명예를 막으면서 ‘임기 단축’ 개헌을 통해 그나마 정상적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미다. 또 최소한 탄핵 당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 헌정 사상 가장 불명예스러운 대통령이 되는 ‘최악의 상황’은 면하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또 자신이 ‘하야’를 선택하기보다는 임기 단축 명목으로 ‘개헌’이란 의제를 정치권에 던져 정치권을 혼란 속으로 밀어 넣는 효과도 노렸다. 정치권을 ‘개헌세력 대 반(反) 개헌세력’으로 갈라 치면서 ‘시간 벌기’를 하면서 ‘탄핵’도 면하겠다는 이중 포석이다.

이는 친박계가 생각하는 정치일정과도 일치한다. 친박계는 개헌을 통해 대통령 임기를 내년 3~4월로 단축하면서 박 대통령의 자연스런 퇴진을 도모하겠다는 뜻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이날 언론을 통해 “개헌을 통해 대통령 임기를 조정할 수 있다”며 “막상 논의에 착수하면 개헌이 완료될 때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대통령 임기가 7∼8개월 단축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곧 탄핵에 동참키로 한 김무성 전 대표 등 비박계 의원을 동요시키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에 다름 아니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내부의 개헌 찬성세력에게 박 대통령 ‘탄핵 대오’에서 이탈해 달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결국 박 대통령의 이날 3차 대국민 담화의 핵심 내용은 자신의 진퇴를 국회에 떠넘기면서 ‘임기 단축’이란 말로 ‘개헌’을 끌어들인데 있다. 이를 통해 ‘탄핵’으로 향하는 정치권의 대오를 흩트리면서 눈앞으로 다가온 ‘탄핵’을 막겠다는 정치적 목적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정치권에 자신의 대통령직 사퇴 여부를 결정하라고 공을 던진 것에 대해 박 대통령의 즉각적인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들은 결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자신의 거취를 국회에 떠넘기는 행위 자체가 온당하지 않다는 인식과 함께 이를 정략적 수단으로 삼아 정치권을 갈등으로 이끌려는 대통령의 시도를 못마땅하게 볼 것이다.

그리고 박 대통령이 ‘임기단축 개헌’으로 겨냥한 지점이 탄핵 대열에 참여한 새누리당 비박계이기에 ‘탄핵’을 막기 위한 꼼수로 바라볼 수 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임기 단축 개헌’이 실제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개헌에 대한 견해차가 큰 상황이기 때문에 정치권은 여기에 휘말릴 경우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정치권이 합의하지 못할 경우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경우에는 자신이 대통령직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말이다. 3차 담화의 뜻대로 정치권이 흘러가면 박 대통령은 탄핵을 피하게 되고 정치권이 개헌을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 할 게 뻔하기 때문에 그만큼의 ‘시간’을 벌게 된다.

이러한 정치적 포석이 분명한 만큼 야당은 박 대통령의 제안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박 대통령이 야당과 함께 새누리당 비박계가 동참한 탄핵대오를 깨뜨리려 한다고 반발할 가능성이 더 높다. 아울러 새누리당 비박계 또한 박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탄핵 대오’에서 이탈할 경우 그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朴 최순실 게이트 범죄혐의 부인, ‘책임회피’에 ‘시간벌기 꼼수’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최순실 게이트’ 검찰조사 거부와 특검 수사 등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 검찰수사에서 드러난 자신의 범죄혐의에 대해 오히려 적극적인 방어의지까지 나타냈다. 사실상 박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이란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 내용을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저는 1998년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대통령에 취임하여 오늘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해 왔다”며 “단 한 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선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저의 큰 잘못”이라고 지난 11월4일 2차 대국민담화에서 밝힌 주장을 되풀이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차 담화에서 최순실 게이트 비리 의혹에 대해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의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자신의 책임이 아닌 최순실 개인의 범죄라고 말한 것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예상하고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히 말씀을 드리겠다”는 말만 하며 일체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이에 기자들이 대국민담화를 마친 박 대통령에게 이에 대해 질문하자 곧바로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이는 이번 사건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는 자신의 여러 범죄혐의에 대해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향후 검찰조사와 특검조사에서도 자신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이날 담화는 약 4분 정도로 2차 대국민 담화 9분보다도 짤막하게 진행됐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는데 대국민 담화를 이용했다. 기자들의 질의응답을 사전에 차단해 최순실 게이트 연루, 성형진료 의혹, 대리주사 처방, 세월호 7시간 등 국민들이 정작 궁금해 하는 내용 접근을 막았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여전히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고 자신의 범죄혐의는 부인한 것이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비서관의 검찰 진술에서 박 대통령의 범죄혐의가 상당부분 드러났음에도 이를 부인한 것을 두고 국민들은 또 다른 책임회피, 시간벌기 꼼수로 바라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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