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와 월간<폴리피플>은 지난 10월 24일 계속되는 비선 실세 국정농단 논란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서의 개헌 제안, 송민순 회고록 논란, 그리고 11월 정국 전망을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본지 이명식 논설주간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에는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그리고 본지 김능구 대표가 참석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을 거론한 것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으로 코너에 몰린 정국을 만회하기 위해 반전의 카드로 들고 나왔다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했다. 개헌정국이 실제로 탄력을 받아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렸지만 일단 국회 차원의 개헌 특위가 가동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송민순 전 장관 회고록 논란은 최순실 논란으로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이 많았는데 이 문제로 인해 제기된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의 자질논란은 앞으로 대선까지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 많았다. 북미 간의 말레이 접촉은 미국 대선 이후 새정부가 대화를 모색하기 위해 사전 타진의 성격이 있고 미국 새정부가 들어서면 실제로 북미간에 대화가 재개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사회 이명식 : 최근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추락해서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지, 또 반등할 카드가 있는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대통령 측근을 둘러싼 논란들이 계속 끊이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우선 대통령 지지도가 자꾸 떨어지는 문제를 짚어보고 다른 얘기로 넘어가자. 

황장수 : 지지율이 지금까지는 내려가도 30% 초반대였다. 그때마다 이벤트도 좀 있었고, 반등의 계기를 잡아왔다. 그런데 요즘 나오고 있는 우병우에서 비롯해 최순실과 최순실 딸까지 이어지는 부패, 국정농단, 공정성에 대한 시비 등은 소재의 화제성도 있어서 이런 부분까지 맞물리면서 도대체 박근혜정권을 움직이는 것이 누구인가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의문을 품게 되었다. 이런 의문에 대한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박 대통령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와있다고 본다. 우병우 수석을 끝으로 꼬리를 자르고 진작 청산해야 한다는 얘기가 주변에서 많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국정운영에서 경제민주화가 사라지고 친재벌 위주로 가는 것,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이 본질이 아닌데 왜 그리 강조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최근 사태를 보면서 왜 그렇게 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풀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제 대통령이 마음을 비우고, 대국민 사과를 하고, 최씨 일가 등을 과감히 정리하지 않으면 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한 발언들을 보면 미르, k스포츠 재단의 설립 경위나 목적을 다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이 처벌하라는 것도 재단에서 불법으로 자금이 유출된 게 있다면 하라는 식이다. 아직도 문제의 본질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 아침까지 상황을 보면 최씨의 딸이 애기를 낳은 증거를 없애기 위해 작년 연말에 독일로 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딸이 학교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학점이 엉망으로 나오니 그걸 무마하기 위해 학교에 압력을 가하는 상황까지 전개됐다. 결국 최씨 일가의 모든 행동이 자신들의 사적인 필요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권력을 통해 기업의 돈을 뜯는 이런 양상이 벌어진 것이다. 국민들이 봤을 때 최씨 딸의 ‘돈도 능력이다’는 발언과 맞물려서 수습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유창선 : 대통령 지지율이 최저치까지 추락한 것은 기본적으로 이 사안 자체가 국민감정을 대단히 자극하는 특징이 있는 것 같다. 나라의 기본을 완전히 무너뜨린 것 같은 그런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나라가 무슨 아프리카의 부족국가가 된 것 같다는 탄식들이 박근혜 정부 지지, 반대를 떠나서 공히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보수층도 대단히 자존심이 상한 것 같다. 그동안 대통령의 임기 말이 되면 측근 비리가 발생하곤 했지만, 그것은 형제라거나 아들, 아니면 어느 정도 위치가 알려진 사람들이 일을 저질렀던 것인데 이것은 도대체 최순실이 누군지 신분조차 알 수 없는 사람들에 의해서 국정이 농단됐다는 것이 국민감정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순실 딸 정유라의 특혜논란은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층까지 감정의 불을 질러버린 것 같다. 이 사안이 국민들이 대단히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사안임에도 대통령의 고집불통인 자세가 일을 이 지경까지 키웠고 스스로 추락하는 상황을 자초했다. 그런데 지금도 일단락이 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추락은 앞으로도 계속 될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박 대통령이 이 사안을 바라보는 기본인식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이 사안을 최순실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면서, 청와대는 선을 그어버리고 일종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검찰에 제시하면서 앞으로 검찰의 수사도 뻔히 보이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너무 많은 게 드러났고 정권 말기로 접어들면서 입을 열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 문제다. 비리 내용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 계속 입을 열 것이니까 박 대통령의 추락은 끝난 게 아니라 앞으로 계속 될 사안이다. 결국 식물 대통령으로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보인다.  

