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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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경이라면 대통령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그만두는 게 정답이다. 의원내각제에서는 내각이 총사퇴하고 선거를 다시 치르고도 넘칠 사안이다. 물론 내각제와 구조적 환경이 다른 대통령제이긴 하지만, ‘최순실게이트’로 이미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은 붕괴되었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중도하차는 파장이 클 수밖에 없는 우리의 대통령제에서 탄핵이나 하야 주장은 그동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제 자체가 여론에 대한 반응이나 탄력적 대응에 취약한 체제이지만, 우리의 대통령제 환경은 더욱 그렇다. 

물론 대통령이 중도에 퇴진하면 다시 뽑으면 된다. 그만두면 60일안에 차기대통령을 선출하도록 헌법에 규정돼 있다. 대통령의 공백을 최소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급박한 정치일정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결국 대통령의 중도하차에 따른 파장에다 급박한 후속 정치일정 때문에 현직 대통령의 중도 퇴진에 대해 그동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참담한 최순실게이트를 보면서도 대통령직은 유지토록 한 채로 해법을 모색하려 해왔다. 주로 거국내각이나 책임총리제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거국내각 논의를 둘러싸고 여야 간에 충돌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애초에 거국내각을 제안했던 야당이 여당의 거국내각 협상에 호응하지 않는다면서 야당을 강력 성토했다. 야당이 거국내각의 내용과 방향에 대해 분명하게 정리되지 않은 가운데 거국내각을 꺼냈고, 그게 여당이 생각하는 거국내각과 다른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거국내각은 정당을 떠나 모든 정당이 참여하는 내각을 구성하는 것이다. 의원내각제에서 거국적 참여가 필요한 경우 정부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대통령제에서 거국내각은 내각을 거국적으로 구성한다고 하더라고 대통령의 위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즉 박근혜 대통령의 위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따라 거국내각의 내용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4.19 이후 거국내각은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하고 허정 내각 수반과 야당 민주당이 주도하는 정부였다, 노태우정부 말기 거국내각은 대통령이 탈당해 여당이 없던 상태에서 운영되는 정부의 의미였다.

최근 최순실게이트 국면에서 야당이 주장하는 거국내각은 대통령이 탈당하고 대통령으로서 역할을 최소화한 가운데, 국회에서 선출하는 총리가 국정을 주도하는 책임총리제를 전제하고 있다. 책임총리-거국내각이다. 여당 새누리당에서는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진폭이 있는 듯하다. 청와대에서는 아직까지 대통령의 주도적 역할을 염두에 두고 있다. 거국내각이라 말하고 있지만, 최순실게이트에 대한 박대통령의 책임과 향후 역할이란 차원에서는 아주 다른 동음이어(同音異語)일 수도 있다.

최순실게이트, 정국의 혼돈과 위기 상황에서 대안의 핵심은 대통령 하야나 탄핵이 아닌 한 대안은 책임총리제이다. 물론 헌법상 총리는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 주도적으로 선출하는 책임총리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받아들여야 가능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스타일이나 최근 행보로 보면 책임총리제를 수용할 가능성이 아주 희박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박 대통령이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과연 그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도 과제로 남는다.

박 대통령이 여론에 맞서는 쪽으로 가게 될 경우 불가피하게 하야하거나 하야를 촉구하는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런 흐름 같기도 하다. 이럴 경우 갑작스런 정치일정으로 고민스러운 면도 있을 것이다. 정치세력에 따라, 정치인에 따라 일정에 차질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도 퇴진할 경우도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차기대통령은 현행 체제에서의 차기 대통령이 아니라 과도기의 대통령 역할을 하면 된다. 그런 역할의 대통령이 오히려 필요하다. 최순실게이트를 처리하고 개헌을 포함한 과도기를 관리하는 한시적 관리대통령이다. 이는 헌법에 규정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공약으로 국민에게 약속해 지지를 받으면 된다. 최근 상황은 우리 정치체제의 근본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책임총리제가 안된다면, 오히려 과도기의 한시적 대통령을 뽑아 위기관리와 체제전환을 담당하는 이중적 기회로 살릴 수도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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