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유근모 기자] 지난 10월 31일 동국대학교 로터스홀에서 동국대·상생과통일포럼 리더십 최고위과정 6기 6번째 수업이 이상기 아시아엔 매거진엔 발행인의 강의로 진행됐다. 제38, 39대 한국기자협회 회장,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이사, 아시아기자협회 초대회장을 역임하며 업계의 산증인으로 통하는 이상기 발행인은 “기자들은 경쟁과 스트레스를 달고 사는 고독한 존재”라며 “꾸준히 모니터링을 하고 댓글을 달거나, 상 같은 것을 받았을 때 관심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흔히 기자들하고는 불가근불가원(가까이 하기도 멀리 하기도 어려움)의 관계라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말”이라며 “기자들하고 멀리하면 정작 중요할 때 도움을 받지 못한다. 이런 과거의 사고방식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기 발행인은 “기자들과 잘 지내려면 솔직해야 한다”며 “기자들은 눈치 백단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유리할 때는 가까이 하고 불리할 때는 멀리 하는 것은 (좋은 대응법이) 아니다”고 전했다.

기자 출신인 이 발행인은 “기자의 가장 큰 장점은 한번 물면 놓지 않는 것”이라며 “집요하고 상황 파악이 빠르다”고 말했다. 또 “부정적 속성은 책임이 없다는 것”이라며 “기자들에게 기사가 될 만한 이야기를 할 때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기자들을 상대로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기자들과는 서로 이해하고 나누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발행인은 “최근 저널리즘의 본령인 탐사보도가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한 뒤 “광고주가 갑이고 언론이 을에 서는 상황, 기가 센 청와대”를 그 이유로 꼽았다. 그 와중에 “TV조선, 한겨례, JTBC, 경향 등의 활약이 눈부시다”고 말하고 “예전과 달리 타 매체의 보도를 서로 인용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며 달라진 보도 행태를 설명했다.

다음은 이상기 발행인의 이날 강연 전문이다.

기자와 잘 지내기 위한 방법

기자와 잘 지내는 것은 쉬운 일인데 잘 지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례별로 이야기하겠다. 기자 또는 언론인과 잘 지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솔직함이다. 솔직하면 반드시 보상을 받는다. 한번은 깨지지만 반드시 보상을 받는다. 린다 김 기억나나? 2002년 북경에 기자들 10명과 같이 기자협회장 자격으로 인솔해서 갔다. 2002년 이 장관이 나와서 처음 한 말과 나중에 한 말이 달랐다. 처음부터 부적절한 관계였다고 말했으면 넘어갔을 것이다. 처음에 아니었다고 발뺌했다. 중앙일보가 추적해서 보도했다. 한번 거짓말 하면 계속 물려들어 간다. 이 장관이 참 성품이 훌륭한 분인데 왜 그랬을까. 두 가지이다. 본인이 그랬거나 누군가 조언 해줬을 것이다. 보좌관들도 국회의원을 잘 못 모시는 경우들이 많은 거 같다.

기자들에 대해서는 가까이 하지도 말고 멀리도 하지 말라고들 한다. 언론홍보 책에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불가근은 가까이 하지 말라는 것이다. 언제 당할지 모르니까. 하지만 한겨울 추위에 불이라도 쬐라. 끈이라도 데고 있으라는 것이다. 홍보실무를 하는 분들이 잘못 가이드 한 것이다. 좋으면 좋고 아니면 아니다. 기자들은 다 똑똑하다. 눈치 백단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유리할 때는 가까이 하고 불리할 때는 멀리 하라는 것은 좋은 대응법이 아니다.

기자들을 상대로 언론플레이를 하려는 것도 금물이다. 기자들과는 서로 이해하고 나누는 관계를 유지 해야지, 지나치게 계산하고 언론플레이를 하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그리고 언론보도를 부탁할 때는 반드시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준비 없이 언론보도를 부탁하는 것은 하지 않는 것만 못 하다.