김만흠 : 수치로 나타나는 형식적인 지지도 문제를 넘어서 과연 남은 기간 대통령 임기를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주 목요일 날 수석비서관 회의 대통령 발언이 현 상황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으로 드러난다. 오늘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앞 대목을 들어보니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자랑하고 그것을 통해 국격을 높이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고 얘기하는 중이었다. 뒷 부분은 아직 들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첫 부분은 지난 시정연설과 다른 부분이 없다. 상식적이라면 이 상황에서 국격이라는 단어를 쓰기가 힘들 것 같은데, 버젓이 사용하고 있다. 창조경제 혁신센터가 대기업과 창조기업들을 엮어서 경제창출 효과를 높이고 있다고 얘기하는데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정말 걱정이다. 박 대통령 지지도를 그동안 얘기할 때 30%대만 유지해도 무난한 것으로 봐왔다. 그러나 사실 부정이 긍정보다 높은 건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워낙 국민들이 우리나라 정치에 대한 불신이 크고 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낮기 때문에 그 정도면 괜찮다는 의견도 있지만, 일정한 국면에서는 부정이 높다고 하더라도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긍정이 높아야 한다. 하지만 집권 초기를 제외하고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부정보다 긍정이 높았던 적이 언제 있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 지지율 얘기가 나오면 주변에서는 콘크리트 지지층, 충성 지지층 얘기를 하곤 했다. 그런데 그런 부분은 지지할 대상을 보호해 줄, 호위해 줄, 명분이나 의식을 가지고 있을 때 나타나는 것인데, 현재 상황을 봤을 때는 박 대통령의 잠재적인 지지층 중 박 대통령이 안 되어 보이니까 지지해줘야겠다느니, 호위해줘야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나올 것인지 의문이다. 최근 갤럽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긍정 25%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도 크지 않겠나. 앞서 유창선 박사가 ‘아프리카 부족’을 빗대어 얘기했었는데 정말 역대 측근 비리 중 가장 수준이 떨어지는 추악하다고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이후 대통령 지지도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최고 지도자로서 대통령 직 수행이 가능할까 걱정이다.  

김능구 :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두고 30%대의 콘크리트 지지율이라는 얘기를 많이 했었다. 집권 3년차까지도 많은 일이 있었지만 유지해왔다. 그런데 최근 레임덕의 기준이라고도 할 수 있는 25%대까지 내려왔다. 이 5%의 차이는 매우 크다. 박 대통령에 대해 흔히 소신과 원칙의 정치인이라고 기본적으로 얘기돼 왔다. 그리고 거기에 걸맞게 강단 있는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이 이명박 대통령에서 정권교체로 국민들이 인식할 정도로 다른 모습으로 비친 것이다. 직선제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4년차 이후 무너진 사례가 많았는데 직접적인 이유는 대부분 친인척 비리였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이런 앞서 말한 모습들 때문에 예외일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얘기했듯이 박 대통령은 사랑하는 동생도 청와대에 4년간 들이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단속을 엄하게 하고 있다고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파동과 최순실 게이트는 역대 대통령들의 임기 4년차 친인척 비리와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우 수석의 경우는 직을 맡고 있는 사람이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 하더라도 최순실 게이트는 도저히 뭐라고 받아들여야 될지 모르는 부분들이 나타난 것이다.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이 지난해 초 검찰 조사를 받으며 했다는 ‘우리나라 권력순위는 최순실이 1위, 정윤회가 2위, 박근혜 대통령은 3위’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대다수 국민들은 박 대통령과 최씨 일가가 잘 아는 관계이니까 단순히 덕을 좀 보는 관계인데 비약이 심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밝혀지고 있는 ‘최순실 비선 실세’ 의혹을 보면서 국민들이 받은 충격은 대단히 클 것이다. 특히 20,30,40세대는 비슷한 정치성향과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극단적으로 보면 거의 해당 세대의 박 대통령 지지율은 10%대에 머무르고 있고, 70%이상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이제 50대에서도 지지를 철회하는 비중이 커지는 경향이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런 추세로 가면 코너로 몰릴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 지지율의 근거지라 할 수 있는 대구경북 지지율도 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30%대로 내려왔다. 그렇다면 여기서 박 대통령이 새로운 무언가를 해낼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하게 되는데 그것도 어렵다. 지난 20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발언한 내용에 대해 ‘경향신문’에서는 ‘이제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박근혜 게이트’라고 짚었다. 왜냐면 박 대통령 본인이 회의에서 지난해 7월 이후 두 차례 기업과 협의·논의하고 협조를 요청해 기업들이 문화융성과 스포츠 분야 성장을 위해 순수한 뜻에서 자발적으로 돕기로 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미르와 K스포츠 탄생에는 본인이 관여했다고 얘기한 것이다. 과연 앞으로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을 것인지가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내년 2월 검찰 인사가 있으니, 그 때까지는 검찰이 엎드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검찰은 현재 현직 검사장이 기소되는 등 끝까지 가 있는 상태다. 이번 문제만큼은 집권여당에서도 ‘꼬리 자르기’라는 말이 나오고 주문이 다른 만큼 검찰도 다를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살 길도 결국 검찰수사로 비선실세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게 아닌가 싶다. 

