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진박’ 물러나라”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4일 <폴리뉴스></div>와 인터뷰를 갖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하야 요구보다는 탄핵이 더 빠른 길이라고 주장하고, 당 내 이른바 '진박' 세력에 대해서도 2선 후퇴를 촉구했다.<사진=이은재 기자>
▲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4일 <폴리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하야 요구보다는 탄핵이 더 빠른 길이라고 주장하고, 당 내 이른바 '진박' 세력에 대해서도 2선 후퇴를 촉구했다.<사진=이은재 기자>

[폴리뉴스 안병용 기자] 최근 정치권에서는 상식적이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행정부 수반인 박근혜 대통령이 민간인에게 국가기밀인 연설문을 컨펌(Confirm‧승인) 받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한 것이 비상식의 시작이었다. 지난 20일에는 비상식의 결정판이 드러났다. 검찰은 이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중간 수사 발표를 했다. 국민들의 귀를 의심케 하는 소식이 전해졌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최순실-안종범과 ‘공모 관계’에 있다고 적시했다. 현직 대통령이 사정기관의 수사 대상자인 ‘범죄 혐의자’로 규정된 것이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을 수호할 책무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박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했다고 확신하고 있다. 검찰은 ‘최순실 사태’ 관련 박 대통령의 갖가지 범죄 혐의 직‧간접 증거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심은 들끓고 있다. 촛불집회에는 성난 국민 수 백 만 명이 집결했다. ‘하야’와 ‘탄핵’ 요구 외침은 청와대 앞 200m까지 진출했다. 정치권도 민심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 야당은 물론이고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박 대통령에게 배신당했다는 충격과 ‘왜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는가’라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이들의 ‘고해성사’가 연일 터져 나왔다. 나경원 의원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나 의원은 4선 고지에 오른 비박계 중진이다. 올 5월에는 정진석 의원과 원내대표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기도 했다. 19대 국회에서는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으로 선출되는 등 지나온 길보다 지나갈 길이 더욱 주목받는 보수 진영의 몇 안 되는 촉망받는 여성 정치인이다. 그런 정치인이 지금은 유일 보수 정당 새누리당의 ‘일단 해체’를 외치고 있다.

나 의원은 지난 24일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 ‘정국진단’ 인터뷰를 갖고 “건전하고 합리적인, 책임 있는 보수가 기댈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발전적 해체를 해야 된다”고 말했다. 최순실 사태로 인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신뢰도가 추락한 당의 재건을 위해선 박 대통령을 만든 책임 있는 정당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놔야 한다는 얘기다. 나 의원은 친박-비박 중진들 간의 모임인 ‘6인회(김재경·나경원·주호영‧원유철·정우택·홍문종)’ 중 한 명으로 현 지도부를 대신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골몰하고 있다. 

나 의원은 탄핵에 찬성하고 있다. 그리고 현 ‘친박 지도부’를 비롯해 박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불리는 이른바 ‘진박’들에 대한 전면 2선 후퇴를 주장하고 있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발전적 해체’의 로드맵이다. 나 의원은 “대통령을 감싸고 대통령과 함께 그동안 당을 컨트롤 해온 분들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면서 “이번 사태에 책임 있는 분들이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그런 체계의 당 지도 체제는 맞지 않다. 재창당 수준의 개혁을 끝까지 관철해내겠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내의 탄핵 찬성 의원 수는 4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총 128명 중 3분의1에 달하는 숫자다. 비박계 의원들은 자체 서명을 받는 등 탄핵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탄핵안 발의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151명)의 찬성이 있어야 하고, 탄핵소추는 재적의원 3분의2 이상(200명)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야권 의석이 172명 인 만큼 비박계 의원들의 수가 더해지면 박 대통령 탄핵 가결은 그야말로 가시권에 들어오는 셈이다. 나 의원은 “대통령이 탄핵에 이를 만큼 잘못을 했다면 탄핵 절차를 밟아야 한다”면서 “국민들이 분노하는 부분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국정이 어떻게 가야되는지 예측 가능성을 보여줄 때다. 국회가 이를 빨리 정리하지 않으면 국회를 해산 하자는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 김능구 대표와 인터뷰를 갖고 있는 나경원 의원.<사진=이은재 기자></div>
▲ 본지 김능구 대표와 인터뷰를 갖고 있는 나경원 의원.<사진=이은재 기자>

다음은 나경원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

▲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국민은 불안해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움직임은 현재 시점에서 가장 주목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른바 6인회, 친박-비박 6인이 모여서 활로를 찾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6인 회의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해보자고 해서 만들어졌는데, 나중에 최경환 의원과 김무성 전 대표가 만들어서 한 것이라 보도가 되다보니 본질이 왜곡되고 성격이 바뀐 느낌이다. 어쨌든 이번 사건으로 인해 새누리당은 정말 발전적 해체를 하고 재창당해야 된다. 건전하고 합리적인, 책임 있는 보수가 기댈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발전적 해체를 해야 된다. 발전적 해체를 하고 새로운 개혁을 하기 위한 첫 걸음은 새누리당에서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소위 진박 세력이 뒤로 물러나야 한다. 6인 회의가 순수하게 합리적인 중간층에 있는 중진들이 모이는 것이었으면 굉장히 좋았는데, 뭔가 소위 책임자들이 뒤에서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동하는 모습을 벌써 보여주고 말았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이번 사태에 책임 있는 분들이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그런 체계의 당 지도 체제는 맞지 않다는 얘기를 계속해서 하고 있다.