기자의 가장 큰 장점은 한번 물면 놓지 않는 것이다. 기자 생활을 30년 했는데 그 본능이 남아 있다. 끝장을 보지 않으면 이름만 기자다. 기자들 속성은 기본적으로 끝장을 보는 것이다. 기자들의 또 다른 특징은 속도가 아주 빠르다. 글을 잘 쓰는 직업이 두 가지가 있다. 작가와 기자이다. 작가와 기자의 차이점은 기자는 정말 쾌필이다. 글을 빨리는 쓰는 것보다 사안을 빨리 파악한다. 그 상황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 작가들은 명문장을 써도 계속 수정하고, 마감이라는 게 없다. 기자들은 마감 때문에 빠르다. 그래서 상황 파악이 가장 빠른 사람들이다. 집요하고 상황 파악이 빠르다. 경기고나 서울 법대는 (기자라는 직업에) 적당한 사람들이 아니다. 100분위로 따지면 20% 내외인 사람들이 기자를 잘한다. 대체로 그런 레벨이기 때문에 실패를 해본 사람들이 많다. 기자들의 초년 1~2년은 군대보다 훨씬 혹독하다.

부정적 속성은 부끄럽지만 기자들에게는 함부로 얘기하면 안 된다. 기자들에게 기사가 될 만한 이야기를 할 때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기자의 속성이 집요하고 빨리 한다는 것이다. 또 부정적 속성은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책임을 지는 것은 독자나 국민에게 지는 것이 아니라 선배나 회사에게만 진다고 보면 된다. 이게 부정적인 평가이다.

홍보가 실패하는 이유

매년 당부하는 것이 있다. 연하장이나 문자, 카톡을 스팸으로 보내지 말라는 것이다. 연하장은 일 년을 정리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 년을 정리할 때도 비서를 시켜서 한다. 그래서 침을 발라본다. 번지면 그냥 두고 아니면 바로 던져버린다. 본인이 직접 쓰는 사람이 있다. 그 바쁜 사람이 어떻게 쓰나 싶은데 그런 사람이 있다. 한국에는 성공회 김근상 주교, 반기문 총장이 그렇다. 이분들은 한 번도 대신 시키는 적이 없다. 이분들은 저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집어넣는다. 지금도 모아놓고 있다. 여기 정치했던 분들도 있고, CEO가 되실 분들도 있고, 변호사도 계신데 이런 분들은 반드시 성공한다고 생각한다. 이메일 연하장도 어떤 사람은 비서를 시켜서 보내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이름도 틀린다. 얼마 전에 유명한 스님이 행사를 한다고 이메일을 보냈는데 저를 제 후임 회장 이름으로 보내서 점잖게 ‘스님, 요즘 바쁘신가 봅니다’고 보냈더니 바로 ‘잘못했다’고 연락이 왔다.

기사를 보고서 정말 잘 쓴 기자들이 있으면 하루에 2~3개 정도 고른다. 전화번호가 있는 친구에게는 카톡이나 문자를 보내주고, 없는 경우에는 회사로 전화한다. 아니면 이메일 주소가 적혀 있다. 지금도 후배들에게 이메일을 보내주면 무척 좋아한다. 선배들도 ‘칼럼 잘 읽었다. 한수 배웠다’고 하면 정말 좋아한다. 그렇게 친구가 되는 것이다. 기자들 명예심이 얼마나 높은가. 자기 기사에 대해 반응을 해주면 아주 좋아한다. 기사를 보고 ‘그것 밖에 못 쓰냐’ 등 절대로 나쁜 이야기는 하지 말라. 안 해도 본인이 더 잘 안다. 이미 본인이 안에서 깨졌기 때문이다. 때론 이것도 취재해보라고 가르쳐주라. 그러면 그 친구는 두고두고 여러분들의 편이 된다.