사회 이명식 : 최근 여권 내에서도 우병우·최순실 의혹에 대해 수사를 해야 한다는 얘기가 여러 차례 나왔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나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도 우 수석의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우 수석이 민정수석으로 있는 한 검찰이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우 수석의 사퇴가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박 대통령만 추락하는 게 아니고 새누리당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고 보고 새누리당 내에서도 청와대와 다소 다른 입장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 같다. 
김만흠 : 앞서 나온 문제들을 차치하더라도 저는 임기 초부터 박 대통령이 원칙론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원칙론은 약자나 희생당하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지, 대통령이 고집부리면서 할 얘기는 아니다. 언론들이 왜 그런 부분은 짚지 않고 띄워주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동생을 멀리하는 부분도 그렇다. 동생을 멀리하는 건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작동되는 것을 전제했을 때, 사적인 부분을 관여시키지 않는다고 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거의 공적인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 박 대통령의 눈치만 봐야하고, 심지어 그 눈치마저 볼 수 없는 상황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최순실 등 이상한 문제가 끼어들 소지가 있었다. 새누리당은 여론에 민감하니 당연히 현재와 같은 기조로 바뀔 수 있는데, 우병우 수석 문제를 당과 조율해서 처리한다고 해서 해결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우 수석 문제는 이제 우 수석 개인문제가 아니라 ‘최순실 비선실세 의혹’과 엮여 있기 때문이다. 과연 해법이 나올 수 있을지 미지수다. 유일한 해법이자 이 같은 문제들을 빨아들일 수 있는 소용돌이, 블랙홀이 개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오늘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을 던진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우 수석 문제를 처리한다고 해도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다시 서기는 어렵다고 본다. 

황장수 : 저는 개헌 반대론자다. 특히 정파의 이해관계 때문에 개헌을 해서는 안 된다. 개헌을 반대하는 것은 안보가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가 됐을 때 굉장히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 개헌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문제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는 한국은 재벌들의 영향력이 강한데 개헌이 될 경우 권력이 분산되면 재벌이 정치권력을 포획하기가 더 쉬워진다. 이 두 가지 논리에 대해 개헌을 추진하고자 하는 세력이 제대로 된 입장을 내놓기 전에는 개헌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은 개헌 논의가 경제를 죽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얘기했었는데, 지금 경제가 그 때보다 더 죽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오늘 아침 조선일보에 실린 여론조사를 보니 응답자의 90%가 현재 한국 경제가 위기라고 답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지금 개헌을 얘기하고 있다. 임기 전반기까지는 개헌을 용납 못한다고 하다가, 임기 후반기로 가면서 여러 문제가 터져 나오니까 개헌을 통해서 재집권하고, 혹은 재집권 못해도 권력을 분산시켜서 자기 세력을 넣어놓으면 뒤탈이 없을 거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오늘 박 대통령 발언 내용을 보면 87체제가 잘못됐다는 걸 익히 알고 있었지만 때가 아니라서 얘기를 안 했다는 식이다. 최순실과 우병우로 인한 정치적 위기를 개헌이란 큰 이슈로 자신이 주변에 불이 붙는 스캔들을 덮고자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건 시기적으로도 매우 부적절하고 실질적으로 이런 식으로 권력을 분산시켜 여야 간 권력을 나눠먹으려는 의도라는 걸 감안하면 기존의 박 대통령 입장과는 전혀 다른 결정을 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박 대통령이 어떻게 기록될지도 굉장히 우려스럽다. 

