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식 칼럼]트럼프 당선인 대북정책: 불확실성의 우려와 여백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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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의 대북정책 우려하기보다는 긍정의 방향으로 견인할 적극적 노력 필요

     김근식(경남대 교수, 정치학)

      트럼프의 당선은 충격이었다. 그러나 당선을 전망 못 한 게 아니라 당선을 전망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다. 당선되지 않아야 한다는 당위성에 집착했을 뿐, 트럼프의 당선은 오히려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이미 온 세계는 자국의 이기심에 기반한 고립주의가 대세였다.

      트럼프 역시 경제적으로 좌절한 백인 중산층의 분노를 반이민정책과 자국이기주의로 결집시키고 동시에 정치적 기득권에 식상한 변화지향의 유권자들에게 새롭고 신선한 이방인의 이미지로 어필하면서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대선결과를 창출해낸 것이다. 당연히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America First와 고립주의일 수밖에 없고 그 정서적 이면에는 자유무역을 반대하는 ‘반세계화’와 이민자를 거부하는 ‘반다문화주의’가 바탕하고 있다.

     충격적인 트럼프 당선이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는 그의 대외 정책과 대한반도 정책을 쉽게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선거기간중 그가 쏟아낸 주장과 입장들은 정상적인 대외정책으로 수용하기엔 지나치게 이례적이고 거침없는 파격적 내용들이었다.

      트럼프 대외정책의 핵심적 특징이 바로 불확실성과 불가측성인 것도 그 때문이다. 정치 경험과 국정참여 경력이 전혀 없고 공화당 주류마저 그에게 등을 돌린 상황에서 향후 트럼프의 정책을 일정한 연속선에서 예측하기는 어려운게 사실이다.

      불확실성과 불가측성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외정책의 정치적 본질은 ‘반세계화’와 ‘반다문화주의’를 내세운 ‘미국우선주의’와 ‘고립주의’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에 따른다면 미국이 그동안 수행했던 기존의 세계경찰로서의 역할이나 지역분쟁에의 과도한 개입은 트럼프에겐 내키지 않은 일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의 대한반도 정책이 한미동맹에 대한 한국 측의 추가부담과 경제적 보상을 강력히 요구하는 것은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지금보다 훨씬 올려야 한다는 것은 이미 그가 후보시절 강력하게 어필하기도 했다. 심지어 한국의 자체 핵무장도 무방하다며 한국은 스스로 자신을 방어해야 한다는 논리까지 서슴치 않기도 했다. 반세계화 입장에 따라 한미 FTA 재협상이나 TPP 반대 등도 미국이 경제적 손해를 볼 수 없다는 미국우선주의의 사례들이다. 트럼프의 대외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준거는 미국의 이익을 최대한 챙기겠다는 현실적 고립주의의 맥락일 것이다.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더더욱 불확실하다. 그가 선거 기간중 간헐적으로 표출한 대북정책의 방향은 사실 종잡기 어렵다. 국제정치에 대한 전문성도 부족한데다 특히 북한에 대해서는 평범한 일반인 수준의 감정적 언사에만 그치고 있다. 유세도중 트럼프의 대북관련 발언은 사실 일정한 방향과 기조를 정리한 정책이라 볼 수 없다. 즉흥적이고 정서적인 대북인식을 간헐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미치광이 김정은의 핵무장은 반대하고 중국이 해결해주길 바라고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도 못할 게 없다는 정도이다. 여기에 미국의 이익이 최우선인 고립주의 외교정책을 결합한다면 일단 대북정책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시급하거나 지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대북정책 윤곽도 그리 정교하거나 일관되지도 않다.