▲ 6인 회동에서 오는 28일까지 비대위원장을 추천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 회의 끝나고 각자 다른 얘기를 하는 것 같다. 28일 한 번 더 회의를 한다. 지도부 즉각 사퇴가 우선이다. 비대위원장 선임에 있어서도 책임 있는 분들이 뒤로 물러나야 한다. 물러나지 못하겠다는 것이 현 지도부의 입장인데, 그 부분이 정리가 돼야 비대위원장을 선임할 수 있다고 본다.

▲ 이정현 대표가 즉각 사퇴는 없다고 버티고 있다. 12월21일 사퇴하고, 내년 1월21일 전당대회를 치르겠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비대위 구성에 대해서는 논의하겠다는 식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이 선도 탈당을 했다. 현재 많은 비박 중진들의 선택이 중요한데, 조금씩 결이 다른 것 같다. 당 문제가 어떤 로드맵으로 가져가야 된다고 보나.

- 일단 당 내에서 재창당 수준의 개혁을 하는 것에 집중하고, 그 과정에서 그간 책임 있는 분들이 뒤로 물러서는 것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끝까지 관철해내려 한다. 그것이 안 되면 다음 수순을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보겠다.

▲ ‘책임 있는 분’이라는 것도 애매할 수 있다. 어떤 범주를 얘기하는 건가.

- 결국은 대통령을 감싸고 대통령과 함께 그동안 당을 컨트롤 해온 분들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소위 진박이라는 분들을 말씀드리는 것이다.

▲ 현 지도부 및 진박이 뒤로 물러서야 된다는 얘기인가.

- 2선 후퇴해야 한다. 저도 새누리당 당원으로서 당연히 책임져야 되지만 당 내에서는 분명히 더 책임 있는 사람과 덜 책임 있는 사람이 있다. 그동안의 친박-비박 구도를 굳이 나눈다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권력을 통해 당의 모양을 만들었던 분들과 거기에서 소외됐던 분들이 있다. 책임 있는 분들이 누구인지는 스스로 알지 않을까. 

▲ 지도부 및 진박들의 버티기가 계속되고 있는데, 그 분들의 2선 후퇴를 무한정 요구만 할 수는 없지 않나. 김 전 대표도 탄핵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시점까지 지도부가 물러서지 않으면 다른 결정, 결단을 내리겠다고 얘기하고 있다.

- 시간을 특정 하는 건 맞지 않다. 일단 당 내에서 당을 개혁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가정해서 얘기할 때는 아니다. 탄핵에 대한 진박들의 결은 다르다. 생각이 다르다. 결국 탄핵을 찬성하느냐 반대 하느냐는 헌법적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다. 그에 대한 기준들이 조금씩 다를 수는 있겠지만, 큰 틀에서 헌법적 양심의 차이가 이렇게 있을까 깜짝 놀랐다. 당 내에서 탄핵에 대한 Consensus(의견 일치)를 만들어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 그 작업들이 현재 탄핵 서명과 함께 벌어지고 있나?

- 탄핵에 대해 드러내놓고 찬성하는 사람들이 서명을 하고 있다. 저도 포함돼 있다.

▲ 탄핵의 발의와 투표가 정국의 분기점이 되지 않을까.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빠르면 12월2일이라 콕 찍어 얘기한다. 급하게 가고 있는 것 같다. 요구만 하고 봐서는 안 될 것 같다.

- 급박하게 가는 것이 아니라, 국정이 너무 장기간으로 예측 불가능하게 됐다. 촛불집회가 벌써 다섯 번째다. 이제는 국민들이 분노하는 부분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국정이 어떻게 가야되는지 예측 가능성을 보여줄 때다. 국회가 이를 빨리 정리하지 않으면 국회를 해산 하자는 얘기가 나올 것 같다. 혼란한 상황을 그대로 놔둘 순 없다. 계속 대통령 물러나라고만 외치는 것은 맞지 않다. 이번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아무리 우리가 사상 초유의 사건을 맞이하더라도 그 해법은 헌법적 질서 안에서 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었다. 헌법적 질서 안에서 대통령이 탄핵에 이를 만큼 잘못을 했다면 탄핵 절차를 밟아야 한다. 대통령을 물러나게 할 수 있는 헌법적 제도가 탄핵 제도이다. 그렇다면 그 제도의 틀에서 해결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저의 일관된 생각이다. 탄핵 절차를 통해 대통령 탄핵이 가결되면 직무가 정지되고,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예측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저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 민주당은 경제부총리의 인사청문회를 고려하겠다고 했다. 상당히 진전된 입장이다. 야당도 상당히 부담을 갖는 것 같다. 단순히 비판자 입장이 아니라 함께 국정을 책임져야 될 존재라는 거다.

