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덮기 ‘정략’ 부각 ‘개헌 정국’, 朴에 독(毒)이 될 가능성 커

[폴리뉴스 정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차기 대선투표일 12개월을 남겨 둔 시점에서 기습적으로 임기 내 개헌을 제안했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본격화된 레임덕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적인 블랙홀 정국조성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임기 내 개헌을 제안하리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줄곧 개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했고 총선 직후인 지난 428일 중앙언론사 보도편집국장 간담회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개헌을 할 수 없다는 논리까지 내세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이러한 예상을 깨고 오늘부터 개헌을 주장하는 국민과 국회의 요구를 국정 과제로 받아들이고, 개헌을 위한 실무적인 준비를 해 나가겠다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서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헌‘87체제‘2017체제로 전환시키는 역사적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은 과거 민주화 시대에는 적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며 이제는 1987년 체제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도약시킬 2017년 체제를 구상하고 만들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우리 정치는 대통령선거를 치른 다음 날부터 다시 차기 대선이 시작되는 정치체제로 인해 극단적인 정쟁과 대결구도가 일상이 되어버렸고, 민생보다는 정권 창출을 목적으로 투쟁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87체제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처럼 ‘87체제 극복의 중요성을 인식해온 자신이 지금까지 개헌논의를 차단해온 것에 대해선 엄중한 안보-경제 상황과 시급한 민생 현안 과제들에 집중하기 위해 헌법 개정 논의를 미루어 왔다국론이 분열되고, 국민들이 더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개헌 논의 자체를 자제해 주실 것을 부탁드려 왔다고 변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자신이 개헌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선 공약사항이란 말과 함께 향후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시기적으로도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하게 됐다고 했다.

앞뒤 안 맞는 박대통령 개헌 제안배경은 최순실 게이트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이러한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87체제 극복을 위한 것이라면 올 420대 총선에 맞춰 추진됐어야 진정성이 있지만 2017년 대선을 앞둔 시점을 개헌의 적기라고 강변한 것은 타당성이 약하다.

그리고 지난 201410월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개헌 논의 봇물 발언으로 청와대의 집중공격을 받았을 당시 박 대통령은 개헌 논의를 자신의 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면서 김 대표가 무릎을 꿇도록 강요했다. 개헌 필요성을 지금처럼 인식했다면 그때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 당청이 내부적으로 조율하면 될 문제에 불과했다.

5년 단임 대통령제 때문에 정쟁과 대결구도가 일상화되고 정책의 일관성도 없다고 한 부분도 앞뒤가 안 맞다.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를 도입한다 해 정쟁과 대립이 없어지지 않는다. 어떠한 제도든 선거가 끝난 다음 날부터 새로운 정치대립전선이 형성되고 갈등 또한 회피할 수 없다. 정치는 본질은 갈등에 비롯되고 갈등없이는 정치의 존재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정치의 문제는 정쟁과 갈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갈등의 해결방식에 있음을 외면했다. 민주주의에 반하는 폭력적인 갈등 해결방식이 문제의 근원이지만 가해자인 박 대통령이 이에 대한 성찰을 한 흔적은 전혀 없다. ‘냉전적 이념 대립을 바탕으로 한국정치에서 우위인 퇴행적 보수의 반민주적인 행태가 정쟁과 갈등의 본산이란 것에 대해서도 무감각하다.

반북 이데올로기를 무기로 야당을 ()’으로 규정하고 폭력적이고 반민주적인 방식으로 배제해 온 것이 한국 보수정치의 민낯이며 과거 퇴행적인 박근혜 정부의 치적(治積)이다. ‘종북 척결이란 명분을 사상 양심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 위에 놓고 갖은 진영정치를 펼쳐온 것이 박근혜 정부다. 대표적인인 통합진보당 해산이다. 그리고 최근의 송민순 회고록파문은 그 기형적인 한국정치의 한 현상일 뿐이다.

