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에 드러나지 않은 트럼프 지지층, ‘제2의 브렉시트’ 현실로

9일(현지시각)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사진=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 9일(현지시각)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사진=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폴리뉴스 김동용 기자]막말과 기행으로 숱한 이슈와 논란을 몰고 다녔던 ‘정치계의 이단아’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9일(현지시각) 미국 내 대다수 언론과 정치평론가의 예측을 뒤엎고 백악관행을  확정지었다. 트럼프 발 충격파가 전 세계에 퍼져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가 내세웠던 ‘미국 우선주의’와 기득권 정치세력에 대한 분노가 맞물렸다는 평가다.

현지 언론들을 비롯해 전 세계 대부분의 정치권 인사들과 언론들은 대선 전날(지난 8일)까지도 클린턴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오히려 트럼프는 클린턴에게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변이라 볼 수 있는 이번 대선 결과는 우선 트럼프가 주창했던 ‘미국 우선주의’가 미국 내 불법이민자 문제,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일자리 감소, 무슬림 추종 세력과 연루된 테러 등으로 인해 강력한 해법을 갈망하던 미국 유권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해 뚜렷한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던 기득권 정치세력에 대한 심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트럼프가 대선을 앞두고 ‘제2의 브렉시트’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던 발언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지난 6월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한 브렉시트(Brexit) 투표에 앞서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영국의 EU 잔류를 지지하는 여론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이번 미 대선 직전까지 집계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지지층의 여론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실제 클린턴 지지를 선언했던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가 ‘미국 브렉시트’를 안겼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사진=힐러리 클린턴 트위터)
▲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사진=힐러리 클린턴 트위터)

이와 관련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날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모두 힐러리의 당선을 예상했던 것은 미국의 메이저 언론들을 통해서 보는 민주당의 시각에 감염돼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황태순 평론가는 미 대선 전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하기도 했다.

황 평론가는 이 같은 분석의 배경으로 과거 한 언론에 실린 재미한인교포 3인의 대담내용을 소개했다. 황 평론가는 대담에 따르면 “백인들의 의견은 여론조사에 제대로 반영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고 지적한 뒤 “심지어 민주당 쪽에 경사돼있는 언론은 트럼프의 발언을 모두 보도하는 게 아니라, 막말 부분만 강조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황 평론가는 또 “힐러리 클린턴은 3가지 약점이 있었다”며 “우선 여성이라는 점이다. 힐러리 본인도 약점으로 인정했지만, 미국에서는 여성이 참정권을 가진지 96년밖에 안 됐다”고 강조했다.

황 평론가는 이어 “부부가 모두 대선에 출마한 것도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8년간 영부인으로서 백악관 생활, 뉴욕주 상원의원과 국무장관을 거쳐 유권자들이 피로감을 호소할 수 있다”며 “게다가 우리가 10년 주기설이 있듯이 미국에서도 8년을 집권하면 다른 정파에게 집권을 맡겨보려는 현명함이 있다”고 덧붙였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학교 미국학과 교수는 트럼프 당선 원인과 관련 “아웃사이더들의 대반란”이라고 표현한 뒤 “저소득층 백인층을 중심으로 기존 민주당이 자신들의 삶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강한 분노가 가장 핵심 원인이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대선과 관련 ‘미국의 주인이 바뀐다’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던 안 교수는 해외 언론들이 대부분 클린턴의 우세를 점쳤으나, 트럼프를 누르지 못한 요인으로는 “민주당은 아래로부터 새로운 희망을 가진 후보를 내세워야 하는데 힐러리는 오랫동안 ‘인사이더’로 일했다”며 “이번 대선은 인사이더들의 선거가 아니라 아웃사이더들의 반란의 선거인데, 그 점이 결국 안 맞았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의 ‘반(反) 기득권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공조,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의혹’을 트럼프 당선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이 교수는 이날 오후 YTN 라디오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유권자들에게 ‘힐러리는 오랫동안 정치를 해왔고, 그래서 기득권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 ‘워싱턴 정치를 개혁하는 데 모자람이 있지 않느냐’는 부분이 일정정도 있었다고 본다”며 “트럼프는 정치 신예로서 기성 정치를 완전 바꾸겠다는 것을 설득했는데, 이러한 설득에 상당 부분 찬성하고 지지한 결과가 이번 선거로 끝나지 않았나본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는 트럼프를 미온적으로 지지했던 사람과 더불어 힐러리를 지지하려 했으나, 수사 과정을 보면서 ‘힐러리는 거짓말쟁이가 사실인가 보다’ 하고 느낀 유권자들이 선거장에 와 투표를 하게 만든 계기가 되지 않았나본다”며 “이것이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선거 결과 간 괴리를 낳게 한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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