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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7일 칼을 빼들었다. “박 대통령과 같이 못죽겠다. 대통령은 당을 떠나라. 인사권 등 권한행사도 말라”. 필자는 8일 자 조간들이 제목으로 뽑을 게 유력한 “대통령에 탈당요구”보다는, 김 전 대표 회견의 이 부분에 더 주목한다. “헌법수호가 책무인 대통령이 헌법을 훼손했다”. 한 마디로 탄핵에 찬성하겠다는 얘기다. 탄핵안 발의에 앞장서거나, 앞장까지는 아니어도 탄핵안이 발의되면 자신의 그룹을 이끌고 탄핵안에 찬성하겠다는 예고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김무성 회견 기사의 제목은 “김무성, 대통령 탈당요구”가 아니라, “김무성, 탄핵도 시사”로 뽑는 게 맞을듯 하다.)

김무성은 왜 이 상황에서 탈당요구에 탄핵까지 시사했을까. 대통령이 받아들이건 말건 손해볼 것 없는 꽃놀이패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대선 주자군 중 ‘맏형’이지만 최순실게이트 국면에서 침묵하고 있던 새, 남경필 원희룡 등이 시국 관련 입장을 이미 내놓은 터라 좀 더 묵직하고 강한 수가 필요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이미 “내려놓으시라”며 대통령의 2선퇴진을 요구한 바 있다.

5일 30만 군중이 “대통령 하야”를 외치며 전국을 촛불 바다로 만들었다. 대통령의 사과가 분노를 증폭시키는 악순환 속에서 대통령은 총리를 지명하는 등 민심과 정반대로 나가며 점점 외통수로 치닫는 상황. 12일로 예정된 3차 궐기대회를 앞두고 정치권은 응답해야 하는 국면에서 김무성으로서는 ‘한 방’이 필요했다. 제3차 궐기대회 이전에 대통령의 탈당선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먼저 탈당을 요구하고 나섬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인식시켜려 했을 것이다. 대통령이 결국 탈당을 선언하면 자신의 요구가 압박으로 작용해 탈당을 이끌어낸 것이 되고, 반대로 대통령이 고집을 부리면 김 전 대표는 “나로서는 정치적 역할을 충분히 했다”는 명분을 축적할 수 있다. 탈당 요구만으로는 ‘2% 부족’하니, “헌법 훼손”을 지적하며 탄핵 시사를 하나 더 얹었다. 그래야 여타 주자들과의 차별성은 물론, 하야를 요구하는 민심에도 부응하는 것이 되므로.

시민들은 최순실게이트의 진상규명-처벌 뿐만이 아니라, 차제에 주권자로서의 시민의 권리를 분명히 못박고, 건국 후 70년 간 계속되어온 수구세력의 기득권과 전횡을 뿌리뽑아 새로운 체제를 건설해야 할 적기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해지는 상황이다. 말하자면 ‘한국판 시민혁명’이자 ‘명예혁명’을 향해 치닫고 있는 국면이다. 이번에 새로운 사회를 여는 기틀을 만듦으로써 ‘87년 6월항쟁’이 비로소 완성된다는 인식인 것이다.

이런 점을 김 전 대표가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새누리당의 자생력이나  수습력이 없다는 게 확인되는 현 상황에서 대통령과 선을 긋고 일단 활로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그래서 탈당요구에 탄핵까지 시사한 것이다.

관심은 두 가지다. 대통령이 어떻게 나올까와, 새누리당 내 반응과 파장.


대통령은 떼밀려서 탈당과 책임총리 보장(또는 거국내각 수용)을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이 국면에서도 자신의 체면과 권위를 먼저 생각할 만큼 상황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두 번째 사과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대통령이 탈당을 선언하더라도 김 전 대표가 탈당을 요구한 터라 퇴색될 것은 뻔하다. 대통령으로서는 카드 하나를 선점당해버렸다. 그렇다고 탈당하지 않고 마냥 버틸 수도 없을 것이고, 탈당하자니 떼밀리는 것이라 모양이 살지 않고. 어쨌거나 김 전 대표가 ‘선빵’을 날린 것은 맞다.

새누리당 친박계 일부는 일단 김 전 대표의 요구에 부정적이다. 그러나 반대 강도가 확고해서 대통령 탈당요구를 둘러싸고 당이 쪼개지는 국면으로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 ‘5% 지지’ 대통령을 옹호하는 게 자신들의 정치적 수명을 스스로 갉아먹는다는 것은 이미 동물적 감각으로 느끼고 계산을 마쳐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여지껏의 정치적 스탠스를 180도 바꾸며 먼저 치고나기기 보다는 뭉기적거리며 좌우 눈치를 보겠지만, 보따리는 이미 싸놨을 것이라는 얘기다. 친박계가 대통령 탈당 요구파에게 “당신들이 당을 나가라”고 공세적으로 나설 상황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고 “탈당 반대-대통령 옹위”를 외치는 ‘순장조’가 먼저 분당을 강행할 가능성은 더더욱 낮다. 나가는 순간 그들은  고립무원일테니까. 순장하겠다는 의원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아니 순장조가 있기는 할까? 필자는 부정적이다. 계속 이런 식으로 지지고 볶으면서 한동안 시끄러울 것이다. 

그렇다면 김무성은 7일 회견으로 다시 정치적 지위와 영향력을 회복할 수 있을까? 최순실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발표와 기소 범위, 적용 죄목에 따라 약간의 변동 가능성은 있겠지만, 대세는 이미 기운 것으로 판단들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이미 끝났지만 자신들 마저 끝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혁명적 상황’이 아니라면, 일단 20대 의원들은 앞으로 3년 6개월이라는 보장된 시간을 갖고 있기에 자기 살 길을 도모할 게 뻔하다. 19대 대선이 언제 치러질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그리고 새누리당의 대선 결과는 지극히 어둡지만, 의원들은 자신의 정치적 활로는 아직 가능성이 있다고들 여길 것이기 때문에.

무대(김무성)는 “대통령이 팔팔할 땐 납작 엎드려있더니, 엎어지니까 돌팔매질한다”는 지적에 대답해야 하는 상황에 곧 처할 것이다. 그는 무슨 카드를 꺼내들까. 대통령은 어떤 카드로 자신의 체면을 살리려 마지막 몸부림을 칠까. 대통령 옆에 그런 훈수를 둘 사람이 지금 있기는 할까? 2007년 친이-친박계의 다툼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보수세력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분화될까. 어떻게 대응해나갈까. 이번 사태를 통해 기존의 기회주의적 속성을 버리고 ‘진정한 보수주의자’로 변신하는 계기로 까지 나아갈까.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남긴 화두이자, 미증유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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