유창선 : 한 마디로 말이 안 되는 개헌이다. 

사회 이명식 : 오늘 진행된 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 얘기가 나왔으니, 먼저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얘기해보도록 하자. 

유창선 : 박 대통령의 느닷없는 개헌 제안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개헌 얘기할 때 개헌은 아니라고 주장하더니 자신이 위기에 몰리니까 개헌 애기를 갑자기 꺼낸 것이다. 게다가 자신이 주도하는 개헌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이 되는데, 박 대통령이 과연 그런 위치에 있는가. 뻔히 속내를 보이는 노림수가 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고, 지금 대통령은 개헌 얘기를 꺼낼 게 아니라 개헌 얘기를 하더라도 국회가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로 놔둬야 한다. 임기 말을 향하면서 국민들이 등 돌린 대통령이 자신과 관련된 여러 비리 의혹을 덮기 위해 개헌 얘기를 꺼내고 일종의 블랙홀을 만들려는 건 할 일이 아니다. 앞으로 여러 갈등이 예상된다. 그동안 국회에서 얘기했던 개헌은 국회가 주도하는 개헌인데, 박 대통령은 자신이 주도하는 개헌을 얘기할 것이고, 그 내용을 둘러싼 갈등이 뻔히 예상된다. 박 대통령이 원하는 건 그런 부분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개헌의 내용과 필요성을 가지고 또 갈등이 빚어지고, 정국의 다른 이슈를 덮어버리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대통령이 제안하는 개헌에 대해서는 정치권이 동의할 성질이 아니라고 본다. 

황장수 : 박 대통령이 주장하는 개헌은 아마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 분권적 개헌일 것이다. 그건 비박계 김무성 대표가 제일 먼저 제안한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제3지대 손학규 전 더민주 대표, 내각제를 주장하고 있는 김종인 더민주 전 비대위 대표, 그리고 일부 동교동계와 더민주 일부 비주류를 포괄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그러면 결국 이 개헌 논의 진전시켜 감에 따라 더민주의 문재인 전 대표 측근들만을 남겨두고 나머지 정치세력은 박 대통령 자신에게 우호적인 쪽으로 재편성하는 부분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계개편을 새누리가 중심이 돼서 개현세력과 반개헌 세력으로 재편하자는 의중이 깔려 있는 것 같다. 그렇게 해버리면 당장 개헌 논의는 국회의원 선거구 논의와도 맞물릴 것이고, 이제까지 개헌을 말했던 사람들은 대선 전에는 어렵다고 해왔다. 다음 대선에서 당선되는 사람은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고 임기를 2년 4개월로 하고, 2020년 4월까지만 임기를 해서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시기를 맞추자는 거였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개헌특위를 만들겠다는 것은 대선 전에 아예 개헌을 하고, 그 개헌된 헌법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비쳐진다. 당장 눈앞에 개헌을 하자고 던져 놓고, 국회의원 200여명이 주장하던 개헌특위를 만들면 우병우·최순실 등으로 싸우던 내용들이 개헌으로 급속하게 다 빨려 들어가 버릴 수도 있다. 그리고 기존 정치세력의 재편도 꾀할 수 있다. 얼마 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영호남별로 모이지 말고 색깔별로 모이자고 했던 것과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표를 색깔이 강한 왼쪽으로 보고 나머지 오른쪽은 다 모이자는 식인데, 이러면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세력을 포함한 정계개편까지 노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단 대통령이 코너에 몰리니 개헌을 던졌는데 내년 대선 전에 한다고 치면 시간이 촉박해서 물리적으로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또 국민투표로 가게 되면 개헌 찬반으로 국민을 갈라놓을 수 있으니 매우 잘못된 개헌론이라고 보인다. 

