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차기 정권, 당이 만드는 것이지 청와대가 만드는 것 아니다”

정용기 새누리당 의원.<사진=이은재 기자></div>
▲ 정용기 새누리당 의원.<사진=이은재 기자>

[폴리뉴스 안병용 기자]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화두로 떠올랐던 ‘개헌’ 문제가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 차원의 개헌 추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힘에 따라 강력한 추진력을 얻게 됐다.

대한민국 헌법은 1948년 7월17일 제헌 헌법 이래 9차례에 걸쳐 개정돼 왔으며, 1987년 이른바 ‘87년 체제’를 마지막으로 현행 헌법이 30년 가까이 이어져오고 있다. 역대 최장수 기록이다. 정확히는 29년인 이 ‘87년 체제’에 대해 그동안 국회에서는 시대적 한계를 지적하며 수차례 개헌 시도를 해왔으나 ‘대통령의 약속 파기’, ‘야당의 결렬 반대’ 등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가장 최근의 개헌 시도는 2007년 노무현 정부 때다. 노 대통령은 4년 중임제로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지만 당시 집권이 유력했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신)의 반대로 불발됐다. 아이러니 한 것은 당시 개헌을 결사반대했던 인물 중 한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전 대표) 이었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에게 “참 나쁜 대통령”이라며 개헌을 거부했던 박 대통령이 9년 만에 개헌 추진 의사를 밝히고 나선 것이다. 공교롭게도 임기 막바지인 대선 1년 여 전에 똑같이 주장하고 나섰다는 점이 이목을 끈다.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은 정부 차원에서 개헌 조직을 설치해 개헌을 주도한다는 것이 골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저는 오늘부터 개헌을 주장하는 국민과 국회의 요구를 국정 과제로 받아들이고, 개헌을 위한 실무적인 준비를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개헌 작업에 직접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 지금부터 박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주도할 것”이라고 말해 ‘대통령‧청와대 주도 개헌’에 못을 박았다.

그러나 집권당인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대통령‧청와대 주도 개헌’에 대한 불편한 목소리도 들린다. 20대 국회 개헌모임에서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정용기 의원(재선‧대전 대덕구)은 ‘당이 주도하는 개헌’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헌론자인 정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 ‘정국진단’ 인터뷰를 갖고 “정치는 당에서 하는 것이고, 다음 정권은 당이 만드는 것이지 청와대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청와대 주도 개헌’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그러면서 “제2의 ‘6‧29 선언’식 개헌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6‧29 선언이란 1987년 대통령 후보였던 노태우 민주정의당(민정당) 대표가 당시 국민들의 직선제 개헌요구를 받아들여 발표한 특별선언으로, 당시 전두환 대통령도 노 대표의 구상을 수용하면서 직선제 개헌이 이뤄졌다. 새로운 헌법에 따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노 대표는 제12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정 의원은 이를 “‘정권재창출을 위해 나를 밟고 가라’는 의미였다”면서 “국민들이 노태우 대통령이라고 하는 사람, 그리고 민정당에 정권을 한 번 더 맡겨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 아니겠나”라며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는 당을 중심으로 한 개헌안 구상이 필요하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즉 당이 만드는 개헌안을 대통령이 수용해서 국회에 부의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과의 생각과는 정반대다.

정 의원은 개헌 과정에서 당이 중심적인 역할을 해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관료 공화국과 중앙 집권적인 부분, 또 정치권력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권력 내지는 자본의 집중화에 대해 국민들은 답답함과 불만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공정하지 못하다는 점에 대한 분노가 사회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개헌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이대로 계속 가면 국민들의 답답함과 불만, 좌절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절박한 느낌을 국회의원들이 시대적 책임감으로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용기 의원이 본지 김능구 대표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사진=이은재 기자></div>
▲ 정용기 의원이 본지 김능구 대표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사진=이은재 기자>

다음은 정용기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

▲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개헌 제안을 했다. 어떻게 들었나.

- 이전부터 개헌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왔다. 지금도 국회 개헌모임에서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대통령께서 개헌의 물꼬를 터준 만큼 기본적으로 반갑다는 입장이다. 헌법상 개헌 발의는 대통령 또는 국회의원 재적 2분의1 이상의 의원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국회에서 현실적으로 단일안을 만들어서 정식적으로 발의라는 헌법적 절차에 돌입하기에는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권력구조에 대해 의원들의 생각이 다들 다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안을 던져서 발의를 할 수 있다. 찬반은 그 다음 문제다. 때문에 개헌 문제가 진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환영할 만 한 일이다. 다만 좀 더 개헌 추진이 어떻게 진전될지는 지켜봐야 될 것이다.

