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에 치명적 결함 드러내, ‘비상시국 이끌 수 있겠나’ 우려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희원 기자]지난 주말 이른바 ‘최순실 파문’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100만 촛불 집회’가 열리는 등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 비상시국에서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리더십에 치명적 결함을 드러냈다.

‘100만 촛불 집회’ 이후 정치권 안팎의 관심은 청와대에 쏠렸다. 박 대통령이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 민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조만간 박 대통령이 제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추미애 대표가 14일 오전 다른 야당과 아무런 협의없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 영수회담을 제안했고 청와대는 이를 전격 수용했다. 그러나 추 대표의 뜬금없는 ‘단독 플레이’는 당 내 거센 반발에 부딪혀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이날 오후 4시부터 4시간30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의원총회에서는 추 대표의 단독 양자회담 제안에 대해 강한 비판이 터져나왔다.

설훈 의원은 “영수회담 개최 속보를 보고 경악했다. 박 대통령에게 더 전할 민심이 남아 있나”라고 비판했으며 조응천 의원은 “야권 공조를 깼고, 청와대 가서 또 무슨 숙제를 받아와 정국을 꼬이게 하려는 거냐”라고 주장하는 등 의원들의 비판이 거셌다.

이와 함께 당 소속 의원들은 추미애 대표가 당과 충분한 상의를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이와 같은 결정을 했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이날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추 대표가 영수회담을 제안했다는 소식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던 당내 인사는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으며 우상호 원내대표조차도 13일 늦은 저녁에 전화로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 사무총장은 물론 비서실장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라인인 ‘최순실’처럼 추 대표가 비선라인과의 논의를 거쳐 의사 결정을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4선의 오제세 의원은 의총에서 “우리가 최순실 당이냐. 우리가 박근혜당이랑 뭐가 다르냐”고 추 대표 단독적인 영수회담 추진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 대표의 단독 플레이 ‘전두환 예방 소동’ 이후 두 번째
“추미애의 최순실 있다” 비선라인 비판도 제기

추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100만 촛불 민심을 있는 그대로 대통령께 전하겠다. 그 동안 당내 많은 의원님들 뿐만 아니라 어제 가진 긴급 중진연석회의에서도 회담의 필요성을 말씀해 주셔서 추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날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일부 중진들이 영수회담 얘기를 꺼냈는데, 그 구체적 시기와 방식에 대해선 얘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 일각에서는 추 대표의 특보단장인 김민석 전 의원이 동교동계 출신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영수회담을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이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안민석 의원은 의총에서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는 아무 결론이 없었는데도 이렇게 중요한 결정이 비공식적으로 이뤄졌다면 문제”라며 “이런 것을 비선라인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어떻게 그렇게 똑같은 제1야당 대표와 대통령이 있는가, 이 나라는 참 불행하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추 대표로서는 중간에 한 사람을 두고 며칠간 추진한 것으로 그렇게 알고 있다. (그 사람은) 추미애의 최순실”이라고 비판했다.

추 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과의 긴급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 뜻과 다르게 국민과 당원 여러분에게 혼란을 드렸다면 죄송하다. 두 야당에도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힌 뒤 “이번 담판은 여당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에서 대통령이 민심을 여전히 직시하지 못하고 오판할 경우, 국민과 국가의 고통이 심각한 재앙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제1야당대표로서의 책임감 때문이었다”며 “여전히 대통령에게 가감없는 생생한 상황 전달이 안되고 있다는 깊은 우려 때문이었다”고 이해를 구했지만 설득력은 떨어져 보였다.

추 대표가 당 대표에 선출된 이후 보여준 이같은 ‘단독 플레이’ ‘헛발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8·27 전당대회 직후에도 당내 충분한 사전 논의 없이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을 발표했다가 당 안팎 거센 반발에 부딪혀 취소한 이후 두 번째다.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비상시국을 추 대표의 리더십으로 극복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종걸 전 원내대표는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추 대표가 씻을 수 없는 실책을 범해 리더십 확립이 어렵게 된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오지만, 당장 추 대표가 물러나는 것이 책임이 있는 태도라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한 번 더 실책을 범한다면 국민에게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폴리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영수회담 제안이 도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서 그같은 결정을 했는지 불투명하다”며 "추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다르지 않다. 지금 남을 욕할 때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추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서는 “추 대표가 왜 영수회담을 하겠다고 했는지 모르겠다. 국민 민심은 대통령이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하는 것이다”며 “추 대표가 박 대통령을 만나게 되면 대통령의 국내적 지위를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 추 대표가 박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발상 자체가 경악스럽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지금은 야당 공조가 필요할 때인데 자기 혼자 상의없이 청와대에 가겠다는 것은 야당과의 공조를 파기하겠다는 것이다”며 “무리해서 자신이 뭘 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상황 인식이 안 돼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이 문제는 이미 정치권의 손을 떠났다. 정치권이 수습을 할 수가 없다”며 “수습 주체는 국민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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