- 그동안 야당의 참 안타까웠던 점은 본인들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시기에 광장으로만 나가는 형국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야당은 대통령이 총리를 추천하라고 했을 때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좋은 기회를 놓쳐 버린 것 같다. 그런 부분이 안타깝다.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고 하는 관계는 상당히 오래된 것 같다. 국정농단은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 인 것 같다. 전 분야에 걸쳐 드러나고 있다. 국가의 제대로 된 시스템의 부재인가? 어떻게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나.

- 안타깝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를 이뤄온 나라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수출할 만하다고 자랑스럽게 생각했는데, 결국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완전히 실종된 사건이다.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를 몇 단계 떨어트린 것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시스템 자체가 붕괴된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깝다. 결국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제도의 잘못도 있지만 대통령의 캐릭터도 보여줬다. 어쨌든 이러한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권력 구조에 대한 개헌이 필요하다.

▲ 개헌이 탄핵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개헌을 대선 이후에 하자는 얘기와 대선 이전에 탄핵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얘기 등이 있다.

- 가장 바람직한 것은 내년 대선 전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결정되면 내년에 조기 대선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데, 역대 개헌이 이뤄진 것을 보면 두 달 안에 전 절차가 마무리 되곤 했다. 개헌에 대한 논의도 이미 상당히 축척돼 있기 때문에 탄핵이 발의되고 나서는 바로 개헌 논의로 들어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새 대통령을 새로운 헌법에 의해 뽑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가장 걸림돌은 역시 야당의 유력 대선주자들이라고 생각한다. 유력 야당 대선주자들이 자신들의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 개헌의 첫 걸음이라 생각하고, 그 과정에서 그들의 (인간적인) 깊이나 애국심의 넓이 등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최순실 안종범 등과 공모 했다는 부분이 공소장에 적시됐다. 많은 언론이나 야당은 뇌물죄에 대해 지적들을 많이 했고, 검찰도 제3자 뇌물 수수 부분에 대해 수사 강도를 높이는 것 같다.

- 검찰이 뒤늦게 시작했다. 핵심 부분에 대해 미적거린 부분이 있다. 특별검사가 임명되는 순간 검찰은 더 이상 수사를 못하게 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검찰이 뇌물죄를 밝힐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검찰 수사가 그동안 잘한 부분도 있지만, 본질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 헌법적 절차에 따라 탄핵으로 가야 된다고 했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 정국이나 국제 정세를 봤을 때 불안요소로 작용한다는 얘기가 있다.
 
- 가장 빠른 길이다. 예측이 가능하다. 하야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탄핵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본다. 어차피 헌법재판소를 가면 6개월 안에는 결정해야 된다. 6개월 동안에는 당연히 권한대행 체제가 진행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으리라 본다.

▲ 국회 추천 총리 문제에 대해 야당이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해서 현재 어렵게 됐다. 권한 대행 체제가 되면 총리가 중요하다. 황 총리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보나.

- 지금은 별 방법이 없지 않나 싶다. 야당으로서는 책임 총리라도 세우고, 책임 총리가 새로 추천하는 각료들이 임명되는 방법으로 하길 바랐을 텐데 방법이 없을 것 같다.

▲ 물 건너갔다는 건가?

- 청와대에서 일단 뜻을 밝혔다고 본다. 대통령 퇴진을 전제로 한 총리 추천은 받지 않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이다. 탄핵소추안이 발의되고 가결되면 그것은 퇴진을 전제로 한 것이니까 안 받을 것이다.

▲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 민심이 엄중하다. 국민들이 자꾸 촛불 들게 할 때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탄핵안을 우리가 발의하고 처리하는 것이 맞다. 현재 경제지표들이 굉장히 나쁘게 나타나고 있다. 현장에서 굉장히 어렵다고들 많이 말씀하신다.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는 믿음을 드릴 때다.

▲ 최순실 국정조사가 곧 진행될 텐데 1988년 5공 청문회 때보다도 진행규모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TV 생중계가 되면 엄청날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지금까지 나온 여러 가지 의혹들이 다시 쏟아져 나올 것이다. 하나하나 다시 짚어보면서 새로운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의미도 있겠지만, 논란이 정리되는 국조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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