지난 8‧9 전당대회에서 당이 주도하는 개헌을 얘기했다. 정권재창출 동력도 당에서 나와야 한다. 대통령이 당장 개헌에 대해 실무적인 절차에 들어가겠다, 정부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대통령과 청와대 주도 그리고 관련된 일부 관료들이 하겠다는 것 아니겠나. 그렇게 되면 당은 뭔가? 지금까지의 여러 가지 정국운영을 보자면 결국 집권당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의지를 뒷받침해야 된다 라는 논리에 의해 말 그대로 뒷받침하는 개헌 논의가 될 것 같다. 그렇게 됐을 때 국민들로서는 새누리당에 정권을 한 번 더 맡겼을 때 희망이 있을까 라고 하는 우려가 없지 않아 있을 것으로 본다.

물론 집권당 일 때 대통령과 긴밀한 의견교환이 없어서야 되겠나. 1987년 6‧29 선언 때 당시 민주정의당 노태우 대표가 직선제 개헌 요구를 받아들이고, 전두환 당시 대통령 역시 대폭 수용한 사례가 있다. 국민과 당의 뜻을 받들겠다는 일정 ‘정권재창출을 위해 나를 밟고 가라’는 의미였다. 그래서 국민들이 노태우 대통령이라고 하는 사람, 그리고 민정당에 정권을 한 번 더 맡겨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 아니겠나. 당시 87년 6월 항쟁 분위기 속에서라면 민정당은 도저히 정권을 잡을 수 없었다. 어차피 정치는 당에서 하는 것이고, 다음 정권은 당이 만드는 것이지 청와대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런 맥락에서 제2의 6‧29 선언식의 당이 주도하는 개헌 논의를 해야 한다. 당이 만드는 개헌안을 대통령이 수용해서 국회에 부의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당은 당대로 야당을 설득하고, 국민들께 잘 설명 드리는 과정을 생각했었는데 전대 이후 우리 당은 개헌에 대해 당직자들이 일체 입을 닫고 있었다. 국민들이 볼 때 새누리당은 지금까지 개헌에 대해서는 말 그대로 그냥 머리를 숙이고 입 닫고 있었던 것 아니겠나. 대통령의 시정연설 이후 당이 어떤 모양새를 보일지는 모르겠다. 정권재창출은 국민들이 희망을 갖고 인정을 해줄 때 되는 것이다. 일단 지켜보겠다.

▲ 지난 18대와 19대 국회를 보면 국회의장 직속으로 개헌에 대한 연구로 노하우가 축적된 바 있다. 지금도 200명에 가까운 의원들이 개헌모임을 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개헌에 대한 물꼬를 텄으니 국회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지 않겠나.

- 국회에서 개헌 논의를 이어가서 국민적 바람을 이뤄내야 한다. 관료 공화국과 중앙 집권적인 부분, 또 정치권력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권력 내지는 자본의 집중화에 대해 국민들은 답답함과 불만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공정하지 못하다는 점에 대한 분노가 사회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질적으로는 단군 이래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지만, 만인에 대한 분노의 상태 즉 ‘앵그리 코리아(Angry Korea)’ 상태다. 많은 사람들이 뭔가 공정하고 투명하지 못하다고 느끼고 있다. 개헌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국민적 답답함을 국회의원도 절박한 느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개헌모임에 200명 가까이 들어와 있다고 하지만 권력 구조에 대한 생각은 모두가 다르다. 이대로 계속 가면 국민들의 답답함과 불만, 좌절은 어떻게 될 것인가? 시대적 책임감을 국회의원들이 가져야 된다.

▲ 당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개헌 문제를 안고가야 되는데 염려되는 부분이 있다는 건가.

- 당이 중심적인 역할을 해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리고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을 개헌 논의를 통해 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일부 언론에서는 박 대통령이 지지율이 레임덕 수준인 25%대로 떨어지고, 현안 문제에서 곤경에 처하다 보니까 개헌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현안들이 해결될 수 있을까.

- 청와대 참모들 가운데 그런 생각을 한 사람들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개헌 필요성을 밝힌 것 이외에 정치적인 또 다른 개헌의 필요성과 목적이 있다면 단지 의혹 덮기 차원이 아니라 더 큰 다른 뜻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은 늘 애국심과 나라사랑을 굉장히 강조하지 않나. 선친도 그랬다. 나라사랑의 실천방법 가운데 하나 정도로 생각한 것 아닌가 싶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잘 되고 흔들리지 않도록 뭔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노심초사 한다고 하니까 그런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구상이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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