 


인터뷰를 잘 하는 방법

기자들과 인터뷰 하러 갈 때는 반드시 1분이라도 먼저 나가라. 그 기자가 약속보다 항상 5분 정도 빨리 도착한다고 하면 최소한 1분 정도 먼저 가라. 5분 먼저 나오는 기자는 프로이기 때문에 나보다 먼저 나오는 사람이라고 인정을 한다. 보통 기자들은 늦게 다닌다. 늦게 다니기 때문에 그 사람보다 1분만 빨리 가도 기자들은 변명하기 바쁘다. 인터뷰의 주도권을 누가 쥐냐 하면 기자가 아니라 취재원이 쥐게 된다. 시간을 지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기자보다 먼저 도착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에 무균질 국회의원이라고 있었다. 정치부에 있을 때 보면 12시에 만나기로 하면 그분은 그 시간에 의원실에서 떠난다. 결혼식에 한 시간 정도 늦은 적도 있다. 기자들은 전날 아무리 술을 많이 먹어도 확실하다. 기자들과 약속할 때는 먼저 가라.

가장 좋은 기사는 6학년 아이가 사전을 찾아보지 않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3~4학년 아이가 이해할 수 있으면 더 좋은 글이다. 인터뷰할 때도 똑같이 하라. 단문으로 답해야 한다. 기자들이 지루할 때가 되면 빨리 말을 끊어야 한다. 그리고 기자들은 기사를 찾기 위해 죽어난다. 갖고 있는 것(소스)들을 자주 풀라. 그렇다고 조직에 누를 끼칠 정도로 하지는 말라. 다른 조직 것도 하지마라. A와 B가 경쟁사인데, A에 있다면 B의 약점을 기자들에게 주지 말라.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언젠가는 딥쓰로트(Deep Throat)가 누구인지 다 나온다. 그러면 A회사에서 ‘쟤는 언젠가 우리 것도 팔아먹을 것이다’고 생각한다.

네트워킹의 구축, 성공과 실패

우리나라에 설날이 두 번 있는 건 참 좋은 기회이다 화해할 게 있으면 빨리 화해하라. 그동안 섭섭했거나 여러분에게 신세를 진 사람들에게 ‘미안해하지 말라’고 하라. 금방 관계가 회복된다. 한국 사람들이 다혈질이라고 해도 이 기회가 참 좋은 거 같다.

지금까지 제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언제든지 저는 저 자신을 깔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자들도 비슷하게 생각하면 된다. 기자들에게 쫓아가서 이것을 봐달라고 하면 봐준다. 홍보실에서 오신 분들이 있다면 그렇게 정성을 보여주면 봐준다. 한겨레가 이런 거 안 봐주는 것으로 유명한데, 저는 밤에 달려오면 무조건 고쳐줬다. 그 사람도 들어가서 보고할 게 있어야 한다. 그때 고쳐줄 게 없으면 속보를 써준다. ‘이거 가져가라. 대신 내지 않겠다’고 하면 고마워한다. 금감원(임원)도 몇 명 만났다. 애프터, 나중에 취업하는 거 말라고 했다. 보기 흉했다. 원장까지 지냈던 분들이 그러면 보기 안좋다. 어떤 사람은 검찰총장까지 한 사람이 골프장하다가 잘못해서 망신을 당했다. 저도 정치하면 잘할 자신이 있다. 그런데 왜 못하냐면 기자협회장 될때 약속을 했다. 제일 많이 들은 질문이 ‘끝나고 정치하려고 하는 것이냐’이다. ‘아니다. 기자질을 정말 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우리 사회가 그 자리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더 좋아질 거 같다.

 


이상기 발행인은 한국외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서울대에서 다시 서양사학을 전공했다. 1994년 한겨레신문 기동취재팀장을 지냈으며 제38, 39대 한국기자협회 회장,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이사, 아시아기자협회 초대회장을 역임했다. 이후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홍보대사, 엄홍길휴먼재단 감사, 서울대언론인대상 심사위원회 위원 등을 맡았으며, 현재 아시아엔 매거진엔 발행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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