유창선 : 일단 성사가 안 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야권의 대선주자들은 개헌을 원치 않는다. 우선 문재인 전 대표도 이렇게 개헌 논의가 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고,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도 당장 개헌 논의에 들어가는 건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야권의 두 유력 대선주자가 박 대통령의 이런 개헌 추진방식에 대해 반대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이 꺼낸 개헌에 당장 화답할 세력은 새누리당이다. 대통령이 발의하더라도 국회 3분의 2 이상 의결이 필요하다. 과연 거기까지 가능할 것인가는 불투명하다고 본다. 문제는 만약 박 대통령이 밀어붙인다면 국회는 국회대로 논의해달라고 하고 정부는 정부대로 기구를 만들어서 논의하겠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야당이 중심이 돼서 반대를 해도 그걸 둘러싼 갈등, 또 박 대통령 스타일로 봐서는 국회가 어떻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결국 발의를 해버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또 그 발의를 놓고 국회에서 3분의 2가 찬성을 할지, 안 할지 갈등을 일으키면서 다른 이슈를 덮는 효과를 노리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개헌 추진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유발해 다른 문제를 덮으려는 개헌이라고 본다. 

김만흠 : 이번 계기로 개헌이 됐으면 좋겠다. 박 대통령이 이번에 최순실 게이트도 몰려있고, 그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개헌카드를 던진 것도 맞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모든 제도의 개혁은 편안할 때 이뤄진 게 아니라 특정 세력이 취약국면을 벗어나기 위해 만들었던 것이많았다. 물론 계기는 좋지 않다. 개헌을 추진하더라도 최순실 게이트는 당연히 놓치지 말아야 한다. 만약 개헌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박 대통령이 개헌을 제기했으므로 최근 문제를 덮지 않고 갈 필요성은 있다. 박 대통령이 본인을 중심으로 제기된 문제들을 덮기 위해 제기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개헌의 동력이 된다면 허용할 수 있다고 본다. 단 오늘 박 대통령 시정연설을 보니 박 대통령이 개헌 동기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정리가 안 되어 있는 것 같다. 박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 후보였을 때도 정부권력 구조 개편과 관련해서 가장 소극적으로 임했었다. 당시에도 다른 후보들이 개헌 문제를 다 거론을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주장했다. 오늘도 5년 단임제 때문에 정책 연속성이 부족하다고 했는데, 지금 개헌의 일반적인 논의는 그것보다는 다른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왔다고 할지라도 긍정적인 개헌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능구 :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지지율 하락을 반전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본다. 국회에서 개헌 연구 모임에 거의 200명에 가까운 190여명이 서명을 했다. 해당 인사들은 개헌 연구 모임 서명이 국회 의석 수 ‘3분의 2에 가깝게 되어 갈 것’이라고 얘기를 한다. 그런 한편으로 다들 하는 얘기는 ‘두 사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과 문 전 대표가 동의를 할 때 가능하다고 하거나, 그 중 한 명만 동의를 해도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오늘 박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을 얘기하는 것을 보고 지난 2006년 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원포인트 개헌’ 제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해서 일거에 그 제안이 날아가게 되었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런데 지금 시정연설 속에서 박 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한 것은 그 때와는 상황이 좀 다르다고 본다. 지금은 지난 18, 19대 때 국회의장 직속으로 개헌 연구 관련 기관이 꾸려져서 축적된 연구 내용이 국회에 있다. 또 이번 20대 국회에서는 지난 19대 국회보다 개헌에 대해 찬성하는 의원들이 3분의 2에 가까울 만큼 늘어났다. 국민들도 70% 가까이 개헌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 동기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개헌 정국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개헌은 국회에서도 합의가 돼서 국민투표로 넘어가야 한다. 여러 가지 경제민주화, 평화, 노동 등의 부분들은 서로 간에 협상과 타협에 의해 정리가 되겠지만, 권력구조 자체의 문제, 의원내각제로 할 것인지, 이원집정부제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몇 차례 어려움을 거치지 않을까 싶다. 현재 크게 보면 여당 내에서도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만 얘기한 것이 아니고, 친박계도 얘기해왔다. 이정현 대표도 ‘경천동지할 변화가 있을 것이다’라는 얘기를 했고, 헌법학자인 정종섭 의원도 계속 개헌 필요성에 대해 제기해온 것만 봐도 개헌에 대한 청와대의 기류가 개헌을 준비하는 쪽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새누리당은 개헌으로 정리되는 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3지대에 모이는 분들은 다 개헌을 고리로 할 정도로 개헌에 대해서는 주창론자였고, 남는 것은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 쪽에서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정도가 남았다. 앞서 황장수 소장이 얘기한 것처럼 개헌과 반개헌 세력으로 나뉘어 더민주가 그 중 반개헌 세력에 선다고 해도 어렵다고 본다. 개헌문제를 두고 그렇게 각을 세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헌 문제가 87체제를 30년 만에 청산하고 새롭게 대한민국을 열어가려는 것이라면 정쟁의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밝혀줄 기본을 새로 세운다는 차원에서 청와대와 국회뿐만 아니라 국민적 차원에서 개헌 기류가 수립되어져야 한다고 본다. 국회와 국민이 긴밀한 연계를 가지면서 해나가야 할 것이다. 

