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 국정농단 의혹 사태 속에서 대기업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재계순위 5위까지의 그룹을 비롯해 유수 기업들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냈다는 보도를 보며 국민들은 ‘정경유착’의 고리가 여전히 끊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기업은 오너에 대한 사법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최 씨와 최 씨 측근들의 불법적인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돈을 줬다가 돌려받거나 액수를 낮춰 역제안을 했다고 하니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한 청와대 핵심 참모는 오너 일가의 사퇴마저 종용하는 발언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국민적 실망과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경영하는 과정에서 불법과 탈법을 저질렀던 기업들로서는 권력 핵심부의 제안과 겁박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털면 먼지 안 나는 기업은 없다’는 비아냥거림이 사실이 되고 만 것이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경영의 안전을 위해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돈을 내며 ‘보험’을 든 것이라고 동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동정심은 결국 우리나라 경제를 더욱 정경유착으로 몰고 가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권력자와 그 권력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狐假虎威) 하며 국정농단을 일삼은 사람들은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 권력에 못 이겨 불법인 줄 알면서도 돈을 내고 편의를 봐준 기업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옳지 않다.

국내 대기업 총수 중 일부는 불법·탈법으로 인해 법적 처벌을 받은 적이 있다. 그들은 대부분 형기를 모두 마치지 않고 ‘경제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특별사면을 받고 나와 경영에 복귀했다. 그때마다 국민들은 분노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그 기업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동안 고개 숙이고 사과했던 것은 한낱 할리우드 액션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권력에 겁박당하고 동네북이 됐다고 억울해 하는 기업도 있겠지만 이미 국민의 마음은 차갑게 얼어버렸다. 대통령의 하야를 외칠 정도로 끓어오른 민심에 용서를 구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문제가 있다면 죗값을 받는 것이다. 이후 진정한 반성과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고서라도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주말에 전국에서는 수만, 수십만의 촛불이 켜진다. 그 촛불이 청와대와 정부가 아닌 기업에 향할 수 있다는 것을 기업들도 무겁게 느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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