극단적인 정쟁과 대결은 박 대통령이 대표하는 안보보수와 지역구도와 결합시켜 만든 정치구도의 산물이다. 세월호 정국, 백남기 농민 부검영장 논란 등도 안보보수진영이 진영정치로 결집해 배타적인 행태민주주의를 억누른 데서 비롯됐다. 이에 대한 인식이 없는 박 대통령이 정쟁과 갈등을 이유로 개헌을 제안한다는 것은 또 다른 남 탓이다.

무엇보다 이번 개헌 제안은 최순실 게이트로 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빠진 시점에서 나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이에 이날 그동안 개헌은 블랙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임기 말 경제 살리기에 집중할 시기에 개헌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말해왔는데 갑자기 개헌을 말했다블랙홀이 필요한 상황으로 생각하시는 것인가 의아스럽다고 힐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임기 마지막 해에 개헌을 하겠다는데 지금 현재 우병우, 최순실, 이런 일을 덮으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국면전환용으로 치부했고 박지원 비대위원장 또한 대통령이 우병우 최순실 등 이슈에 대해 블랙홀을 만들려는 정략적인 부분도 숨어있지 않나라고 의심했다. 한 마디로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최순실 게이트를 덮기 위한 정략이라는 것이다.

박대통령, 최순실 게이트로 콘크리트 지지층 붕괴

개헌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약한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은 일언지하에 정략의 일환으로 규정받는 배경엔 최순실 게이트가 있다. 대기업으로부터 800억 원의 돈을 미르-K(케이)스포츠재단에다 반강제적으로 모금했다는 의혹에 그치지 않고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로 인해 이화여대 총장까지 물러나게 한 사태, 여기에 최씨 모자의 독일 체류 상황에 대한 민감한 의혹 등이 고구마줄기처럼 나오자 물러설 곳이 없는 박 대통령이 개헌 카드로 돌파하려 한다는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조차도 붕괴시키는 양상이 되자 다급하게 개헌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21일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10월 셋째주 정례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25%까지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지난주 26%에서 재차 하락했다. 반대로 박 대통령이 직무를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 부정평가층은 64%에 이르렀다.

<리얼미터>1024일 발표한 103주차(17~21) 박 대통령 지지도는 28.5%로 대통령 취임 후 주간 최저치를 기록했고 지난 1019일 일간 지지율은 26.1%로 일간 최저치도 경신했다. 여기서도 심리적 마지노선이 30%선이 무너졌다. ‘최순실 게이트가 국민들의 역린(逆鱗)’을 건드렸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의 지지율 하락을 이끈 것은 핵심보수층의 지지철회에 있었다. 박 대통령이 1020일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해 불법이 있다면 처벌하겠다고 했지만 뒤돌아서고 있는 민심을 잡기엔 역부족처럼 보인다.

박 대통령 지지층은 박 대통령이 비리에 대해선 단호하며 절대 사적(私的) 권력은 행사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순실씨 영향력에 대기업들이 수백억원을 단 하루 이틀 만에 각출하고 최순실씨 딸은 전통 사학명문인 이화여대를 풍비박산의 지경으로 만드는 것을 지켜봤다.

박 대통령만큼은 도덕적일 것이란 기대는 환상에 불과했다는 것이 최순실 게이트에서 입증되면서 나타난 것이 콘크리트 지지율 30% 붕괴인 셈이다. 이와 함께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지지율 또한 동반 하락하는 현상까지 겹치고 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커져가는 상황에서도 박 대통령은 최씨를 보호하면서 자신의 실책은 조금도 인정하지 않았다.