사회 이명식 : 개헌 논란으로 쉽게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개헌을 제기하려 했다면 지금 보다 더 빨리했어야 한다. 지금은 지지율이 25%대로 내려가서 개헌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 자체를 대통령이 가지고 있지 못하다. 경제 위기 상황 등을 제쳐두고 개헌을 하자고 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호소력이 있겠느냐는 부분에서도 동의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그동안 개헌을 찬성했던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지금 이 시점에서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여권은 대통령이 하자고 하니까 판을 새로 갈려고 호응한다고 하더라도 야권은 국민적 시각에서 문제가 되는 의혹들을 덮으려는 것이라는 반발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시간이 조금 지나서 이런 문제들이 정리된다면 개헌 논의가 활발해질 수는 있다. 하지만 과연 지금 상황에서 대선 전에 개헌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대선주자들이 개헌에 대한 입장을 내놓고 내년 대선을 치르게 되지 않겠나. 박근혜정부가 주도하는 개헌을 거쳐서 대선을 치르는 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창선 : 현실적으로 봤을 때 배경은 차치하고 제한된 기간에 합의에 의한 개헌은 어렵다고 본다. 내년 여름이면 대선 후보 경선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면 합의에 의해 진행을 하려면 내년 봄까지는 절충이 이뤄져야 하는데 개헌의 내용으로 들어가면 권력구조 문제뿐만 아니라 사사건건 충돌할 부분이 많다. 특히 차기 대통령 임기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대권주자들과 직접 연계되어 있다. 임기를 절반으로 단축하는 건 문재인 전 대표, 안철수 전 대표 모두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제한된 기간 동안 개헌 합의를 도출하는 건 어렵다. 그렇다고 앞서 김능구 대표가 얘기한 것처럼 새누리당과 대통령은 개헌, 야당은 반대, 이런 구도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야권이 이 문제를 우회적으로 가져갈 것이다. 대통령이 얘기하는 개헌에는 동의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개헌 문제에 대해서는 집권 시에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공약의 방식, 개헌에 대한 의지를 내놓는 방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대통령이 위기탈출 식으로 제안했는데 야당이 덜컥 받아들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능구 : 앞서 얘기한 부분을 조금 보충하자면 박 대통령의 이번 개헌 제기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원포인트 개헌’을 제기했을 때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거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개헌과 관련 ‘청와대가 오케이를 안 하면 안 된다. 괜히 안 될 일에 힘만 뺄 수는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야당은 박 대통령의 개헌 제기 동기와 관련 적기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개헌 자체에 고개를 돌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지난번 여야 협상을 봐도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 건의안 파동 때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헌법개정특위를 제안했을 정도로 야당이 개헌특위를 하려고 하는 상황이다. 야당에서 의견이 정리가 되면 국회 개헌 특위는 열릴 수밖에 없다. 다만 개헌 정국으로 갈 때 제대로 가게 하는 것이 야당에게 요구되는 부분이다. 야당도 개헌은 개헌대로 진행하고 그 외 다른 문제는 그 문제대로 해결해야 한다. 개헌을 회피한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사회 이명식 : 개헌 얘기는 이정도로 하겠다. 더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 이틀에서 사흘 정도 지나면 흐름이 나올 것이다. 그 흐름이 만들어지면 다음 달에 또 한 번 얘기하도록 하자.
다음은 ‘송민순 자서전 논란’이 확산돼서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 미지수였는데, 현재 여론에 반영되는 정도를 봐서는 그렇게 위력적인 건 아닌 것 같다. 다만 내년 대선가도에서 계속 문제제기가 될 수 있고 반기문 UN 사무총장 등 여러 가지가 얽혀있는 것 같다. 향후 어떻게 회고록 논란이 전개될지 얘기해보자. 

