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지난 9일 국회에서  회동을 갖기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지난 9일 국회에서 회동을 갖기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제1야당 민주당 역할이 촛불민심 전달인가

11월 12일 광화문 광장 일대에는 100만 시민이 모여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와 행진을 펼쳤다. 1980년 5월의 봄이 대학생이 중심이 된 시위였고, 1987년 6월항쟁이 대학생들과 넥타이 부대가 합류한 항쟁이었다면 2016년 11월 12일 시위는 지역과 계층과 연령을 초월한 온 국민이 하나가 된 시위였다. 100만 명의 시민들이 비좁은 광장에서 몸을 부대끼며 5∼6시간을 함께 했지만 그것은 거대한 축제일 뿐, 아무런 불상사도 없었고 열성적인 청년들의 노력으로 쓰레기까지 말끔히 치워진 민주주의의 산 체험장 이었다. 지난 10월 29일 시민들이 촛불을 들기 시작할 무렵 민주당은 국민적 대오에 함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었고, 11월 5일 집회에 비로소 일부 국회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11월 12일 집회에는 민주당도 당원들을 동원하여 참여를 했지만 자신들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국민들 앞에 분명히 제시하지를 못했다. 

100만 국민이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시점에서 당론조차 제대로 정하지 못하고 좌고우면하던 민주당이 오늘 갑자기 추미애 대표와 박대통령의 양자회동을 제안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돌출적인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우선 11월 12일 집회에 참석한 모든 당원들의 총의를 모아 현 시점에서 당의 노선을 분명히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동안 공조해온 야당과의 조율을 통해 다음 행보를 정했어야 했다. 그런데 당론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과의 면담을 통해 민심을 전달하고 대통령으로부터 비상시국의 해법을 듣겠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되었다고 할 것이다. 더구나 그동안 공조해 왔던 다른 야당들과 전혀 상의없이 돌출적으로 이런 제안을 했다는 것은 제1야당이 스스로 야권공조를 깨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은 국민으로부터 즉각 퇴진을 요구받고 있는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시국 해법을 야당이 국민에게 전달을 해야 할  시점이 아니고, 거꾸로 야당이 힘을 합쳐 국민들의 집약된 요구를 대통령이 받아들이도록 압박을 가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국민을 믿고 당당하게 가지 않는 야당에게 기회는 없을 것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신군부는 이미 권력을 탈취하기 위한 준비를 마치고 있었지만 당시 정치권의 양 김씨는 순조롭게 상황이 이어지면 자신들에게 권력이 넘어올 것이라 기대하다가 5,17 쿠데타를 맞고 말았다. 1987년 6월항쟁이 대통령 직선제를 받아들인 6.29 선언으로 일단락이 되었지만 자신들에게 기회가 왔다는 착각으로 분열한 야권으로 인해 다시 권력은 전두환에서 노태우로 넘어 갔고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을 다시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2016년 11월 이 시점에서 야당은 자신들이 그동안 4.13 총선 민의를 받들어 치열하게 노력을 했기 때문에 지금 같은 상황이 조성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권력의 오만과 보수세력 내부의 균열, 그리고 그 균열의 틈을 집요하게 파고든 일부 언론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오늘날 대항쟁의 대오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누구보다 이 상황에서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들 앞에서 치열하게 반성하고 앞장을 서서 방향을 제시해야 할 책무가 있는 집단이 야당일 것인데 과연 지금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야당은 더 늦기 전에 국민 앞에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분명히 제시하고 국민적 동의를 구해야 한다. 광장의 국민들은 즉각적인 퇴진을 주장하고 있지만 국회에서 그 뜻을 받드는 절차가 대통령 탄핵이라고 한다면 더 미룰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미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대통령 탄핵 주장이 나오고 있고, 당 해체까지 거론되는 마당에서 숱한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국회의 직무유기일 수 있다. 탄핵을 하면 지금 총리가 권한을 대행하게 되고, 헌법재판소의 판결까지 시간을 벌어서 다시 역공을 할지도 모른다는 일부의 주장은 도도한 역사의 물줄기를 거스를 수 있는 세력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평범한 진실을 잊고 하는 기우에 불과하다. 국회에서 탄핵 절차를 밟는 것은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바램과 상충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상승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은 야권 공조를 깨면서까지 대통령과의 만남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총의를 모아 당론을 확정하고 야권공조의 대열에 앞장서서 역사적인 범국민적 항쟁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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