박대통령 자신의 무오류만 강변, 사과나 유감의 뜻 표명 안 해

박 대통령은 102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과 관련해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방침을 밝히면서도 인신 공격성 논란이 계속 이어진다면 문화 융성을 위한 기업들의 순수한 참여 의지에 찬물을 끼얹어 더 이상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류 문화 확산과 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 관련 의혹을 도가 지나친 인신 공격성 논란으로 치부하면서 논란이 계속되면 문화융성 사업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경고까지 했다. 그리고 800억원의 자금 모금과정도 경제계의 자발적 모금으로 규정하면서 최씨와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의 개입을 부정했다. 아울러 미르-K스포츠재단이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정책 구현을 위해서라고 강변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기조는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지난 38개월 간의 국정운영은 단 한 가지도 잘못된 것이 없고 잘 한 것 밖에 없다는 자화자찬(自畵自讚)’으로 일관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창조경제에 대해선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벤처 투자의 지역거점기능을 넘어, ‘창업, 벤처기업과 대기업이 상생하는 생태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했고 문화융성에 대해선 국민의 삶의 질과 국가의 품격을 높이고, 한류를 비롯한 우리 문화의 세계적 확산을 이끌면서 우리 경제에도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내실 있는 경제민주화 정책과 적극적인 복지 확대를 통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불균형을 해소해 나가고 있다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복지사각지대는 줄어들고 사회안전망은 보다 촘촘해졌다고 했다. 아울러 “GDP 규모는 세계 14위에서 11위로 올라섰고, 국가신용등급 역시 영국, 프랑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G20 국가 중 5위를 기록하여 역대 최고 수준이 됐다고 했다.

시정연설 내내 박근혜 정부의 국정은 1부터 100까지 단 하나의 오류도 없었다는 점만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경제나 외교안보에 위기가 닥친 데 대해선 세계경제의 침체와 북한의 도발, 그리고 한국정치의 정쟁과 갈등에다 돌렸다. 그러면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국민들과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국민의 비판여론을 의식해 자세를 낮추거나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어떠한 사과나 유감의 뜻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시정연설 말미에 개헌을 제안했다. 이러한 정황을 볼 때 박 대통령의 개헌 카드최순실 게이트돌파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 ‘개헌이란 미끼를 던져 정치권을 블랙홀로 만들면서 최순실 게이트로 쏠린 국민의 시선을 돌리려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개헌의 정략성 부각, 야권의 최순실 게이트공세 강화로 이어질 듯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러한 박 대통령의 의도는 그다지 성공적일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정략이란 결론이 너무나 자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야당들이 일제히 최순실 게이트비껴가기라고 반발하고 있는 것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의도한 바대로 개헌 블랙홀 정국이 흘러갈 개연성이 낮다.

실제 개헌 카드로 인해 최순실 게이트가 묻힐 가능성은 희박하다. 박 대통령이 개헌 카드를 꺼낸 순간 자신이 정치적 약자임을 국민에게 알렸기 때문이다. 수세적인 입장에서 당황스럽게 꺼내든 개헌 카드라는 것이 명백한 이상 야당이 이를 놓치고 가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언론과 검찰 또한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신호로 박근혜 정부의 힘이 빠졌다는 것을 눈치 챌 것이고 이에 최순실 게이트를 더 세게 파헤쳐 나갈 가능성이 큰 게 현실이다. 특히 검찰은 권력의 추가 기울어지고 있다고 판단하면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에만 맞추려 들진 않을 것이다.

야당들은 개헌이란 카드를 받는다하지만 최순실 게이트에서 물러설 이유가 없다. 오히려 더 세게 최순실 게이트를 치고 나가야 박 대통령을 압박하면서 개헌 블랙홀 정국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박 대통령의 사과와 반성을 전제하면서 강공으로 치고 가야 정치적인 우세를 점할 수 있다고 볼 것이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를 덮기 위한 정략적 수단으로 개헌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것이 부각되면 부각될수록 개헌으로 게이트를 덮기는 더 어려워질 것은 분명하다. 이 경우 야당들 또한 개헌보다 최순실 게이트진상규명을 우선시 할 것이다.

개헌 현실성, 친문재인 고립시켜야만 가능...개헌 선택권 문재인에게 넘긴 형국

박 대통령의 개헌 카드가 현실 정치에서 먹혀들지도 의문이다. 개헌에 대한 공감대는 높다지만 권력구조를 두고 정치권이 합의점을 찾기가 어렵다. 게다가 정치권 내에선 분권형 개헌 의견이 높다지만 국민여론을 보면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에 대한 공감도가 낮은 것도 난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개헌 카드로 친박 권력 재창출을 도모하면서 야권 중 일부와 제휴 또는 연합을 성사시키겠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국민적 저항이 덜한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추진하기도 어려운 여건인데 내각제 등 분권제 개헌을 도모할 경우 사태는 더 꼬인다.