김만흠 : 말씀하신 대로 ‘송민순 회고록’ 논란이 불거지자 사람들이 처음에는 ‘최순실 파동’을 덮으려는 게 아니냐고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회고록 논란이 뒷전으로 밀릴 정도로 최순실 문제가 국민관심사로 커졌다. 게다가 박 대통령이 개헌론을 들고 나와서 더 더욱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본다.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몇 가지는 분명 짚어봐야 한다. 첫 번째로 왜 굳이 이런 구체적인 내용까지 회고록에 넣었는지 의문이다. 분명 논란이 될 것이라는 걸 알았을텐데, 정부의 의사결정과정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문제가 많이 포함된 내용은 외교안보분야, 특히 대북문제다. 이런 문제를 날짜와 이름까지 거명하면서 밝히는 게 과연 상식적인가. 이게 만약 문서로 돼있다면 대통령 지정기록물 수준이고, 개인의 공무상으로도 비밀로 해야 할 정도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책을 내놓고 정쟁이 돼서는 안 된다고 한 것도 이해가 안 간다. 두 번째로 문재인 전 대표의 주변 사람들은 ‘우리의 대응방식이 통했다’고 웃었을지는 몰라도 나는 황당하다고 본다. 문 전 대표는 이런 상황이 터질 때마다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뭐가 중요한지 맥을 못 짚고 있다. 이번 상황에서도 문 전 대표의 대응을 보면 처음에는 참여정부의 토론문화를 자랑했다. 그러더니 이후에는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나중에는 대응을 잘했다고 주변에서 말하는데, 문 전 대표가 과연 이대로 가도 될지, 이런 자세로 국정을 책임지는 위치에 앉아도 될지, 더 나아가 국정을 책임지는 위치에 오르기도 전에 야권내 대표주자가 된다고 했을 때 야권의 힘을 어떻게 모아갈지 전략을 짤 때도 이런 자세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황장수 : 여권이 NLL 을 제기했을 때, 국정원의 댓글 논란이 있었고, 지금 최순실 문제가 터지니 송민순 회고록이 나 왔다. 상대방의 공세를 끊기 위해 시도한 것으로는 매우 잘못됐다고 본다. 이렇게 함으로써 해당 문제들은 오히려 규명이 되어야 할 부분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게 됐다고 본다. 이번 회고록의 경우에도 문재인 전 대표의 안보관은 분명 정치쟁점화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본다. 문 전 대표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MD(미국 미사일방어체계), 국가보안법 개정 문제, 한미연합군의 전시작전권 문제, 통진당 해산에 대한 입장, 제주 해군 강정기지 문제 등등에 대한 관점은 개인적으로 우려스럽다고 보고 있다. 근데 이런 부분들에 대해 무슨 ‘신안보정책’을 가지고 나중에 얘기하겠다고 한다. 문 전 대표는 회고록 논란에 대해서도 변호사로서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는데, 우리가 과거 검찰에 잡혀갔을 때 변호사가 우선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하라고 시켜서 그러는 것과 흡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기서의 쟁점은 문 전 대표 발언의 진실성이 아니라, 문 전 대표가 우리 사회에 쟁점이 되고 있는 주요 안보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그 부분을 국민들 앞에 분명히 밝히고 그에 상응하는 표를 받을 필요성이 있다. 지난 4.13 총선 때도 안보에 있어 보수적인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를 앞세워서 총선 무렵 논란이 됐던 개성공단 폐쇄라든지, 북한괴멸론, 사드 문제 등을 적절하게 빠져나갔다. 그러면서 본인은 정작 페이스북으로 가끔 안보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사안이 안보문제일 수 있는데, 문 전 대표가 안보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매우 잘못됐다고 본다. 회고록 문제를 대하는 여권의 대응과는 별개로 저는 문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서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난번에 대선을 뛰었고 재수생이라고 한다면 정치인으로서 안보 문제에 대해 자신의 가치관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밝힐 수 있어야 한다. 