      김정은을 미치광이로,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할 독재자로 인식하다는 점에서 보면 북한의 도발과 위협이 일정수준을 넘게 될 경우 트럼프는 예측불가의 일방통행식 군사적 옵션을 과감히 선택할지도 모른다. 다른 한편 김정은과 햄버거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그의 발언으로 미뤄보면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와 달리 핵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판단이 설 경우 오히려 조건없이 파격적으로 북미담판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는 정치인도 장관도 아니었고 오랫동안 사업가였기 때문에 필요한 협상에서 빅딜을 감행할 수도 있다. 결국 유세기간 중 그의 대북발언으로 유추할 수 있는 대북정책은 불확실성의 토대위에 서로 상반되는 방향이 모두 가능한 ‘정치적 여백’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트럼프 대북정책의 불확실성은 사실 뒤집어 보면 여백의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다. 촘촘히 메꿔지지 않은 채 불확실과 불가측의 여백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는 트럼프의 대북정책을 우려하기보다는 긍정의 방향으로 견인할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고 또한 가능하다.

      사실 미국의 대북정책이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지만 그와 동시에 한국의 대북정책도 미국에게 일정한 영향력과 개입력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트럼프처럼 아직 불확실의 영역에서 모든 옵션이 가능한 여백의 정책공간을 갖고 있는 경우라면 한국의 대북정책 방향이 미국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이 한반도 문제를 혼자만의 힘으로 말끔히 해결할 수 있는 해결사는 못되었지만 적어도 정세악화와 정세호전의 측면에서는 정부의 역할에 따라 한반도 정세에 긍정과 부정의 영향을 미쳐왔다. 김대중 정부 당시 한국 주도의 남북정상회담으로 2000년 겨울 조명록 차수의 워싱턴 특사방문과 클린턴 대통령과의 회담이 성사되었고 곧이어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평양방문과 김정일과의 면담이 성사되었다. 한국정부가 열어놓은 한반도 정세의 호전이 냉전이후 최대의 북미 고위급 상호방문을 성공시킨 것이다. 노무현 정부도 부시 정부의 대북강경정책에 굴하지 않고 6자회담과 북미협상에 일관되게 공을 들임으로써 2005년 9.19 공동성명을 도출했고, 이후 BDA 문제와 북한의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북미대화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함으로써 2007년 2.13 합의로 북핵문제를 진전시키는 데 기여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반대의 경우였다. 2009년 미국의 ‘포괄적 패키지’ 접근으로 북미협상의 가능성이 마련될 때 이명박 대통령은 ‘그랜드 바겐’을 내세워 북핵폐기라는 최종목표가 협상의 전제조건임을 강조함으로써 북미협상에 제동을 걸고 말았다. 핵시설 불능화와 냉각탑 폭파 및 핵신고서 제출에 대해 미국이 테러지원국 해제로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북핵협상이 상당히 진전되던 2008년 12월 6자회담에서도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검증방식에 대해 가장 강경한 입장을 고집하였고 결국 그때 이후 6자회담은 열리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 역시 4차 핵실험 이후로 북미의 그 어떤 협상 가능성도 원천적으로 거부하고 봉쇄하는 입장이었다. 2015년 노동당 창건 70주년 즈음해서 북한이 대미 평화협정 협상을 제의했고 그해 말 뉴욕채널을 통해 북미간 평화협정 논의가 물밑에서 진행되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2016년 1월 4차 핵실험 이후 개성공단 폐쇄와 대북제재 만능주의로 전환하면서 북미협상의 일말의 가능성마저도 철저히 거부했다. 왕이 외교부장이 제안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병행협상론도 가장 강경하게 반대했다. 제재국면에서 대화의 ‘대’자도 꺼내지 말라는 대통령의 날선 고집이 북핵협상의 숨통을 완전히 막고 있는 셈이다.

      결국 한국의 정책방향에 따라 북핵문제와 북미관계는 정세가 호전되기도 하고 오히려 악화되기도 했다. 때로는 미국의 강경입장이 심각한 한반도 정세악화로 결과되지 않도록 안전판 역할을 하기도 하고, 적극적 노력을 통해 미국으로 하여금 북미협상에 나서도록 정세호전을 촉진하기도 했다. 반대로 북미협상의 가능성을 가로막거나 제동을 걸기도 하면서 한국이 오히려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이를 감안하면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의 영역이 크고 그만큼 아직 채워지지 않은 여백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미국의 대북정책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기회이자 찬스일 수 있다. 트럼프의 파격과 돌출행동을 우려하기보다는 그가 가진 불확실성을 여백의 미학으로 채워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김근식 기자 kimo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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