또한 단임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의 개헌 카드이 아니라 이다. 정국주도권을 야당과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에게 넘기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이 먼저 개헌안에 합의해 대통령에게 요구해오지 않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정치권에 개헌을 제안하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다.

박 대통령은 개헌 카드로 야권을 흔들겠다는 노림수지만 야당과 유력 대선주자에게 결재권도 함께 줬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선 국회 2/3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야당의 일부를 끌어와 200석을 채워야 한다. 이를 위해선 더민주 친문재인 세력을 뺀 나머지 모든 정치세력을 끌어와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내각제든, 이원집정부제든 대통령 중임제든 박 대통령이 원하는 쪽으로 가기란 쉽지 않다. 박 대통령이 개헌 카드를 꺼낸 순간 선택의 키를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에게 넘긴 것이기에 문 전 대표가 박 대통령 의중대로 끌려가지 않을 경우 박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의 개헌은 불가능하다. 어떤 측면에선 개헌의 주도권이 문 전 대표에게 갈 수도 있다.

새누리당 내부 흔들 가능성도, ‘개헌 정국박 대통령에게 독()이 될 수도

이 뿐만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개헌 블랙홀 정국을 통해 야당을 뒤흔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겠지만 새누리당 내부도 흔들 수 있다. ‘개헌 정국은 여당 내부 또한 온전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야권이 내각제냐 대통령제냐, 또는 친문비문-반문간의 의견차로 혼란을 겪을 수 있겠지만 새누리당도 여기서 예외는 아니다. 게다가 반기문 대망론과 결부돼 있어 양상은 더 복잡하다. 미래권력을 창출해야 할 과제가 있는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이 조성한 개헌정국이 최순실 게이트비껴가기용이란 여론을 외면할 수만은 없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일침을 가한 것도 여기에 있다. 오히려 차제에 박 대통령과 차별화를 도모하지 않으면 동반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강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내놓을 개헌안의 구체적 내용 여부를 떠나 새누리당 내부의 원심력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일찌감치 개헌을 주창해온 김무성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그 또한 최순실 게이트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는 박 대통령과 한 몸이 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다. 박 대통령 또한 자신의 개헌 제안의 수혜자가 김 전 대표가 되는 것도 바라지 않는 형편이기에 여권 내 개헌논의 또한 삐걱댈 가능성이 크다.

또 박 대통령의 개헌 카드는 여권 내 반기문 대망론을 신중하게 배려한 흔적이 없어 여권 내부의 반발을 예비하고 있다. 지금 새누리당을 그나마 유지시키는 요소가 반기문 대망론인데 박 대통령은 여기에 대해 고심하기보다는 최순실 게이트에만 골몰한 듯하다.

박 대통령이 차기 권력 창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개헌 제안에 앞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일정 역할을 부여하는 방식을 모색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래야 반 총장의 대권행보에 힘을 실을 수 있고 차기 권력 재창출의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개헌 카드는 반 총장을 정치적으로 무력화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앞으로 개헌 정국이 전개될 경우 반기문 총장의 정치적 역할에 한계가 있다. 문재인 전 대표와 같은 발언권이 없기 때문이다.

여권 내부에서도 반 총장이 설 자리가 만만치 않다. 개헌 의제를 선점한 김무성 전 대표가 버티는 한 개헌문제에서 자신의 발언을 할 공간이 적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 주도의 개헌안에 동조하고 나설 경우 정치적으로 친박계 들러리란 이미지만 강화된다. ‘개헌 문제는 반 총장에게는 악재 중의 악재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개헌 의제를 선점해 정치권을 재편해 나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더구나 개헌 카드를 내민 배경이 최순실 게이트덮기란 정략이 부각되면 될수록 이러한 상황 전개는 불가피하다. 자칫하면 박 대통령이 친 개헌 블랙홀 정국은 자신을 옭아매는 독()이 될 가능성조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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