유창선 : 새누리당이 총공세를 펼쳤던 의도는 이 문제를 어떻게든 키워서 국면도 전환하고 문 전 대표에게 대선 주자로서 큰 타격을 입히려고 겨냥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워낙 최순실 파동이 강력해서 ‘정유라가 송민순을 덮었다’고 얘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 얘기된 것처럼 문 전 대표는 무시전략으로 거리를 뒀는데, 지난번 NLL 논란 때 휘말려 든 것처럼 다시는 그런 논란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자신의 입을 통해 논란거리를 주지 않겠다는 전략을 펼쳤다. 이 문제가 생각보다 커지지는 않았으니 효과를 거뒀다고 얘길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좀 더 큰 틀에서 보자면 대선주자로서의 리더십 면에서 봤을 때는 좀 더 적극적인 자신의 소신이나 입장표명을 다른 사람을 통해서가 아닌 자신의 입을 통해 당시 상황을 더 명확하게 하는 게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국민들이 원하는 건 그런 거다. 진짜 기억이 안 나서 안 난다고 얘기한 건 맞는 것 같다. 그건 거짓이 아닌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해도 국민들에게는 결국 ‘기억이 안 난다’로만 각인이 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어쨌든 이제 소강상태로 들어갈 것 같은데 대선 정국에 들어가면 한 차례 더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 국정원에서도 지금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지, 앞으로도 공개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니까, 언제 또 무엇을 꺼내들고 다시 이 문제를 쟁점화 시킬지는 모르는 거다. 앞으로 한 차례 더 고비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장 시점에서는 이 문제가 다시 살아난다고 하더라도 대선판을 좌우할 큰 이슈가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김능구 :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이 처음과는 예상과는 조금 다르게 영향이 나타나는 것 같다. 새누리당으로서는 마치 자신들이 만든 것은 아니지만 송 전 장관의 회고록이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야당 1위 대선후보인 문 전 대표를 자신들이 가장 자신있는 안보문제로 궁지에 몰 수 있다고 보고 총공세를 펼쳤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이를 두고 ‘내통’이라는 얘기도 했고, 더 나아가 ‘종북세력’이라고 얘기 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반역자’라고까지 얘기 했는데, 실제로는 오히려 반기문 UN사무총장과 문 전 대표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거나, 호남 지역에서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첫 번째는 일단 기존의 여당의 야당을 향한 소위 ‘종북몰이’에 대해 상당 수 국민들이 싫증이 났다고 볼 수 있고, 그러한 정서들이 젊은 층에게 넓게 퍼져있다. 또 문 전 대표 본인은 아니지만 당시 안보 관련회의에 참석했던 다른 인사들이 송 전 장관의 회고록 내용을 반박함에 따라 국민들은 여당에서 주창한 것처럼 실제로 북한에 문 전 대표가 먼저 의견을 묻고 결정한 것은 아닐 것이란 정서가 함께 깔렸다. 명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세대 효과 부분에 있어서 정치성향도 기존의 20대, 30대에서 이제는 20대, 30대, 40대까지 넓어졌다. 최근에는 50대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고 있는데, 지난 2012년 대선에서는 50대가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지지가 높았지만, 지난 4.13 총선부터는 50대가 여당에 대해 비판적인 성향으로 돌아섰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변화할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연령 효과에서 나이가 많아지면 보수화 될 것이라고 하지만, 50 중반까지는 현재 여당에 비판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런 부분들이 야당의, 진보세력의 대표주자로서 문 전 대표의 입지를 강화시킨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문 전 대표는 차제에 송 전 장관 회고록 논란에 대해서는 깨끗하게 정리해주는 게 나을 것이라고 본다. 문 전 대표는 공수부대 출신 등의 이력을 보면 여권이 소위 ‘종북몰이’를 할 적절한 대상이 아니다. 이후 회고록 논란이 완전히 끝나지는 않겠지만 현재 여당에서 의도한 것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에 서서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사회 이명식 : 어느 시점부터는 남북문제를 정치 쪽으로 끌어들이는 쪽이 항상 도리어 손해를 보거나 역효과를 거두는 사례가 많아졌다. 예를 들어 과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남북정상회담 발표, 천안함 사건 등을 보면 그렇다. 이번에도 여권이 ‘송민순 회고록 논란’을 가지고 지나치게 몰아간다 해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만흠 : 우선 사실관계 차원에서는 같은 상황을 두고도 자의적으로 해석을 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나중에 사실관계를 알게 된다 해도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없을 것 같다. 문 전 대표의 지지도가 오히려 올라갔다는 부분은 그것이 마이너스인지 플러스인지를 놓고 봤을 때 득은 안 됐다고 보는데, 어쨌든 이번 논란 속에서 문 전 대표가 야권의 대표선수로 부각이 됐다. 단기적으로 조사하면 다른 선수는 보이지 않으니까 올라갈 소지가 충분한 거다. 다만 여러 가지 상황 대처 능력이나 정국 사안의 중요도 인식에 대해서는 문 전 대표의 한계를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으로 보여서 장기적으로는 플러스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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